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령 컴퓨터라는 것을 놓고 생각해보자.

세계 제일의 슈퍼 검퓨터라 것도 입력하는 데이터 자체가 오류이면 어떤 분석기법을 동원하든, 어떤 해석방법을 동원하든 그것이 출력하는 결과는 오류다. 물론 출력의 결과를 목적하는 바에 따라 조작해놓고 데이터를 입력해도 컴퓨터라는 것은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인간의 두뇌라는 것도 그런 것이다, 입력된 데이터를 처리하는 공정을 감당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은 오관이다, 보고 듣고 읽고 쓰고 걷는 오관이다,

그러나 현대과학은 두뇌(brain)을 파헤치고 거기에서 인간개발의 열쇠가 찾아진다고 믿는다, 이거야말로 두뇌에 대한 미신이랄까 광신이 아닐까?

또 두뇌의 연결망을 해명하면 인간의 의식이 해명되지 않을까라는 연구도 진행 중인데, 이를테면 커넥톰(connectome)에 대한 프로젝트가 그것인데, 오관을 차단한 커넥톰을 아무리 해명한들 인간의 의식이 해명될 수 있을까? 소위 안,이,비,설,신이란 오관을 떠나서 의(意)라는 의식이 성립할 수 있을까?

인간의 의식에 대한 해명에서 불교 철학을 넘어가는 것은 없다. 참 이상한 것은, 불교의 어떤 이론에서도 두뇌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불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동양학 일반에서도 그렇다, 유가에서도 도가에서도 두뇌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뇌(brain)를 몰라서일까? 그게 아니다, 뇌라는 것은 중간 처리과정, 공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객관세계로부터 데이터를 입력하는 오관이 정확하고 처리방향이랄까, 목적의식(意)이 정확하다면 두뇌는 거기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2.

두뇌만 붙잡고 늘어지는 브레인사이언스(brainscience)는 현실 인간의 감각은 불변이다, 내지 감각은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한다. 그러니까 두뇌에 입력되는 데이터 자체는 진실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들어간다는 거다. 이게 문제다, 그리고 출력을 조작하는 의도(의식)가 개입되지 않는다는 것도 전제하고 들어간다, 말하자면 꼼수나 부리거나 더듬수를 놓는 인간의 두뇌라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컴퓨터라는 것이 가짜 데이터를 집어넣어도 상관이 없고 출력을 조작해도 상관이 없는 것인데, 그런 바에야 컴퓨터의 기능이란 것을 아무리 높인다 한들, 그것은 진실을 향한, 참을 향한 기능과는 상관이 없다. 두뇌에 매몰된 두뇌 과학이란 것이 그런 것이다, 인간개발과는 상관 없는 개발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말 인간개발을 말하려면, 두뇌를 개발하려면, 오관, 오감에서 시작해야 한다. 객관세계를 인식하는 관문인 오감의 개발, 오감의 학습에서 시작해야 한다, 현실 인간의 오감은 사회문화적 중력장에 의해서, 또는 개별적 욕망에 의해서 왜곡되고 굴절되고 오염이 되어 있다, 이를테면 ‘제 눈에 안경’이란 말처럼 아전인수격으로 작동한다, 이걸 교정하지 않고는 두뇌개발도 인간개발이란 것도 있을 수 없다,

<월간 세상만들기>는 수리와 율려가 나온다. 그걸 보고 읽고 듣고 또 그에 따라 걷는 학습을 한다. 거기에 나오는 수리와 율려는 중립적 언어다. 보다 전문적 용어로 말하면, 형상과 질료를 넘어서 객관세계와 통할 수 있는 신호체계를 익히는 것이다. ‘신호’ ‘신호체계’에 대해서는 여기서 상론하기 어렵지만, 입자 물리학을 넘어서면 그 다음은 신호라는 차원으로 가는 것처럼, 객관세계의 인식 또한 결국 신호로 인식하는 것이다, 형상과 질료로 인식하면 , 현상과 질료 그 어느 한쪽에 매이면 끝내 주관을 벗어나지 못한다, <세상만들기>의 학습은 신호를 인식하는 학습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