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상담도 그렇고, 특히 정신과 질환의 상담도 그렇지만 상담의 원칙이 무엇일까? 가장 용이하고 적극적인 방법은 환자나 클라이언트(client)가 마음 놓고 생각나는 대로 막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유롭게 풀어놓은 상태에서 이야기하게 하면서 그 사람의 상태를 체크해내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대부분 환자가 마음 놓고 이야기하도록 내 버려두지 않는다, 그냥 편하게 이야기하게 하고 잘 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하게 하지만 잘 듣지 않는다. 그냥 흘려듣는다, 그렇게 되면 이미 신뢰의 끈이 떨어진 거고 환자가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수가 없다.

그리고 환자가 편하게 이야기를 하게 해야 하는데, 마치 cctv로 범죄의 현장을 녹화하듯이, 환자를 감시하고 관찰한다. 그러면 환자는 감시통제 당하는 느낌 때문에 자유롭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또 상담 시간을 미리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를 심문(?) 취조(?)하는 형식으로 답변을 끌어내려고 하고 요점만 챙기려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환자의 상태에 대한 파악이란 것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또 전문가가 자신의 식견에 따라, 환자를 유형화하고 그 유형에 맞추어서 분석한다. 환자를 전문가의 분석 틀에 가두어 놓고 본다. 뒤집어 말하면 전문가라는 사람이 자신에 만든 분석틀에 스스로 갇히는 꼴이 되고 만다. 그렇게 해서는 치료가 아니라 새로운 병을 만든다.

또 심한 경우는, 학생상담과 같은 경우에는 상담이 아니라 ‘의식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교사가 자신의 윤리관, 정의관, 가치관을 주입시키고 그에 길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상담이 상담답게 진행되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 정말 환자나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들어주는 역할, 가장 기본적 역할에서도 대부분 실패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정신병을 겪는다. 병원에 입원한다거나 크게 사고를 치지 않는다는 것이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요즘 사람들은 거의 다 멘붕이 아닐까? 붕괴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멘붕 상태다. ‘안녕’한 사람은 없다. 그런 면에서도 ‘상담’이란 영역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정신과 질환이란 것은 치료가 쉽지 않다, 근본적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그게 무슨 이야기일까? 가령 환자가 자폐증이라면, 자폐의 세계에서 벗어나서 소위 정상의 세계로 들어온 경우가 잘 없다는 거고, 뒤집어 말하면 의사라는 사람들도 자폐의 세계로 들어간 적이 없다, 간명하게 자폐의 세계를 잘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전혀 다른 세계, 서로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니까, 지금까지 알려진 문헌, 정보, 지식이라는 것은 그 세계의 일부, 아주 일부일 뿐이다.

그러니까 일단, 자폐증이 아니라도 정신질환 일반에서도,,,, 자신이 환자의 세계에 무지하다는 겸손함이 있어야 한다, 실제 무지하고. 그래야 들을 수 있다, 그러니까 들어주는 역할이란 것, 그것도 쉬운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