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의 교육에서 ‘비움’의 교육으로

 

1.

교육의 패러다임이 ‘채움의 교육’에서 ‘비움의 교육’으로 바뀌고 있다. 하버드 대학에서도 실용주의 교육론에서 마음의 교육론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왜 바뀌고 있는 것일까? 

채움의 교육이란 필요한 지식과 정보와 기술을 채워넣는 교육이다. 지금까지는 채움의 교육을 통해 성장한 새련된 지식인들, 유능한 기술자들이 세계를 지배했다. 그래서 교육은 채움과 같은 것으로 인식되었고 채움의 교육이 압도했다. 

그러나 21세기로 전환하는 과정애서 채움의 교육에 대한 짙은 근본적 회의가 제기된다. 혼돈의 시대, 격변하는 시대, 새로운 사회 역사적 상황에서 채움의 교육이 별로 쓸모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채움의 교육을 통해 성장한 세련된 지식인들이 새로운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이란 것, 그러니까 채움의 교육이란 결국 세련된 무능력자를 양성할 뿐이란 것이었다. 가령 2008년 세계경제위기 상황에서 그점은 잘 드러난다. (그렇게 똑똑하던 금융계의 엘리트들과 CEO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능했던가를 단적으로 입증해준다)

그러니까 채움의 교육을 받은 인간들이 당장에는 세련된 지식과 숙련된 기술을 발휘하지만 혼돈과 격변의 새로운 상황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움’의 교육이 강조된다. 차라리 기존의 이론과 지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것, 그래서 머리를 비우고 가슴을 비우라는 것이다. 거기에서 세상을 품고 우주를 품을 수 있는 상상력을 펼칠 수 있고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2.

채움의 교육과 비움의 교육을 간단한 비교를 해보자. 채윰의 교육에서는 기차 그림을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기차’를 주입시킨다. ‘기차’라는 소리를 빨리 하면 똑똑한 아이라고 간주된다. 또 ‘긴 것은 기차’ ‘가치는 길다’ ‘칙칙 폭폭’이라고 주입한다. 요즘 세월에 칙칙폭폭‘하는 기차는 없어도 아직도 아이들은 기차를 ‘칙칙폭폭’으로 연상한다. 그리고 꽃을 보여주고 무슨 꽃이라고 하고 또 병아리를 보여주고 병아리라고 주입시민다. 노란색만 보아도 병아리 소리가 나오게 ‘똑 소리’나게 가르친다. 이런 것이 채움의 교육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아이들이 ‘기차’라는 외울 때, 기차의 그림에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기차’라는 단어에 집중한다. 말하자면 사물은 놓치고 개념을 붙잡는다. 사물자체를 보는 것은 대충하고 개념을 외우는데 골몰한다. 그러니까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인식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가령 기차만 해도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다. 화물을 싣고 가는 기차도 있고 사람을 싣고 가는 기차도 있다. 또 동물을 싣고 가는 기차도 있다. 석탄으로 가는 기차도 있고 기름으로 가는 기차도 있고 전기로 가는 기차도 있다. 검은 색 기차도 있고 푸른 색 기차도 있고 가지가지다. 그런데 ‘기차’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 아이에 있어서는 상황 끝이다.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교사가 요구하는 정답이 ‘기차’이니까. 이것이 채움의 교육이 안고 있는 태생적인 병이다. 

반면 비움의 교육에서는 기차면 기차, 꽃이면 꽃의 그림을 보여주게 되면 보는 것 자체를 중시한다. 결코 개념을 앞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개념이 앞서는 것을 경계한다. 차라리 개념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든다. 가령 꽃을 보여주면, 그냥 색깔을 보고 줄기를 보고 잎사귀를 보고 또 그 주변에 뭐가 있는지 보고 또 그것을 자유롭게 느끼게 하는데 주안한다. ‘이것은 꽃’이란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채움의 교육에서는 상황에 대한 선입견 고정관념을 갖게 만들고 비움의 교육에서는 오히려 그런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든다, 머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비우게 만들고 가슴을 열게 한다. 

그렇다면 어떨까? 새로운 상황에 들어갔을 때, 어느 것이 유효할까? 제한된 상황에서는 채움의 교육,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가진 자가 유리하다. 그러나 혼돈과 격변의 상황에서는 채움의 교육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채움의 교육에 길들여진 자는 제한된 상황을 벗어나면 적응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움의 교육을 받은 자들은 새로운 상황에서도 독자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다. 그들은 상황과 연동하고 상응할 수 있는 휸련 속에 성장했기 때문이다....정말 인재는 채움의 교육에서는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