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 일반적으로 ‘경제적인 것’은 ‘물질적’인 것, 더욱 좁게는 ‘돈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경제적인 것 중에서 ‘이자’라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든, 죄악이라 여기든 이자는 그것을 대하는 인간의 특정한 사고방식과 분리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런 점에서 이슬람경제든, 자유시장경제든 경제란 특정의 사고방식, 행위방식이라는 의미에서의 ‘문화’와 일체를 이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제문제는 물질적 문제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정신적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경제문제의 해결책도 정신-문화와 분리할 수 없슴을 의미한다.  

이슬람문화권에서 사람들이 이자를 죄악시하고, 이자받는 은행이 없는 것은 단순히 이슬람종교 교리, 그 교리의 경제윤리를 따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알라신의 말씀인 [코란]에 근거하여 이자받는 것을 금지하는 샤리아, 즉 이슬람법체계에 기초하고 있다. 이자에 대한 개인적 윤리가 사회적으로 법제도화되어 있으며, 이슬람 경제가 물질성, 정신성과 고도의 사회정치성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문제의 해결이 사회적일 수 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이자만이 아니라 가족의 재산 소유와 상속, 생산-매매-소비의 허용과 금지, 분배 등 경제적 모든 사안이 기본적으로 알라신의 말씀-코란에 따른 법-샤리아에 따른다. 코란에 없는 것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 순나(수나:Sunna)과 그 전승(하디스:Hadith)에 따른다. 하디스에도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법학자 공동체의 합의(이즈마:Ijmā)가 샤리아의 기본이 되었고, 법학자는 《코란》·하디스·이즈마에서 법의 적용을 유추(類推:Qiyas)해 왔다.

전통적 이슬람국가는 최고의 종교지도자가 동시에 최고의 통치자를 겸하는 완전한 정교(政敎)일치제도를 가졌다. 이것은 이슬람의 교조 무함마드가 예수나 석가모니, 공자 등 어떤 다른 성인과도 달리 국가의 최고지도자였다는 데 근거한다. 서구 기독교문화권에서 정교 분리 이전의 시기에도 종교의 최고 권위기구인 교황청이 따로 있고, 국왕이 따로 있었던 것과도 다르다. 최고의 종교지도자가 알라 신의 말씀에 근거하여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하고, 불법과 합법을 판단하는 재판까지 행한다.

이러한 정치 혹은 통치에 근거한 경제제도와 경제생활의 사회적 합리성은 어디서 확보되는가?  한 사회의 구성원이 모두 이슬람교도가 아닐 때, 비이슬람 교도에 대한 샤리아의 적용과 집행은 사회적 합리성이 결여된 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 모두 무슬림이라 하더라도 특정의 코란 내용이나 무함마드 언행의 의 정신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이견, 코란에 없는 사안의 유추, 과거 코란의 현재 적용상의 문제 등을 둘러싸고 원천적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

오늘날 기독교의 가톨릭 구교와 개신교의 갈등 이상으로 보이는 이란-이라크 등 이슬람권 내부의 국가간, 종파간 적대적 갈등, 이슬람 국가 전반의 장기독재화 경향, 이로 인한 무슬림들의 죽음과 사회경제적 고통 등은 이슬람 본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가능할까 ?

또한 맑스주의로 무장한 구 소련의 무덤이 된 이슬람의 아프가니스탄에서 허우적대다가 지쳐가는 또 다른 초강대국, 개신교 미국이 보여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