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세계가 월가의 시위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지만 이것을 사회사적으로 어떻게 개념화할 수 있고 평가할 것인지, 그리고 차후 이것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 먼저 이점을 보자, 월가의 시위 일년 전, 2010년 10월 프랑스의 연금법에 대한 파리의 대규모시위와 폭동이 있었다, 그리고 금년 8월 긴축재정에 항의하는 런던의 시위와 폭동이 있었다,

그러니까 월가의 점령(OCCUPY DC)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는 일련의 사태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이 일련의 사태는 세계사의 새로운 조류로 등장하고 있는 행동주의(ACTIVISM)의 서막이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지금의 ‘행동주의’는 아직까지 이론적으로 또 사회사상적으로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 신조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사회주의, 신자유주의와 차원의 개념과도 같이, 어쩌면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사상사적 개념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행동주의는 다양한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는, 딱히 사회정치적 지향성도 없고 조직도 이념의 배경도 없이 애매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또 그 동력의 정체성이 포착이 되지 않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자연 소멸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일단 표면화된 것은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가령 월가의 경우, 구제금융으로 회생한 금융권들, 은행 증권사들은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몸서리 날 정도로 연봉이 높다, 그러나 서민들은 가계부채에 짓눌리고 경제위기 속에서 실직하고 있다, 구제금융으로 겨우 파산을 면한 자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돈 잔치를 벌이는 것, 이게 인면수심이라는 거다, 여기에서 금융자본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다,

유럽의 경우도, 서민들의 연금이나 학자금에 대해서는 긴축을 하면서 금융자본에 대해서는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부유층들의 세금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는 것, 이에 대한 소외된 층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월가의 시위가 유럽으로 파급되고 있다,

요약하면 일단 특권적 부 - 책임성이 없는 부에 대한, 다양한 불평불만이 현재의 각자위치에 빚어져나오고 있는 것이 현재의 행동주의라고 할 수 있다,

● 지금의 행동주의는 과거의 행동주의와는 분명히 다르다, 과거의 행동주의는 이데올로기적 실천을 향한 것이거나 아니면 조직적 실천 - 그것이 정당조직에 의한 것이든 사회운동조직에 의한 것이든 - 조직적 실천이었지만 지금의 행동주의는 탈이데올로기, 탈조직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무형적이라고 할까, 무정형의 행동주의다, 바로 그점 때문에 정치학자나 사회학자들도 이를 정리하는데 당혹스러워하는 한다, 달리 말하면 계급이나 계층적 분석, 이념적 분석으로 접근할 수가 없는 보이지 않는 힘(hidden force)의 정체를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행동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힘(hidden force)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은 오랜 동안 누적되어온 것이다. 기성의 정치권력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제반분야에서 기성의 이념이나 조직들이 담아낼 수 없는 소외층들의 불평과 불만의 누적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누적분이, 1대 99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임을 유의해야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과 유럽의 양당제도 하에서도 상대적 지지는 있어도 절대적 지지자는 소수라는 현상,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무당파가 압도적이라는 현상을 보인다, 이게 정당제의 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도 위기다, 이게 선거판의 결과로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리고 우파적 이념이건, 좌파적 이념이건, 보수적 이념이건, 진보적 이념이건, 기성의 이데올로기와 이념에 대해서는 이미 내성이 생겼고 그것으로 붙잡을 수 없고 길들일 수 없는 대중들이 있다, 이 또한 보이지 않는 힘의 누적이다,

또한 기성조직들 - 정당조직, 노조를 비롯한 각종의 이익조직들, 사회운동, 시민운동, 문화조직들에서 소외된 대중들은 압도적이다, 조직은 1프로의 조직이었고 99프로는 둘러리였다, 기성조직으로는 더 이상 대중들의 요구를 담을 수 없다, ‘자아폭발’을 감당할 수 없다, 이 또한 보이지 않는 힘의 누적이다,

이밖에도 각종 제도와 정책의 무수한 희생자들, 침묵을 강요당한 무수한 피해자들이 있다, 이들도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러니까 월가의 시위만을 볼 게 아니다, 행동주의의 ‘보이지 않는 힘’ 은 세계사적으로 광범하게 누적되어 있다는 것, 마치 아직 분출되지 않은 용암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기존의 정치학이나 사회과학적 개념틀로서는 포착이 되지 않는 것일뿐, 신자유주의 이후의 세계사는 ‘보이지 않는 힘’, 이것이 역사의 동력이고 그것이 행동주의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사회구성의 힘은, 영웅과 같은 조직의 리더에 의해서, 또 엄청난 아이디어로 조직되고 이끌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합주의 조직이든 혁명적 조직이든 조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조직적인데 어떤 조직보다 더 강고한 힘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강고하지도 않고 ‘저러다 말겠지’라는 정도다. 불평 불만이 휴지쪽처럼 널부러지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이건 한 단면이다, 실제는 폭발력을 잠재하고 있는 용암과도 같은 것이다,

●어떻든 행동주의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특별히 조직화되지는 않았지만 조직적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흔히 소셜네트워크니 SNS의 역할을 많이 강조한다, 조직화에서의 미디어의 역할을 강조한다, 북아프리카 사태도, 월가의 점령에서도 그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것은 SNS의 역할을 과대포장한 이야기다, 단적으로 말하면, SNS도 없던 시절의 시민혁명이나 사회주의 혁명은 더 폭발적이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SNS가 아니어도 사람을 통해서 심금을 통해서 이심전심으로 이미 깔리고 있다는 거다, 그게 행동주의의 근본적 힘이다, 사람이 미디어다, 이게 행동주의의 폭발력이다, 때문에 행동주의는 미디어의 조작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__________________

* 다음 글에서 ‘행동주의는 어디로?’라는 문제를 취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