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은 <세상만들기> ‘차서학습도’에 대한 개인적 노트를 옮긴 것이며 ‘차서 학습’ ‘오감학습’에 대한 토론의 작은 단서가 되었으면 한다.

(1) 우리는 언제나 바깥 경계에 대해서, 주변 상황에 대해서 근심(憂), 걱정(悲)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근심(憂), 슬픔(悲)은 다른 분면이다, 우(憂)는 상황의 변화가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내가 어떻게 될까를 근심하는 것이고 비(悲)는 마땅한 대처를 하지 못할 때, 타개책이 없음을 걱정하고 비감(悲感)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근심, 걱정하면서 사고(思考)하게 된다,

(2) 사고(思考)라는 말을 쓰지만, 사(思)와 고(考)는 다른 개념이다. 가령 심사숙고(深思熟考)라는 말이 있지만 심사와 숙고는 그 분면이 다르다.

전자는 바깥 경계, 상황을 읽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연계의 변화나 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대해서 이 변화의 원인이 무언지 따지고,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사(思)에는 심천(深淺)이 있다, 깊고 얕음이 있다. 문제의 근본을 향해서 본질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표면적이고 현상적인 것에 집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후자는 놓여진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식을 찾아서 고민하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분별력이다. 여기에도 두 가지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방식, 정확한 해결방식을 찾고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궁리하는 숙고(熟考)가 있고 조급하게 또는 경박하게 대처하는 덜떨어진 것이 있을 수 있다.

(3) 사고(思考)는 존재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두 분면이다, 사(思)와 고(考)가 균형적일 때, 심사와 숙고의 균형이 잡힐 때 인간이 발달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거나 상황에 대한 정확한 대처방법을 찾지 못할 때, 존재는 교란된다, 근심 걱정에 치우치거나 비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4) 존재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은 사욕(私慾)과 방일(放逸)이다,

(a) 사욕(私慾)은 상황을 자기 욕심대로 끌고 가고자 한다, 제 욕심에 빠져 아전인수격으로 상황을 읽는다, 사욕(私慾) 때문에, 상황의 변화에 합리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를테면 사욕과 집착이 강하면 상황의 변화는 늘 두려운 것이 되고 근심하게 된다. 자기 욕심이 앞서면 근심이 앞서게 된다, 그리고 사욕 때문에 지혜가 흐려지고 합리적 대안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비관적이 된다.

(b) 방일(放逸) : 일신의 안일을 추구하는 것이 방일이다. 몸은 안일과 게으름을 추구하고 마음은 방심한 상태가 방일이다. 때문에 치열하게 사고하는 심사숙고를 하지 못한다.

* 여기서는 비/우/사/고에 대한 대체적인 얼개만 보고 비/우/사/고 (1-2-3-4)의 입체적 상관관계, 회로도에 대한 고찰은 다음으로 미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