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가치가 내일의 가치는 아니다. 비록 오늘 이 시점에 높은 시장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적인 것은 아니다.

가령 지금 잘 팔리고 잘되는 장사가 1년 뒤를 기약하지 못한다. 소프트웨어만 해도 몇 달 뒤를 기약하지 못한다. 오늘의 가치가 내일의 가치일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의 인기가 내일의 인기일 수도 없는 것이다. 빌딩부자가 하루 아침에 빚쟁이가 되고 부동산 거지가 될 수도 있는 시절 아닌가?

우리는 지금 이 시점의 가치, 인기를 기준해서 그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저울질하려고 하지만, 가령 10년이라는 세월은, 이 격동의 시대에 10년 뒤의 변화라는 것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10년이란 세월은 경제적 전망치로서 무의미한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전망이란 것은 불과 몇 달 뒤를 내다보지 못한다. 한다. 하물며 10년이란 것은 예측 밖의 시간, 예측력을 벗어난 시간이기 때문이다.

1929년 대공황의 경우, 전혀 예측된 바 없었다.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예측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공황국면에서 사태를 인지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했을 정도였다. 우리들의 예측력이란 것이 그런 정도다. 대공황도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미련하다.

우리는 날이면 날마다 경제타령으로 살고 있는 바이지만, 이를테면 경기회복에 목을 매달고 살고 있는데, 이를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운명은 경기의 처분에 맡겨져 있다는 이야기다. 인간이 경제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인간을 좌우하는 것으로 그렇게 인간과 경제는 완전히 전도되어 있다. 인간의 경제가 아니라 경제의 인간으로 전락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경제는 인간의 조절과 통제를 넘어서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어디로 튈지를 알 수도 없는 럭비공처럼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이 위기의 중상을 말해주는 또 다른 지표일 것이다.

우리가 이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가치가 내일의 가치일 수 없다는 것, 가치체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것, 역사는 그렇게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의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그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전망하고 거기에 자신을 맡긴다는 것은, 마치 떠내려가는 강물에서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우를 범할 수 있다..

(2)

오늘 우리는 시장가치를 말하고 있다. 시장가치가 유일한 가치적도가 되어 있고 그것으로 모든 가치평가가 획일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가치라는 것은 간명하게 말하면 얼마나 돈벌이가 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것이 인간적 삶에 그리고 사회적 진보에 필요한 것이냐의 여부는 묻지 않는다.

그러니까 시장가치라는 것은 인간적 가치, 삶의 가치와는 무관한 것이다. 도덕적 가치와도 무관한 것이다. 인간적 가치가 없더라도 도덕적 가치가 없더라도 시장가치는 그와 무관하게 성립될 수 있다. 인간을 타락시키든 자연환경을 파괴시키는 것이든 상관이 없다. 그러니까 시장가치라는 인간적 생존과 인간의 삶과는 괴리되어 있는 가치인 것이다. 말하자면 가치의 정체성이 없는 가치인 것이다.

때문에 인간의 가치, 삶의 가치와 무관한 그것과 괴리되어 있는 시장가치란 것이 영구적인 가치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변할 수밖에 없는, 한 시대의 가치일 뿐이며 언제이건 몰락할 수밖에 없는 그런 태생적 운명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것은 결코 객관적 가치도 아니며 인류사의 보편적 가치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길게 말할 수는 없지만, 역사는 보편적 가치의 회복을 향하여 요동칠 것이다. 인간의 가치, 생활세계의 가치의 복원을 향하여 몸부림칠 것이다. 그 도정에서 시장가치는 몰락하게 될 것이다. 가치체계의 전환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이성이 아닐까? 위장된 가치로부터 진정한 객관적 가치의 회복을 향하는 것이 역사의 이성이 아닐까?

타이타닉호의 침몰, 그 이전과 그 이후를 놓고 보자. 침몰 직전의 환락과 쾌락이라는 가치, 시장가치라는 것들도 타이타닉호의 침몰과 함께 침몰한다. 허위의 가치들은 그렇게 침몰하는 것이다, 오직 생존이라는 가치만 남고. 그러니까 순식간에 가치는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장가치라는 것은 결코 미래적인 가치는 아니다. 더구나 오늘날의 시장가치라는 것은 내일의 가치일 수는 없는 것이다. 어차피 인간의 가치도 삶의 가치도 아닌 것이므로.

이 시대를 위기와 혼돈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것은 가치의 혼란기, 가치체계의 전환기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시장가치로부터 생활세계의 가치로 이행하는 그런 전환기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오늘의 이 혼돈과 위기적 양상이란 것도 생활세계를 회복하는 역사적 전환기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이 시대는 어떤 가치를 붙잡아야 하는가? 미래적 생존을 향해서는 어떤 가치를 잡아야 하는가? 가치체계의 전환시대에 우리는 어떤 가치를 붙잡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