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등록 비번분실
한 시대의 철학은 다음 시대에서 평범한 상식에 불과하다.
 Home  > 사람의 경제  > 본문
어느 중남미 국가 여행기(2-1)
작성자 달그림자
작성일 2017-03-12
   
어느 중남미 국가 여행기(2-1)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google+로 보내기

숲에서 나와야 숲이 보이니,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행은 단순히 레져가 아니라 견문을 넓히고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소중한 재충전과 교육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잠시나마 미국에서 살게 된 기회를 살려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쿠바다. 이미 세계 도처에서 쿠바 여행 열풍이 불고 있다. 가까운 유럽과 캐나다, 그리고 최근 오바마 정부에서 공식 수교한 미국은 물론 멀리 아시아의 중국, 일본, 한국 사람들도 몰려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쿠바 여행 안내서가 10여권이나 될 정도다. 이렇게 많은 나라 사람들을 부르는 매력은 알고 있는 것보다 많았다. ‘카리브 해의 진주’라 불리는 쿠바의 빼어난 자연 풍광부터 오랜 스페인 지배와 미국 지배의 역사 유산, 쿠바 특유의 춤과 노래, 시가, 유기농, 올드 카, 마지막 사회주의, 체 게바라 등등은 쿠바에 ‘스타벅스가 들어가기 전에 쿠바다운 모습을 보자’는 사람들을 대거 불러들이고 있다.

쿠바 사회주의 혁명 이후 사활적 적대관계를 이어온 미국 현지에서 쿠바로 갈 경우, 아직도 단순 여행은 허용되지 않고, 형식적이라 하더라도 교육적 목적 등 8가지 목적 중 하나를 고르게 한다. 이 외의 큰 사회문화적 장벽은 쿠바 사람들이 영어를 거의 쓰지 않고, 구 지배국 언어인 스페인어를 쓴다는 것과 인터넷이 거의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로 발걸음이 가게 하는 힘은 콜럼부스 이래 최초의 근대적 유럽 식민지와 탈식민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역사를 모두 두루 경험한 나라, 북한과 함께 아직 사회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에서 나왔다. 지리도, 언어도 잘 모르고, 인터넷 도움을 못 받지만, 미리 오프라인에서도 작동되는 구글 자동번역기와 지도 앱을 다운받아 감으로써 거의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고, 기대는 실제로 충족되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에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 쿠바 아바나까지는 거짓말처럼 불과 4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새삼 동족임에도 불구하고 오도 가도 못하는 남북한, 죽자 사자 갈등하는 남북관계를 떠올리며 잠시 착잡한 마음에 빠지기도 했다. 쿠바의 독립영웅 호세 마르띠의 이름을 딴 수도 아바나의 국제공항에 내리자 눈에 들어온 사방의 붉은 색 디자인은 이 곳이 사회주의 나라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중국 화웨이, 한국 삼성의 광고가 두드러지게 많아서 중국과의 관계가 가깝고, 한국과의 관계도 상당히 긴밀함을 알게 해 주었다.

한국인 여행객이 많이 묵는다는 숙소로 가기 위해 탄 택시 기사는 처음 접한 쿠바인인데, 인상이 좋았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 이래 형성된 구 시가지 올드 아바나로 가는 길에 보이는 모습들은 과연 전세계에서 이곳 아바나에서만 볼 수 있는 다른 세상의 모습들이었다. 1492년 콜럼부스의 1차 원정 이래 1898년까지 장장 400여에 걸친 식민지 지배 시절 동안 지어진 고전적인 유럽풍의 건물들이 즐비한데 잘 가꾼 건물들도 아직 많다. 반면에 주택, 상가로 쓰는 건물들 중에는 낡은 모습이 완연하고, 주렁주렁 내걸어 놓은 빨래는 동서고금의 변함없는 일상생활을 내보여서 차라리 정겹지만, 위험해 보이는 건물도 많았다. 나중에 본 신시가지 뉴 아바나와는 달리 거리가 매우 지저분하기도 했다. 길에는 신호등이 있는 경우가 드물고, 횡단보도가 있거나 없거나 아무 데서나 차를 피해 사람들이 길을 건너는 모습은 무질서한 자유라 할 만한 풍경이었다.

전반적으로 거리나 공원의 사람들 모습은 아주 자유롭고, 활기있고, 그러면서도 ‘경쟁’에 찌들지 않는 여유로운 모습이어서 선입견의 ‘공산독재국가’의 느낌은 거의 나지 않았다. 낮이나 밤이나 거리의 식당에서 술마시는 모습, 흥겹게 춤추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어서 총기문화로 술 판매와 음주 단속이 심하고, 밤에는 나다니기 힘든 미국보다 훨씬 더 안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호텔 외에는 인터넷이 거의 안되어서 와이파이가 잡히는 호텔 주변의 길에 젊은이들이 몰려있는 모습이나 환전은행 혹은 대형 마트 조차 호기심에 사진을 찍으려 하면 제지하는 안전요원이 있어서 이곳이 아직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게 많은 공산주의 국가이구나 싶다.

거리를 누비고 다니는 오래된 자동차들 모습은 쿠바가 ‘시간이 멈춘 나라’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1950-60년대 최고급 캐딜락 같은 차부터 자전거를 개조한 삼륜 택시, 마차까지 매우 다양하다. ’70-80년대에 나온 한국의 대우, 현대 차가 반갑고 일본의 차들도 많았다. 이렇게 낡은 차가 많은 것은 사회주의 혁명 이후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혁명 이전의 차들을 50여년간 고쳐가며 쓰고, 더러는 중고차를 추가로 수입해서 그렇단다. 낡아서 심한 매연을 유발하는 이런 차들 모습은 안타까움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살아있는 ‘자동차 박물관’으로 보여 관광자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이렇게 고쳐가며 쓸 수 있는 것을 얼마나 쉽게 버리고 자원을 많이 낭비하는지 자각하게 해 주기도 한다.

숙소로는 혁명 이전부터 있어 온 호텔들, 최근 지은 호텔들이 많고, 이 외에 관광객이 묵을 숙소는 가정집의 방을 빌려주는 ‘까사(casa)’가 거의 전부이고 게스트 하우스도 더러 있다. 아바나에만 일주일 머물면서 묵은 집은 세를 주는 여유방이 세 개나 되는 제법 큰 집이었다. 하루 밤 25쿡(=25달러)를 주었는데 오래된 한국의 LG 에어컨부터 샤워기 등이 갗추어져 쓸만하고 미카엘이라는 젊은 주인 부부는 어질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집의 간단한 아침 식사는 3-5 달러에 과일, 커피도 제공되었다.

식당은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부터 동네 피자집, 좋지 않은 물로 요리를 해서 배탈이 나게 하는 질낫은 식당까지 매우 다양하다. 여행 중 만난 캐나다의 한국 교포는 배탈이 여러 번 났다면서 함께 최근에 개업한 아바나 유일의 한인식당에 갔는데, 여기서 김치찌개를 먹고는 ‘보약이 따로 없다, 이제 살 것 같다’고 했다. 혼자 여행 다니는 모습을 보고, 매일 매춘을 권하는 사람이 달라붙어서 지겹다고 한 얘기는 사뭇 충격적이었다.

쿠바의 물가와 경제는 일종의 이중경제구조를 이루고 있다. 물가가 낮은 나라들에서 유사한 경우를 더러 보게 되지만, 쿠바에서는 주로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업소에서 쓰는 화폐와 현지인들이 정부 배급품 구매나 농산물 구매에 주로 쓰는 화폐를 아예 달리 발행, 유통하는 이중적 화폐제도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 현지에서 ㄷ소 혼란을 겪게 된다. 미국 1달러와 쿠바 1페소(Peso)는 1:1로 교환되는데, 쿡(CUC)이라고도 하는 태환가능한 페소(Convertible Peso:CUC)가 있고, 이것보다 액면가가 낮고 모네다(MN)로 불리는 태환불가능한 페소(CUP)가 있다. 외화로 바꾼 1꾹으로는 25모네다의 현지 화폐를 구해서 소액 거래에 쓸 수 있다.

그런데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업소 물가의 경우, 저렴한 아침 식사는 1달러에도 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이중화폐제도를 이용하지 않으면 화폐가치가 크고 소득이 높은 외국 관광객이 너무 많은 자원을 소비하게 되는 문제가 있겠다고 쉽게 짐작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해결책은 또 다른 중대한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외국인을 상대하는 숙소 주인이나 택기 기사는 하루에 25쿡은 쉽게 벌게 되는데, 이것이 공무원의 한 달치 월급소득에 해당한단다. 매춘도 마찬가지의 지하경제였다. 그러니 ‘달러경제와 모네다 경제’의 이중구조는 심한 경제적 양극화와 가치관의 혼란을 낳는 진원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 자료를 보면, 카스트로 형제가 1959년 이래 장기집권해 온 쿠바의 행복지수는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물론, 인근 멕시코, 한국보다 훨씬 높고, 미국과 비슷한 세계 10위권이란다. 뒤집어 말하면 미국의 행복지수가 쿠바 수준 밖에 안되고, 한국은 이보다 더 낮다는 것이다. 북한과도 그렇게 다른 이유는 제한된 자료와 공부로 알 수 없고, 의문만 갖고 있다.

쿠바 사회경제의 전반적, 역사적 상황이 궁금하여 자료를 구할 겸해서 외국 기관들이 많은 뉴 아바나 지역 미라마르 무역센터의 한국무역공사(KOTRA) 아바나 무역관 사무실을 방문했다. 개설된 지 10년이 지난 코트라는 아직 한-쿠바간 공식 국교가 없는 상태에서 무역업무만이 아니라 다소간은 영사관 업무도 겸하고 있었다. 지인의 소개로 관장을 만나서 ≪쿠바 방문 참고자료≫를 구하고, 미국과 달리 한국과 쿠바 국교 정상화는 왜 안되고 있는지 물어 보았다. 아무래도 쿠바가 북한과 오랜 동지적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동생 라울 카스트로도 내년에는 자리를 모두 내놓는다고 했으니 좀 더 변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했다.

이 자료를 보니, 쿠바에 대해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베트남 다음의 세 번째 교역국가다. 발전기, 자동차 관련 제품이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고, 술, 시가 담배, 설탕과 커피 등이 주요 수입품이다. 그런데 아직은 직접 교역을 하지 못하고, 멕시코 등 제3국을 통한 간접교역을 하고 있는 형편이라 교역량이 많지는 않다.

쿠바 내부 사정에 대한 소개를 보니, 2011년, 14년만의 6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피델 카스트로가 당 제1서기직을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넘기면서 300여 개의 주요 경제사회개혁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생필품의 정부 배급제를 축소, 폐지하고, 대신 주택임대업, 운수업, 수리업, 개인식당 등 자영업 업종을 허용하고 이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주택매매도 허용하여 부동산 시장이 등장하였다. 50년간 금지되었던 중고자동차 매매도 허용되고, 소수 특권층 아닌 일반인 신차 구입도 허용되었으나 실제로 살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와 함께 국가평의회 내 감찰기구 기능을 확대하여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외국인 회사 3개사가 폐쇄되기도 했다.

사회주의 모국 소련의 붕괴로 원조가 중단된 이후 살아남은 사회주의 쿠바가 남북한을 비롯한 온갖 나라와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현장을 여행자로서 호흡하고 있음을 이 자료를 통해서 새삼 알 수 있었다.
 
 

Copyrightⓒ(주)방하 All right reserved.

주소 : 서울 양천구 오목로 182 미덕빌딩 201호  1566-4995 / 대구 수성구 범어동 250-4번지 053-741-0576

W3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