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와 붕어 빵 

1.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창호구단이 조훈현선생의 집에 기숙하면서
내제자(內弟子)로 7년간을 있었는데
조선생과 마주 앉아서 바둑을 둔 것은 단 두 판뿐이었다는 것이다.
정말 의외였다.
7년 동안에 겨우 두판이라니....

우리 생각으로는 제자를 집에 붙잡고 있으면
틈만 나면 바둑판을 놓고 마주 앉아 가르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창호씨는 그 긴 세월,
그것도 초등학생시절과 중학생시절, 그 어린 나이에
거의 혼자서 바둑판과 씨름하면서 공부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혼자서 외로운 시행착오를 스스로 견디는 과정,
그 속에서 이창호의 실력이 나왔고
그의 인생이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곧잘 그를 ‘바둑 신동’ ‘바둑의 귀재’ ‘천재 기사’라고 하지만
그 외로운 시행착오의 시절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창호 9단은 있을 수가 있었을까?

2.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쪽집게처럼 예상문제를 찍어주고
정답을 불러주는 선생이라야 실력파 선생으로 대접을 받는다.
정답도 그냥 불러주어서 안되고 잘근잘근 씹어서 더 씹을 것도 없이
입에 쏙 들어가게끔 집어 넣어주어야 소문이 난다.
학생들 스스로가 이리저리 따지고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아야 한다.
혼자서 생각해보라는 그런 소릴랑 말아야 한다.
그러면 무능한 선생이 된다. 퇴출감이다.

그래서 입만 열면 정답이 졸졸 나오게
붕어 빵 찍듯이 그렇게 정답으로 무장시켜야 한다.
쪽집게 선생도 붕어빵 학생도 학부모도
스스로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하는 것이라면 질색이다.
그래서 다들 정답만을 애타게 찾는다.

그렇게 정답만을 찾는데 사회는 날로 어수선하고 인생은 더욱 꼬인다.
정답을 외운 인생이 오히려 골병이 들어간다.
그런 붕어빵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에 나가면
제대로 공부를 할 수가 없다.
자신의 사유력이 죽고 판단력이 죽고
밖에서 불러주는 답에 의존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그렇게 정신적으로 지적으로
이미 노예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스스로 문제를 마주하고
시행착오를 하면서 정답을 향해 헤쳐나갈 힘이 없다.
또 인생을 마주하고 부딪쳐 나갈 힘이 나올 게 없다.

삶의 문제에서는 정답을 불러주는 자가 없으니 문제를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다.
그러니 공부가 더 될 것도 없고  머리가 열릴 여지도 없다.
이것이 풀빵 인생의 비극이다.
지식사회의 노예계급으로 가는 풀빵 인생의 비극이다.

3.

교육은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교육의 힘이라는 것, 정답의 힘이 아니라 물음의 힘이다.
끊임없는 물음을 갖게 하고 스스로 시행착오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교육의 힘이다.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반경과 깊이가 삶의 주인성과 삶의 동력을 말해준다.
자신의 문제와 무지의 장벽과 마주하여 스스로 견디고 헤쳐나갈 있는 힘,
그것이 인생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