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총을 쏠 때도 목표를 겨냥하는 조준점이 정확해야 한다, 목표물을 수직과 수평의 좌표대가 일치하는 한 가운데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 조준점이 잘못되면 목표물을 맞힐 수 없다, 조준점을 정확하게 잡는다는 것, 그게 중심을 정확히 잡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면 일상에서 우리는 중심을 잡고 사는가? 그게 아니다. 그때그때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분에 따라,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춤춘다. 때로는 계산적으로, 때로는 충동적으로, 때로는 때로는 막가파로 산다. 물론 나름대로 계산을 하고 산다. 그러나 그게 정말 길게 내다보는 정확한 계산도 아니다.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를 그런 계산일뿐이다,

우리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산다, 사실 중심이란 개념도 없다, 그때 그때의 욕심이 중심이 될 뿐이지 달리 중심이라고 할게 없다.

중심이 비틀거리고 휘청거리면, 중심이 무너지면 삶이란 것은 무너진다, 마구 가는 거 밖에 없다. 마구가면 충돌하거나 표류하거나 난파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중심을 잡고 산다는 거 이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 그래서 경행(經行)을 이야기한다. 걷는 법도, 법도에 맞는 걸음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걷는 것을 한번 관찰해보자. 좌우로 흔들림 없이 균형을 잡고 걷는가? 앞뒤로 굽거나 휘어지지 않고 걷는가? 또 머리가 발 보다 앞서나가거나 아니면 몸체가 발에 끌려다니는 꼴이 아닌가? 허급지급, 허둥대면서 발이 공중에 떠서 걷는 것이 아닌가? 등등. 이리저리 한번 살펴보자.

아마 반듯하게, 고요하게 정확하게 중심이동을 하면서 걷는 사람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로 그 점이다, 걷는 것이 흐트러져 있다는 것은, 이미 자기 중심이 흐트러지고 무너졌다는 것이다, 중심이 무너진 그 모습이 걸음걸이로 나타난다는 거다, 그러면 걸음걸이를 바로 잡아서 다시 중심을 반듯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역도 성립한다, 그래서 경행을 이야기하는 거다,

(3) 중심이 무너지면, 자기가 놓여진 상황도 마주하는 상대를 정확하게 읽을 수 없다. 이미 조준점이 흐트러지는데 상대가 어떻게 정확하게 보일 수 있겠는가? 아무데나 대고 쏘는 거지, 그러니까 중심이 무너지면 상황인식이 정확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상황인식이 빗나가면, 무언들 실패하기 마련이다. 장사든, 공부든, 각종 사업이든. 중심이 무너지면, 올바른 대처방법도 나올 수 없다, 상황인식이 빗나가는데 어떻게 대처방법이 정확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중심을 잡고 살기 위해서, 자기가 놓여진 상황과 정확하게 마주하기 위해서, 상황에 대한 올바른 대처방법을 찾기 위해서 경행을 배우는 것이다,

이건 무슨 종교니 도 닦는 수행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소박하게 생각하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하기 전에 반드시 조율을 하듯이 자신의 조율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악기를 조율할 수 없다면 아무리 욕심을 낸들 좋은 연주를 할 수 있겠는가? 그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조율방법으로서 경행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4) 이런 반문을 할 수 있다, 지금 이날까지 그런 거 안 배우고도 잘 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냥 이대로 살면 되지 꼭 그걸 배워야 하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과 같다는 그런 가정이 성립된다면야 좋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날이면 날마나 올라오는 신문기사라는 걸 보자, 그야말로 이제는 이성이 정지된 지점, 한계점에 들어가고 있다, 논리라면 약육강식의 논리 밖에 없다. 그걸 어떻게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하는가의 기술적 차이만 있을 뿐이지 합리는 없다.

요즘 진화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진화란 것,그게 쉬운 건가? 또나 개나 진화할 수 있는가? 시간만 가면 진화하는 것인가? 천만의 이야기다, 확률로 치면 생물종의 10프로만(평균적으로) 진화한다, 나머지는 도태되거나 멸종이다, 그러니까 진화라는 것, 참 무서운 이야기이다, 진화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엄중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러면 진화라는 걸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하지 말고, 나는 과연 진화하는 그룹에 속할 수 있는가? 진화의 10%에 속할 수 있는가? 그걸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그 점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이이 중심이 무너지고 있다면 속수무책이다,

진화한다는 것은, 상황의 변화를 읽고 상황에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연사적 변화든, 사회문명사적 변화든. 그러니까 거두절미하고 우리 자신이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게 살 길이라는 거다,

(5) 잔화한다는 거는, 상황을 인식하는 인식능력과 대처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압축된다, 달리 말하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식수준과 대처방법을 넘어서야 한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론을 갖고 있는가? 그 점을 물어보자, 정말 방법론이 있는가?

그래서 그 방법론으로 경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경행이란 거, 자기 중심을 정확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중심을 잡는 게 아니고 걸어가면서 중심을 잡고 이동하는 거다, 중심이동을 하는 거다, 정태적 중심이 아니라 동태적 중심을 잡는 거다,

중심을 잡는 수준, 그게 업그레이드의 수준이다, 중심을 정확하게 잡을수록 상황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고 객관상황과 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 생각에 빠지고 제 욕심에 빠지면 중심이 무너진 거고 객관 상황과는 따로 논다, 상황과 따로 논다는 것은 자연사적 흐름이든 사회사적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거고 그것은 도태내지 멸종을 의미한다)

(6) 경행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일단 중심 이동의 방법론으로서, 자기 업그레이드(=진화)의 공식이 성립하는 방법론으로서 이해했으면 한다, 이게 어떤 의미에서는 생존무기이기도 하고 인생길을 헤쳐가는 소중한 양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