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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기회라는 말
새해를 맞으며 그래도 갖고 싶은 것이 희망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위기와 절망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위로는 대통령부터 아래로 기업들이나 일반 국민들도 하는 이야기가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다. 듣기 좋고 하기 좋은 말이다. 그런데 누구의 위기가 누구에게 기회인가, 무슨 기회인가 물어야 한다. 위기에 처한 주체와 기회를 누리는 주체가 항상 같지 않다는 것을 많이 보고 겪어 왔기 때문이다. 세상을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보고 대할 때, 타인의 위기와 불행은 약해진 타인을 짓밟고 내가 위기를 벗어날 기회이고, 더 나아가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이 탐욕을 채울 철호의 기회다. 은행 돈 빌릴 능력도 안되는 절박한 사람이 많아지면 사채업자가 채무노예로 만들어 돈벌이할 찬스다. 실업자가 늘어나면 취업사기꾼이 설친다. 전쟁이 나면 군사안보업체는 휘바람을 분다. 10년 전 미국-IMF와 합작하여 국제금융자본은 우리의 외환위기 때 한국의 자본시장 개방, 고금리 이자 챙기기, 부실 대기업과 은행 헐값으로 사들이기로 한 몫 단단히 챙겼다. 이번 위기를 맞아 미국은 은행 국유화, 사기업 지원 등을 통해서 한국 등 다른 약소국에 강요해온 시장만능주의, 이윤지상주의 정책이 오류였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런 상황은 경제위기를 초래한 시장만능주의, 이윤지상주의 사고방식을 근원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경제양식,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상상력을 활짝 열어갈 기회다. 그러나 이 나라 정부는, 큰 기대를 걸지도 않았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경제위기를 맞아 국민의 큰 지지를 받지 못하는 미국-재벌의존 경제정책을 강행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1930년대 대공황은 소득분배 개선, 노조 강화 등 근로대중을 위한 정치개혁의 기회이기도 했다. 오늘날 오바마의 미국은 그런 기미가 보이지만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적나라한 정치위기에 의해 더욱 더 심화될 모양이다. 우리 국민에게 역사적 경제위기는 단순한 새로운 경제의 기회를 넘어선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타인의 위기가 아닌 ‘나’의 경제위기를 사회적 삶의 기회로 만드는 기회, 혹은 어리석은 탐욕의 기회가 아닌 지혜로운 상생의 기회로 표현할 수 있을까. 축복은 고난의 보자기에 싸여서 온다고 하더군요. 새해의 역경을 이기고 두루 넉넉한 부자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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