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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세 가지 기본 경제문제(4):때와 장소를 모르는 경제학(2)
사람이 자식을 낳는 것을 ‘출산’이라 하지만, 예전에는 ‘생산’이라고도 흔히 표현했다. 사람은 태어난 이래, 물질적-비물질적 소비주체이면서 동시에 생산주체가 된다. 그래서 출산과 사망, 그리고 ‘인구’는 그 자체로서 원초적인 경제학의 주제가 되며, 다양한 사회과학의 주제가 된다. 잘 알려진 맬드쓰의 [인구론]은 사람을 주로 소비주체로 보고, 식량생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식량 소비 인구는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이론으로 인구 증가 억제를 주장했다. 이 이론은 인류 문명에 대한 비관론으로 읽히면서 우파-좌파 낙관론-진보-발전론자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20세기에 ‘신맬드쓰주의’로 불리며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나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에서 국가 주도의 산아제한 정책을 벌이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근래 한국에서는 환경·자원문제와 함께 저출산 문제가 경제활동인구-실업인구 문제 등과 함께 중대한 사회경제적, 정치적 현안이 되어 혼돈스럽다. 이것은 개별적 문제의 다면성과 복잡성을 드러내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주체이기도 하고, 문제 해결의 주체이기도 한 인간 존재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모든 개별적, 구체적인 인간은 어느 때에, 어느 곳에서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머무르고, 옮겨 다니며 살다가,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죽어 삶을 마친다. 이것은 당연히 시간과 장소를 떠난 인간 존재는 없다는 것, 시간과 장소의 제약은 유한한 인간의 기본적 존재방식임을 의미한다. 오늘날 사람들의 결혼 여부, 결혼 이후 출산 여부, 자녀 수, 출산의 시기와 장소, 이 모두 개인과 가정의 문제이면서, 사회국가적, 국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 문제는 서로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기업이라는 존재의 탄생은 ‘창업’으로 표현되는데, 창업 여부, 창업 시기와 장소, 개발된 신제품의 생산-출시 시기와 장소 또한 창업하는 사람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며, 또한 그 시기, 장소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이해관계를 갖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어떤 방식과 근거에서 때와 장소를 묻지 않는가 ? 그것은 ‘시장론’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전통적으로 ‘시장’이란 수요-공급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특정의 공간을 의미했다. 그 ‘시장’은 그 공간의 제도, 문화 등을 반영하여 ‘장이 서는’ 시간의 의미도 함께 내포하여 시장이란 시간적-공간적 존재였다. 이것은 오늘날도 세계 어느 나라이건 ‘재래시장’이란 이름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근대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시장’이란 특정의 공간을 떠나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공급-거래가 이루어지는 추상적인 과정 혹은 메카니즘’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전세계를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여기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묻지 않는 시장’의 관념이 가장 강력하게 현실화된 시절이 바로 지난 30여년의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던 시절이다. 즉 ‘국경없는 무한경쟁’을 내세워 전지구적으로, 공간적 제약이 없이, 인터넷을 도구로 24시간 내내 시간적 제약도 없이 거래하는 자유가 극대화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특히 금융시장에서 가장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그런 질서는 ‘금융공황’을 시작으로 실물공황, 일자리 공황, 재정공황 등으로 크게 약화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묻지 않는 경제학은 시장의 공간을 전지구적인 범위로 확장하고, 시장의 시간도 자유롭게 극대화하고 싶은 욕구와 그 욕구를 실현할 능력이 있는 강대국, 그리고 강대한 경제조직의 이익을 위한 경제학이다. 그것은 결국 강대국과 강대한 조직에게도 큰 내상을 입혔지만, 약소국을 비롯한 다양한 약자에게는 재앙을 초래했다. 그런 가운데 신자유주의의 세계화가 세기적 대위기를 초래하면서 공간 혹은 장소가 어느 때보다 크게 이슈로 부각되었다. 금융시장의 통화간, 국가간 환율, 일반 상품의 원산지와 투자자와 투자처 사이의 현지화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의 구체적인 공간은 무시하더라도, 강대국 조차 자국의 시장, 자국민의 일자리를 위해 공급·생산자의 공간은 문제로 삼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역 재정위기, 지역 권 붕괴 등 다양한 형태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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