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의 법칙

독일의 심리학자 빌 마허가 사회적 규범과 사회구성원들의 행동양식과 관련한 실험을 했다, 실험은 극히 간단한 것이었다. 공중전화 부스를 설치하고 <남성용>, <여성용>이란 표시를 했다, 그렇게 했더니 사람들은 의례히 남자는 남성용 부스 앞에 줄을 서고 여자는 여성용 부스 앞에 줄을 쭉 섰다, 줄이 아무리 길어도 상대편 줄로 넘어가지 않았다, 

전화 부스라는 것을 놓고,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지만 대중들은 그것을 따지지 않고 줄을 선다, 비합리적인 것이라 해도 일단 규범이 주어지면 도식화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실험 결과에서 인간의 행동양식에 관한 법칙, 권위에 대한 복종(Obedience to Authority)이 확인된다, 대중들은 권위에 대해서 복종하는, 굴종하는 그런 심리법칙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누군가가 먼저 기준을 세우고 어떤 틀거리를 만들고 규칙을 정하면 일반 다수 대중들,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대립으로 몰아가는 것도 그런 예의 하나일 수 있다, 보수가 뭔지 진보가 뭔지도 모르고 좌가 뭔지 우가 뭔지도 모르지만, 줄세우기를 하면 그냥 부화뇌동하는 심리요인이 있다, 

막상 우리가 그렇게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인간의 이성과 합리를 이야기하지만 인간은 대단히 충동적이고 감각적인 행동을 하는 존재라. 라는 이야기다, 아무것도 아닌 기준, 따지고 보면 별의미도 없는 어떤 기준을 세우면 그 기준, 그 권위에 굴종하는, 복종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런 판에서는 합리는 실종되고 줄세우기를 합리화하는 논리가 득세한다, 또 줄세우기는 싸움을 만드는 유효한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