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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와 노무현, 죽은 자의 노예
우리 국민들은 이번에 타계한 노무현만을 부활시킨 것이 아니다. 박정희는 IMF 사태로 민생고가 심해지자 ‘박정희 신드롬’으로 제대로 되살아났다. 북한에서는 죽은 김일성이 북한을 통치하다시피 하고 한국에서는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 내내 박정희 신드롬은 강력했다. 부자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도 철지난 위인 ‘박통’을 존경하니 바로 그 덕분에 MB정권이 탄생하고, 그 정권하에서 노무현은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는 많은 국민들이 자책하며 가슴 속에 노무현을 되살렸다. 어디 그 뿐인가 심각한 이념 대립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몇 백년 전 남의 나라 사람을 살려서 떠 받들고 있다. 경제계는 아담 스미쓰를 하늘처럼 떠 받들고, 노동계 일각은 칼 마르크스를 신처럼 떠 받들어 왔다. 지식인의 세계도 그렇게 분열되어 있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의 노예가 되어 있고,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라 ‘귀신사는 세상’같다. 산 사람들이 선인들의 정신을 기리고, 가르침을 따르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산 사람의 제 정신이 제대로 살아있지 않으면, 사회역사적 존재인 한 인간, 공과가 분명한 인간을 온전하게 보지 못하고 공덕만 눈에 들어오면 죽은 자의 정신적 노예가 되어 버린다. 이 귀신의 노예가 되었다가 저 귀신의 노예가 되었다가 정신없이 춤을 추기도 한다. 사람을 기릴 때 그 잘한 점을 과장하지 말고, 사람을 비난할 때 그 나쁜 점을 과장하지 말라. (譽人不增其美 毁人不增其惡) 논란이 많은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 지침의 하나로 중국에서 종종 인용되는 구절이라 한다. 잘한 점을 과장하는 거품이 있으니 나쁜 점을 과장하는 거품을 일으켜 싸우게 된다.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경제주체의 정신이 살아난다는 것이요, 산 자가 생각의 거품을 걷어내고 죽은 자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하나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리하여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온전한 관계를 맺고 소통하면 산 사람끼리 저절로 소통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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