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란 드라마에서 유의태는 ‘비인부전(非人不傳)’이란 말을 한다. 인간이 안된 자에게는 의술을 전할 수 없다는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유의태는 끝내 자식인 유도지에게는 의술을 전하지 않는다. 허준에게는 자신의 몸마저도 해부의 자료로 제공하고.

비록 드라마 속의 이야기지만 의술을 말하기 전에 사람 됨됨이를 먼저 보고 의사로서의 심지와 근기(根機)가 갖추어지지 않은 자들을 사정없이 내쳤던 준엄한 의술의 세계를 일깨워 준 바 있었다. 사람을 고치는 데는 뜻이 없고 재물이나 자신의 출세를 구하는 자들에게는 의술이 전해질 수 없다는, 의술의 품위를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비인부전’이라는 말은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인간이 안된 자에게는 전해질 수 없다는 것일 터이지만, 이를 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 전도체(傳導體)와 부전도체(不傳導體)란 용어가 있는데, 저항이 적으면 전도체일 것이고 저항이 커서 전도가 불가능해지면 부전도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저항이 0이면 초전도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의술의 세계에서 그리고 다른 학문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사리사욕이 많다면 진리가 전해지기 어려운 부전도체(不傳道體)가 될 것이고 그와 달리 사심 없이 의술을 온전하게 전할 수 있는 재목이라면 전도체(傳道體)가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아도 도덕과 재능의 별개의 것이 아니다, 차라리 도덕이 재능에 선차한다,

결국 공부의 수준, 의술의 수준도 여기에서 결판날 것이다. 욕심이라는 자기저항의 제어력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가 부전도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전도체가 될 것인가도 그에 달린 것이다.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술인가, 남김 없이 베풀고 가는 의술인가에서 갈 길이 달라지고 의사의 품격이 달라질 것이다. 사실 재능도 그에서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