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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이슬람] 서구적 근대화와 이슬람의 부활
앞에서 ‘이자없는 은행’을 이야기하면서 ‘기독교 문화권의 태내에서 나온 자본주의 국가들이 이미 오래 전에 버린 (이슬람과) 비슷한 하느님의 가르침을 순종하는 이런 전통문화가 경제/금융문화로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슬람 경제/금융문화의 존재방식은 당연히 이슬람사회의 파란만장한 ‘근대화’ 과정과 방식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올해는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대중적 혁명이 전근대 전통을 ‘부활’하는 그런 ‘혁명’은 기존의 직선적 역사관에서는 ‘수구 반동적’이다. 그러나 그런 정치적, 문화적 혁명은 양상은 다르지만 대단히 광범위하게 전개되어 왔다. 이슬람식 이자없는 은행도 ‘잔존’한 것이 아니라 ‘부활’한 것이다. 이것은 ‘한국적 근대화’, ‘한국적 민주주의’를 내건 박정희 독재체제가 바로 30년 전에 붕괴되었으며, 이후 다분히 서구적 자유화, 민주화를 통해 발전해 오던 한국이 경제/금융 대위기를 맞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것이 우리는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제기하는 것이며, 이슬람은 우리에게 교사로서, 혹은 반면교사로서 소중한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먼저 서구적 근대화로 성공한 일본의 식민지를 거쳤지만, 유럽에 가까운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은 19세기 말부터 혹은 훨씬 그 이전부터 서구 강대국들의 식민지로 전락하여 ‘서구적, 식민지 근대화’를 강요당했다. 중세까지 서구보다 더 빛나는 문명을 구가하던 중동의 다수 이슬람 국가들은 식민지 해방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서구적 자본주의를 강요받거나 주체적으로 수용하여 근대화를 추구했다. 그런데 이슬람 사회의 서구적 근대화 과정에서 도시화와 이농은 전통 마을과 가족관계의 붕괴를 야기하고, 도시에는 ‘짓밟히고 박탈당한 사람들’이 쌓여갔다. 이슬람과 서구의 가치관, 생활양식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도 심각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근대화하되 서구적 근대화가 아니라 ‘이슬람식 근대화’를 추구하는 광범위한 ‘이슬람 부활’의 운동이 전개되었다. 이런 반서구적인 지적, 문화적, 사회정치적 운동을 대변하는 슬로건은 ‘이슬람이 답이다’라는 것이다. 서구적 자본주의 발전의 결과로 야기된 석유값의 급등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의 경제력을 강화해 주고, 서방에 대항하여 1970년대에 ‘오일 쇼크’라는 형태로 이슬람 민족주의를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1970-80년대에 전개된 이슬람 부활 운동의 핵심 성원은 20-30대의 대학생과 전문직 지식인, 전통적 중산층, 도시 이주민 등이었다. 이들 이슬람주의자들의 주요한 운동 방식에서 주목할 것은 정권 장악보다는 이슬람 학교, 병원, 은행, 복지시설 등을 새로 만들거나, 혹은 기존 기관들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활발한 사회활동을 전개했다는 것이다. 자연히 종교의식은 늘어나고, 이슬람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수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슬람주의가가 대중의 지지를 얻어서 권력을 잡게 되면 자연스럽게 ‘샤리아’라 불리는 이슬람법이 기존 세속법을 대체해 갔다. ‘이슬람’은 단순히 종교가 아니라 총체적인 생활문화인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로코, 이집트, 요르단, 이란에서부터 인도네시아,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그리고 이슬람운동의 방식이나 양상도 단일한 것이 아니라이슬람전통주의, 범이슬람주의, 이슬람현대주의, 이슬람사회주의, 이슬람근본주의 등으로 매우 다양하여 내적 분열과 대립의 양상도 만만치 않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이슬람과 유교문명이 서구 기독교문명의 대적세력이 될 것이라는 문명충돌론을 제기하여 세계적 파란을 일으킨 미국의 사무엘 헌팅턴은 이러한 이슬람 부활운동이 과거 서구의 종교개혁에 비견할 만하며, 프랑스 혁명, 소비에트혁명과 같은 중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독교 문명권인 미국과 유럽의 단결론이라는 시대착오적 대안을 내놓았슴에도 불구하고, 서구적 기독교가 보편종교가 아니듯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더 이상 보편적인 정치경제 사상이 아니라 서구적 사상일 뿐이라는 통찰은 뼈아픈 고백이기도 하다. 아직도 서구사상의 보편성이라는 환상에 젖어있는 서구인들이나 서구 사대주의자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충격적인 말이기도 하다. ‘부활한 이슬람’ 사회경제도 빛과 어둠이 선명하다는 것은 반서구주의자들에게도 당혹스러움과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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