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집착하면 숲을 보지 못한다. 이처럼, 암기 자체는 학습의 목적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개는 책을 펼치기 전부터 암기와 이해에 대한 강박증으로 몸도 마음도얼어붙는다. 힘들고 어렵게 책장을 넘기지만 몸도 마음도 머리도 온통 스트레스에 신음할 뿐이다.

오랜 진화의 역사 속에서 인간은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뇌를 진화시켜왔다. 인간의 뇌는 시각·청각·독서·언어·감각·체성연합·운동·미각·고위인지·언어운동 등의 다양한 기능유닛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의 생명활동은 이들 기능유닛들의 유기체적 결합으로 꾸려진다.

동물실험에 의하면 아이러니하게도 하등동물일수록 기억이 정확하며 한번 기억한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생명체에 적합한 진화의 결과일 뿐, 의식과 언어를 갖게된 인간은 더 고차원적인 뇌의 진화가 전개됐다. 그 특징 중 하나가, 사람의 뇌는 매사를 사물의 공통된 특징을 중심으로 ‘대략적인 이미지’로 기억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막상 제대로 충분히 뇌를 쓰고 있지 못하다. 그 한 사례가 학습활동이다. 뇌의 일부분만 무절제하게 쓰면서 혼란스럽게 뒤엉키기 일쑤다. 학습활동을 하면 할수록 잘못된 암기와 이해의 굴레에 점점 더 속박되고 스스로의 생명활동을 죽여 간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토록 암기와 이해에 안달하는 것일까? 오랫동안 훈련하고 길들여온 언어와 개념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기 때문이다. 언어와 개념이라는 유령을 붙들고, 뇌를 혹사시키는 것을 학습을 잘하는 것으로 알고 오랫동안 훈련시켜온 잘못된 습관 때문이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미리 몸과 마음은 온통 ‘집어삼킬 듯이’ 암기하고 이해하려고 안달하게 된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사람들의 학습을 통한 암기와 기억은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애매하고 흐릿할 뿐이다. 암기와 기억에 집착하면 할수록 뇌의 기능유닛들의 유기체적 결합은 저해되며, 뇌는 점점 일부분만 따로따로 혹사해 학습능률은 더 떨어지게 된다. 뇌는 사물의 공통된 특징을 좇아 본 바를 열심히 기억하려 애쓰는 반면, 사람의 마음은 보이는 대상과는 상관없이 이전의 길들여진 언어와 개념으로 상상속의 기억을 따라 부지런히 이해하려 안달하며 엇박자로 혼란스럽게 싸움을 벌인다.

  ‘사과’라는 단어를 본다고 하자. 대개는, 글 전체 맥락 속에서 ‘사과’라는 공통된 특징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충분히 기억되고 이해되기도 전에, 이전에 알고 있는 말과 개념 틀에 따라 ‘사과’라는 단어 하나만 부여잡고 나머지는 대충 읽어버리고 만다. 그러면서, 아주 많은 것을 공부하고 잘 기억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실제는 새롭게 학습한 것이 없고 단지 이전의 학습기억과 개념 틀만 미련스럽게 확인하고 연상한 것에 불과하다.

언제까지 이런 모순과 잘못에 빠져 학습하며 살아가야 하겠는가. 본 연재는 차서브레인(심독법)의 실제를 통하여 이 점을 말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습관과 스스로의 생명활동을 죽여 가는 무질서한 학습활동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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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이 글은 [AM 7]에 게제된 유상님의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