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세 가지 기본경제문제(6):궁극 목적 없는 생산

ㆍ작성자	달그림자
ㆍ작성일	2011-03-01

생산의 ‘때와 장소’를 묻지 않는 주류 경제학은 생산의 ‘궁극적 목적’을 묻지 않는다. 생산의 주체로 설정되는 기업의 활동, 기업경영의 목적은 물론 ‘이윤’이라는 답을 갖고 있다. 이윤을 추구한다는 것은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은 돈벌이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한 듯이 더 많은 돈이 벌리지 않으면 뭐하러 투자하고, 사업하느냐고 한다.

그런데 더 많은 돈, 이윤은 왜 추구하는가 ? 이것에 대해서는 질문도 없고 답도 없다. 이윤이 남아야 사업을 계속할 것이 아닌가,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느냐. 소박하게는 이런 대답이 흔하다. 그렇다면 이미 그 사람에게 이윤은 사업 혹은 기업 존속의 수단이며, 행복한 삶의 수단이지, 이윤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주류 경제학에서는 이윤 자체를 목적으로 설정하고, 나머지 모든 선택과 활동은 이윤 추구의 도구로 간주한다.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도 이 목적에 종속되어 있고, 노동자의 고용도, 소비자에 대한 판매도 이윤 추구의 수단이 된다.

여기서 많은 새로운 질문이 등장한다. 이윤을 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인간적인가, 윤리적인가 이런 질문에 앞서서 제기되는 것은 궁극적 목적을 생각하지 않는 ‘맹목적 이윤 추구’는 이윤을 실현하는가 ? 정반대의 질문은 이윤을 목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기업은 모두 망하는가 하는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연구에 의하면, 미국 중소기업들의 평균수명이 8.2년인데 비해, 중국 중소기업들은 평균수명이 3.7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기업의 수명이 더 짧은 것은 기업의 현실이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고속성장을 추구하는 방만한 경영으로 자금부족과 관리부실에 직면하기 때문이라 한다. 영리와 성장을 추구하더라도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 그것을 추구하는가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의 경제위기 과정에서 한국이나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던 미국의 기업이나 은행들이 무너지는 과정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바로, 세계적 장수기업이 많은 나라는 대표적으로 이탈리아다. 오래된 세계 10대 기업 10개 중 5개가 이탈리아 기업이다. 세계 최장수 기업 1, 2위는 일본 기업으로 2위는 718년에 설립된 호시료칸이라는 호텔이며, 1위는 578년에 설립된 곤고구미라는 건축회사다. 설립된지 무려 1430년에 이르는 곤고구미는 일본 쇼토쿠(聖德) 태자의 초청으로 일본에 건너간 백제인 유중광(일본명 곤고 시게미쓰) 등 3인이 세 사람의 장인이 세운 건축업체라 한다. 유중광의 후손이 경영하여 2005년까지만 해도 사찰 건립, 보수 전문업체로서, ‘곤고구미가 흔들리면 일본 열도가 흔들린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기업이다. 그런데 일본 거품경제 붕괴의 여파로 마침내 2006년에는 한 중견 건설업체 다카마스건설에 인수되어 운영되고 있다 한다. 지난 해 한국의 부여군은 유중광의 후손 곤고 토시타까를 초청하여 명예군민증을 수여했다.

20세기 대기업들의 수명이 75년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장수기업의 비결은 신뢰, 자부심, 그리고 자금을 바탕으로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윤을 목적으로 앞세우는 사업체가 소비자의 지속적 신뢰를 얻는 것이 가능하며, 경영자 자신이나 동업자, 종업원의 자부심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역사적으로 더 많은 돈벌이를 추구하고, 돈으로 재물과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은 동서양에 많았지만, ‘기업경영의 목적은 이윤’이라고 교과서에서 가르친 것은 세속화된 근대서양의 산물이다. 그것은 영리추구를 죄악시하는, 그러면서도 타락했던 중세 교회의 영혼 중심주의, 내세 중심주의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이제 생존을 위해서라도 돈벌이의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존재 이유’, 혹은 생산 주체의 존재 이유를 묻는 시절이 되었다. 왜 그 사업을 하려 하는가, 그 사업을 하는 사업체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은 사회이며, 자연이기도 하다. 절박하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시절이다. 이것은 비단 기업경영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