우리가 흔히 그런다, ‘40이 불혹(不惑)의 나이’라고. 그러나 우리는 40이 아니라 50이 되고 60이 되어도 또 죽을 때까지 미혹(迷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왜 사는 건지, 무얼 하자고 살아있는 건지, 어디에서 내 명(命)을 마칠 것인지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네 인생, 제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불혹(不惑)에 이르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왜냐하면 입지(立志)가 없었기 때문에. 불혹(不惑)이란 건, 입지(立志)가 흔들림이 없고 입지에 따라 자신의 명(命)을 가져가는데 미혹됨이 없다는 거니까, 입지(立志)가 없었던 바에야 불혹(不惑)을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공자는 15세에 ‘지우학(志于學)’을 말하고 30에 ‘입(立)’을 말한다. 지우학(志于學)이란 건, 학문에 뜻을 두었다는 건데, 우리가 학문에 뜻을 둔 적이 있는가?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가서 학문을 배운다고 학문에 뜻을 둔 건 아니다, 우리는 대학 간판에 줄서기에 뜻을 두었지 학문에 뜻을 둔 바 없다, 또 취업에 뜻을 두었지 학문에 뜻을 둔 바가 없다. 설사 대학교수라고 한들 학문에 뜻을 두었다고 말할 수 없다, 입신출세의 수단으로 학문을 했다면 제 아무리 그 방면의 전문가라고 해도 학문에 뜻을 둔 건 아니다, 가령 의학을 한다고 하자, 안전한 호구지책의 수단으로 의학을 했다면 제 아무리 뛰어난 전문의라도 의학에 뜻을 둔 건 아니지 않는가?

공자가 지우학(志于學)을 말한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천하에 인(仁)을 밝히고 인(仁)을 실현하는 학문에 뜻을 두었다는 이야기다, 학문이란 것 자체가 그렇다, 사적(私的)인 동기, 사적인 분면을 넘어서지 못하면 학문을 말할 수 없다, 학문이란 건 공공의 가치고 공적 분면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학문에 뜻을 둔 바 없다, ‘나’라는 쪼잔한 울타리를 넘어선 바 없다, 설사 학문을 배운다 해도 ‘나’라는 쪼잔한 울타리에 가두려고 한다, 그렇게 얻어가진 지식으로 행세를 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써먹는다, 좋게 말하면 ‘나의 실현’으로서 학문을 써먹지 학문의 공개념이 없다, 그러니 우리는 학문에 뜻을 둔 바 없다, 공공의 가치, 천하의 가치에 뜻을 둔 바 없다, 각기 제쪼대로 구명도생의 뜻 - 뜻이 아니라 탐욕인데 - 밖에 없었다,

공자는 30에 입(立)을 말한다. 이걸 ‘자립’이란 의미로 많이들 해석을 하는데, 어떤 세상사도 혼자서 해결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다시 따져 보자, 입(立)이란 것,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홀로서다’, ‘자신을 세우다’ 그런 의미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자신의 삶의 원칙이 섰다는 이야기다, 달리 말하면 입의(立義), 뜻을 세웠다는 거다, 15세에는 학문에 뜻을 두고 그래서 배움의 과정을 거쳐 30에서는 마침내 스스로 세상을 향한 뜻 을 세웠다는 거다, 천하에 ‘仁’을 실현하는데 자기 목숨을 걸었다는 것이다, 그게 입(立)의 의미다, 자신을 똑 바로 세웠다는 의미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에게 사는 뜻(義)이 있는가? 우리의 삶에는 뜻이란 게 없다, 우리들의 뜻이란 거는, 이를테면 정치지도가 되고, 어떤 조직체에서 장이 되고, 또 어떤 분야의 일류가 되고 최고가 되고,,, 이런 류인데, 이건 뜻(義)이 아니다, 자신의 주관적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意)이지 그건 뜻이라고 할 게 아니다, 의(義)는 천하의 가치, 공공의 가치다, 그렇지 않으면 의(義)라고 하지 못한다, 소박하게 정의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의(義)에 뜻을 둔 바도 없고 의(義)에 자신을 세운 바도 없다, 입으로 대의(大義)를 말하는 자야 많지만, 그것은 자신의 욕심을 숨기기 위한 꼼수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삶과 무관한 거짓의 의(義)를 말할 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입(立)을 말할 수 없다, 의(義)가 서지 않고 똑 바로 선다는 것은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홀로 선다는 것도 그렇다, 우리는 홀로 서지 못한다, 대학을 가도 줄서기, 정치를 해도 줄서기, 장사를 해도 줄서기다, 말하면 더부살이 인생, 기생적인 인생이지 홀로 서지 못한다, 또 연신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남의 장단에 맞추면서 산다, 의(義)가 없으니까 뜻이 없으니까, 인생의 나침반이 없으니까, 그렇게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산다, 뜻 없는 인생은 홀로 서지 못한다, 언제나 더불살이로 살다가 간다,

다시 불혹(不惑)으로 돌아가자, 공자는 40에 이르러, 입지(立志)에 흔들림이 없을 때, 불혹을 말할 수 있었다, 지우학(志于學)의 초심(初心)이 흐트러지지 않고 천하 대의(大義)에 뜻을 세운 입의(立)에서 물러섬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게 불혹(不惑)의 의미다, 그러니 우리가 어찌 불혹을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참으로 슬프고 한심한 일이지만, 뜻이 없이 살아온 우리네 인생, 생명은 귀중하다 그러면서도 귀중한 목숨을 갖고 장난치며 살아온 인생에 어떻게 불혹(不惑)을 말할 수 있겠는가? 불혹을 말하기보다 차라리 뜻 없이 살아온 인생을 직시하는 것, 우리 인생을 팔아넘긴 미혹(迷惑)을 직시해야 하는 것, 그게 우리의 현주소가 아닐까? 그리고 어차피 한번 왔다 한번 가는 인생, 이걸 어디에 던져야할지, 그래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는 뜻을 세우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데서 다시 인생을 시작하는게 우리의 현주소가 아닐까?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실망하고 낙담하고 좌초할 것은 아닌 것 같다, 30에 立, 40에 불혹., 50에 지명(知命) 이런 식으로 나이를 의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이는 문제가 아니다, 늦었다는 거는 없다, 철이 드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일까? 죽기 전에라도 철이 들면 되는 게 중요한 것이지, 일찍 철이 든다고 대박이 터질 것도 아니고 늦게 철이 든다고 빨리 죽는 것도 아니다, 철이 드는 게 중요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