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원죄

◉ 세계사적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당대의제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이상적 제도라는 신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정치 권력의 부패와 무능, 그리고 시민의식의 쇠퇴라는 측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정도이지 민주주의의 원죄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 민주주의의 기원으로 돌아가보자, 민주주의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폴리스)에서 유래했고 데모스(Demos,민중,시민, 다수)와 크라티아(Kratia, 권력 또는 지배)의 합성어인 데모크라티아(democratia,국민에 의한 지배)가 민주주의의 어원이다.

그러나 국민이라 해도 좋고 시민이라 해도 좋은데, 이것과 권력은 양립할 수 있는 개념일까? 권력과 민주라는 것이 양립할 수 있는 것일까? 그래서 국민에 의한 지배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일까?

◉ 근대민주주의라는 것이 고대 중세의 권력과 다른 바는, 선거에 의해 선출된다는 것, 그래서 세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권력의 생산공식, 생산방식에서는 민주적이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다수결원리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에서는 쪽수만 많으면 그것이 정의이고 진리이다, 정당성을 확보한다, 그래서 쪽수만 확보하면 그만이다,물론 여기에 짙은 그늘이 있다, 중우정치와 그것의 변형인 포퓰리즘 등이 그것이다, 어떻든 선거철에는 주권이 존중된다. 권력의 생산과정에서는 국민주권, 시민주권이 대접받는다,

그러나 일단 권력이 등장하면, 정부의 구성이나 권력의 통치, 운영에서는 권력의 의지가 민주적인 것으로 둔갑된다, 그것은 임기동안 보장된다, 그러니까 권력의 형식은 민주적으로 포장되지만 권력의 실질적 내용은 민주가 보장되지 않는다, 보장할 수 있는 근거자체가 없다, 달리 말하면 주권을 위임하는 형식 - 선거는 민주적이지만 일단 위임되고 나면 민주에 대한 책임성은 없다, (* 현실의 정치에서 권력의 견제장치로서 삼권분립등을 말하지만, 회전문 인사와 정경유착, 권력과 언론의 담합등은 견제장치를 무력화시킨다)

◉ 뒤집어 물어보자, 왜 권력을 장악하려는 것일까? 정말 권력이 공적개념으로 연소할 수 있는 것이라면, 민주적 가치, 민본적 가치로 연소할 수 있는 것이라면 권력에는 아무 매력이 없다, 남는 게 없다, 그러나 당선만 되면 권력을 사유화할 수 있으니까, 권력의 사유화 그것을 민의(民意)의 대변으로 포장할 수 있으니까 권력을 잡으려 하고 정치는 언제나 호황을 누린다,

권력을 사유화할 수 있는, 권력의 잉여 - 민주적으로 행사되지 않을 권력의 잉여가 정치의 매력이다, 그런 매력이 없다면, 정치는, 직업적 정치는 막을 내릴 것이다,

소위 보수든 진보든, 좌파든 우파든 그들의 권력에 합의하는 바가 있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머리터지게 싸우지만, 권력은 잡으면 그만이라는 점에 대해서, 권력의 사유화를 용인한다는 점에서, 권력의 사유화는 전리품과 같은 것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되어 있다, 권력 그자체의 야만성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 국가와 권력의 발생기원으로 돌아가 보자, 정복에 의한 지배 - 피지배관계를 축으로 국가와 권력이 등장한다, 왕토는 사적개념이었다, 그 지배하에 있는 신하와 백성은 신민(臣民)이었다, 그러니까 권력은 정벌과 복속이란 야만을 먹고 자란 야만의 종자다, 이게 권력의 기본 속성이고 권력의 뿌리다,

그러니까 선거제도, 법치주의 등을 말하지만, 형식상의 전변은 있지만 권력의 속성, 권력 사유화의 속성, 야만의 속성은 정제되지 않았다, 권력을 전리품으로 여기는, (정복전이 아니라 선거전이라 해도) 전리품으로 여기는 관성은 유지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 정권인수과정에서, 권력의 이양과정에서, ‘점령군’이란 용어가 공공연히 등장하는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이 점도 보수나 진보나 다를 바 없다, 권력에 진입하는 스팩이 다를지 몰라도 ‘점령’의 개념에서 다를 바 없다, 권력에서 ‘민주’라는 개념은 없다,

◉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버전을 개선하는 것은, 권력의 야만을 정제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권력의 사유화를 막을 수 있는, 권력의 야만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마치 돈을 빌리면 갚아야 하는 것 처럼, 채권 - 채무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권력의 오남용에 대해서, 냉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체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앞의 글 참조)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라는 것은 언제든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처럼 악취를 풍기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