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른바 세 가지 기본 경제문제(3):때와 장소를 모르는 경제학(1)
시간과 공간은 모든 존재 그 자체와 분리할 수 없으며, 경제 주체라는 존재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공간을 고려하는 순간, 경제 주체의 단위 설정도 달라지게 된다. 기존의 경제학의 일국 중심성으로 인해, 한 국가 내의 정부, 기업, 가계 등을 주요한 경제 주체로 삼는다. 그런데 이 ‘국가’는 현실에서는 특정 공간을 ‘영토(영해/영공)’으로 갖는 존재이며, 이웃한, 혹은 먼 국가와 조화와 갈등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제 기구’는 국가와 또 다른 차원의 경제주체다. 이 국제 기구는 각국의 회비나 기금을 받아 운영하는 유엔(UN)부터 세계통화기금(IMF), 최근에는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양한 국가간의 기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상공회의소, 국제 노동/사회단체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이들 국제기구는 개별 국가와 그 내부의 다양한 개별 경제주체에도 일상적 영향을 미친다. 생성, 소멸하는 국제기구 들 중에서 국제통화기금이 한국인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뼈저린 체험으로 알고 있다. 제조업은 물론, 농업, 서비스업까지 무역 대상으로 삼은 세계무역기구의 등장 또한 그렇하다. 보다 미시적으로 보면, 개별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다양한 경제단체를 이루지만, 그 기업이 속한 지역에서는 지역의 상공회의소 구성원이 되어, 기업 상호간 관계를 맺으며, 또 지역내 다른 존재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는다. 식당을 운영해도 지역 단위로, 국가 단위로 요식업 협회를 구성한다. 노동조합 또한 업종별로 조직되면서 또한 지역 단위로 조직을 형성하여 활동한다. ‘가계’ 또한 그러하다. 특정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가계’는 그 공간 옆에 있는 또 다른 ‘가계’와 ‘이웃 관계’를 이룬다. 전통적 농촌 사회에서 이 '이웃관계'는 일상적이고 긴밀함에 비해, 전통적 마을 속의 이웃관계가 축소되고 해체되면서 형성된 도시에서는 새로운 양상의 이웃이 있다. 아파트의 경우에는, 몇 년을 옆집에 살아도 인사 한 번 하지 않아도, 이들은 이웃 주민이며, 각 가정이 내는 ‘관리비’라는 이름의 회비로 운영하는 또 하나의 경제주체, 아파트 운영위원회를 매개로 ‘공적 살림살이’의 직·간접 주체가 된다. 국가나 기업이나 가정이나 특정 공간을 점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단위의 경제주체가 다른 주체와 무관한 원자론적 존재가 아니라, 상호관계적 존재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또한 그 사회적 관계가 좌파에서 말하는 ‘생산의 사회적 관계’, 혹은 경제적, 계급적 관계만이 아니라, 총체적, 전면적 관계임이 드러난다. 사회적 상호관계의 여러 측면이나 내용은 구체적으로, 풍부하게 검토해야 하나, 기존의 주류 경제학이 결정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 즉 소유 문제와 이와 연관된 문제들이다. 우선,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이 문제는 어디에서 생산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비로서 실행 가능하다. 그런데 어디에서 생산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시되는 순간, 그 땅이 공유지인가, 사유지인가, 내 땅인가, 남의 땅인가, 우리 나라 땅인가, 남의 나라 땅인가, 이것이 문제가 된다. 가계는 어디서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은 그 곳이 내 땅인가, 남의 땅인가, 집을 직접 ‘생산’할 것인가, 돈 주고 사서 살 것인가, 아니면 전세 들 것인가, 이런 문제와 함께 고려하지 않는 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땅 만이 아니라, 이와 연관된 바다와 심지어 하늘도 문제가 된다. 휴전선 인근의 연평도에서 물고기를 생산하며, 거기서 살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특정, 개인, 가족이나 어업회사의 과제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고도의 국가적, 민족적, 국제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