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의 전도상에 대해서부연설명을 하겠습니다. 우리는 자꾸 시간개념이 먼저 들어가는데 공간이 먼저예요. 예를 들어서 종자에서 싹이 트는 거라든지, 어떤 생명체가 수태되어서 잉태하고 출산과정을 거쳐서 자기세계를 꾸려가는 성장과정, 생성과정, 성장발육과정을 보더라도 공간 확보가 먼저에요. 공간이 먼저에요.

그 다음, 그 공간에서 시간이라는 요소가 투입되면서 시간이 익으면서 성장합니다. 진화하는 생물종의 생성, 변화 유전의 순차에 대해서 굳이 따지면, 시공간의 선차성을 따지면 공간이 선차적이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종자가 있다고 칩시다. 거기에서 하나의 떡잎이 나오는 거를 물질계의 생성이라고 본다면, 떡잎이 나오는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먼저 그 종자 안에 있는 배아영양소를 먹고 잎이 자라지요. 종자 안에 있을 때는. 그러다가 한껏 먹고 나면 외부의 온도 습도 기타 여러 가지 조건에 맞추어서 떡잎이 납니다. 여기서 공간 확보가 먼저예요. 공간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사물은 생성 변화 유전해갑니다.

떡잎이 텄다 라는 게 뭡니까? 기존 껍질 안의 세계에서 껍질 밖의 세계로 나오는 건데, 달걀에서 병아리가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일정 주어진 공간이라 그럴까 어떤 상황이 주어졌다면, 그게 불교적 개념으로는 허공계가 되고 이걸 존재적 개념으로 무표색이라고 합니다. 이 공간자체가 일정 시간이 흐르면서, 예를 들어서 어미 닭이 20일간 알을 품고나면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옵니다, 주어진 공간 속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숙성된 인연에 의해서 병아리라는 果가 튀어나오지요. 껍질 안에 있던 어떤 생명체적 존재가 껍질 밖으로 껍질을 깨고 나옵니다. 그러니까 공간 확보가 먼저입니다. 공간 확보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병아리가 큰 어미닭이 되고 이렇게 인제 변화해가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거꾸로 생각하기 쉽다는 겁니다. 시간이 흐르면 뭔가 자꾸 변화가 될 것 같은 그런 착각에 빠져있습니다.

예컨대 세월은 흘러가고 사람은 나이를 먹지만 철이 드는 사람도 있고 점점 사악하고 나쁜 짓만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나이를 똑 바로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꾸로 먹는 사람도 있지요. 왜 그렇겠습니까? 같은 나이를 먹는데, 왜 그럴까요? 시간이 흐른다고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 공간 확보가 없이 시간이 흐른다고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우리가 시간 공간의 선차성 문제, 인연의 숙성 문제, 이걸 다시 한 번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인연과 시공간의 선차성 문제는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의 이야기입니다. 공간과 시간을 인연의 개념에 대입하면, 인연에서 주된 거를 인(因)이라 하고 종된 거를 연(緣)이라고 하거든요. 둘 다 원인인데 주된 원인, 직접 원인, 간접 원인, 종된 원인, 이런 건데 시간 공간을 굳이 인연이라는 개념에 대입하면 공간이 주된 인(因)이 되고 시간이 연(緣)이 됩니다. 그런 이해에서도 우리는 자꾸 거꾸로 생각해요. 시간을 주된 인으로 놓고 공간을 자꾸 집어넣는다는 겁니다.

우리가 생활상 개념으로 봅시다. 공간 중심적 사고라는 게, ‘현재에 지금에 충실하다’ 이런 말입니다. ‘현재’, ‘지금’ 이라는 개념이 시간 개념으로 들어오지요? 그게 아니에요. 지금 내가 발붙이고 있는 이 자리에, 여기에 지금 충실하다는 거예요. 지금 이 공간에 충실하다는 겁니다.

‘여기’라는 걸, 이게 종자라고 치고 텃밭이라고 치면, 여기 이 토양분을 충분히 숙성시켜야 다음 세계로 다음 공간으로 나갈 거잖아요. 외연이 확장이 되든 그렇지 않으면 뭐 비약을 하든, 일취월장을 하든 간에, 새로운 공간으로 전화가 될 거라고요. 그런데 이 공간도 부실하게 하면서, 예를 들면 씨앗을 뿌려놨는데 그게 썩어 버리면 끝나는 거지요. 떡잎은커녕 쭉정이가 되고 만다는 겁니다. 쭉정이에게 다음이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할 일은 오늘 끝내자’ 이런 교훈적인 이야기도 하잖아요. 그게 공간에 충실하다는 개념입니다. 시간개념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꾸 그걸 시간개념으로 받아들인다고요. 그거만큼 우리 생각이 뒤집어져 있다, 거꾸로 되어있다는 겁니다.

----------------------------------------------

[ 대승기신론 강좌(1)] 359- 361쪽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