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세상만들기>를 놓고 수리와 율려를 소리 내어 읽어보자, 그냥 읽기야 어려운 것이 없다, 숫자와 한글을 읽는 거야 전혀 어려울 게 없다. 그러나 뭔가 괴리감이 느껴진다, 숫자와 나의 괴리감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다, 숫자와 내가 딱 맞아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숫자와 만날 수 없는 그 괴리가 문제다. 소위 집중이 될 수 없는 괴리가 문제다, 그 괴리는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 숫자를 읽는 순도 불량에서 온다. 건성으로 읽거나 다른 잡념이 개재하기 때문이다.

● 순도불량, 그것은 우리 일상이 그렇다, 사람을 만날 때도 자기필요에 의해서 만나자 하고 제 방식대로 만나자한다, 제 생각대로 관계를 갖고자 한다. 그 버릇이 책을 읽을 때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숫자 하나를 읽어도 거기에는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 그리고 소리를 내어 한번 읽어보자, 그 소리가 어떤가를 스스로 들어보자, 자기 소리가 좀 이상할 것이다, 뭔가 뻑뻑하다, 갑갑하다, 시원스럽고 활달하게 읽어지지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숫자 하나, 율려 하나 읽는 게 그렇게 어색하고 갑갑할까? 왜 그럴까?

●우리는 평소에 자기 소리를 읽어버리고 산다, 무슨 말을 하나 해도 남의 눈치를 보면서 한다, 남이 뭐라 그럴까 눈치를 보면서 한다. 때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억누르고 속에서 나오는 말과 다른 소리를 내뱉는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과시적인 소리를 내고 남을 공격하고 겁주는 소리를 낸다,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는 아첨하는 소리를 내고 자기보다 약한 자에는 어느새 힘을 준다, 정말 간사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진실한 자기 소리를 잊은 지 오래다,

● 그래서 숫자 하나를 읽어도 제 소리가 잘 안나온다, 자기 소리를 잊은지 오래고 진실한 소리를 내어 본적이 없기 때문에,

● 그런 면에서 ‘읽기’라는 것, 소리 내어 읽는 것은 좋은 훈련이 된다, 자기 소리를 찾아가는 더 없는 훈련이다, 득음(得音)이란 말이 그것이다, 자기 소리를 찾으면 그게 득음이다, 무슨 기발한 훈련을 해서 목청을 틔우는 것, 그게 득음이 아니다, 1을 읽으면 1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황종을 읽으면 황종이란 소리가 나오면 그게 득음이다,

● 가수들, 제아무리 세계작인 가수라고 해도 자기 소리로 노래하는 가수는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이미 자기 목소리를 의식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소리를 의식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앞서기 때문에, 그때 이미 자기소리를 잃어버린다. 노래야 잘 하겠지만 거기에 소리의 진실성은 이미 없기 때문이다,

● 그런 면에서 보면, ‘읽기’는 자기 진실성에 통하는, 또 그것을 회복하는 중요한 학습법이다, 이 학습법을 터득하는데, 절대시간도 없고 특별한 기법, 고난도의 훈련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자기 소리를 죽여 온 자기기만과 거짓과 가식이란 무거운 짐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그 짐을 한방에 내려놓을 수 있는 ‘방하(放下)’의 마인드가 살아있느냐 하는 것, 그것이 관건이다.

말인즉 어렵게 했지만, 실제 아이들을 시켜보면, 참 빠르다, 앉은 자리에서 바로 자기 소리가 나온다. 어른들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 다만 관성,,,습관의 무게 때문에 차이가 좀 있을 뿐이다,

● 우리가 공부를 이야기하고 자기 진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자기 진실성이 없다면야 이미 자기 네비게이션이 없는 거다, 거기에 공부라는 것이나 진로니 하는 것은 무먕한 이야기다, 기만의 세월만 있을 뿐이지,,,, 우리 인생 네비게이션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자기 소리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