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자아발견의 시대가 아니다. 자아가 마구 삐져나가는 자아 폭발의 시대이다. 정의성 없는 자아, 자기 하고 싶은 데로 분출하는 자아, 천방지축으로 날 뛰는 자아가 폭발하는 시대다. 그러나 그렇게 과잉된 자아를 담아줄 세상은 없다.

그러면 인류사는 어디로 되는 것일까? 인간 스스로가 의지적으로 탐욕과 욕망을 절제할 가능성, 지적 도덕적으로 급성장하면 자아폭발을 중지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미 뚜껑이 열린 자아폭발이 절제되면서 평화로운 질서로 귀환할 가능성은 없다.

결국 폭발의 임계점에서 무한 팽창을 지향한 에고(ego)들 간의 무한 충돌 과정이 불가피하다. 그 과정에서 자아의 정제과정을 거칠 것이다. 이기적 자아, 이욕적 자아, 과잉된 자아가 순화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 시행착오의 과정은 거대한 혼돈이며 대단히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마치 용광로에서 불순물이 걸러지듯 과잉된 자아가 정제되는 과정일 것이다.

예컨대 개인주의적 자아, 이기주의적 자아를 사회이성 내지 역사이성으로 순화시켜 내는 과정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가 분리되지 않는 사회의식이 내재적으로 함양된 자아로 진화하지 않을까?

자아폭발의 거대한 혼돈 과정에서 정제된 자아만 남는다. 이기적 자아에서 사회적 자아로 진화할 수 있는 자아만 남는다.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율이 어느 정도일지 계측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또 다른 의미의 1%일지 모른다.

‘정제된 자아’는 어떤 자아를 의미하는 것일까? 단순히 도덕적인 자아가 아니다. 소통하고 협동할 수 있는 자아, 즉 사회성을 갖추고 있는 자아일 것이다. 거대한 혼돈의 수렁을 빠져나올 수 있는 일차적 관건이 사회성이기 때문에, 사회성이 없다면 혼돈의 수렁에서 난파할 것이기 때문이다. (폭발된 자아들간의 연접면을 확보하는 것이 사회성이다)

그리고 생산성이란 문제가 있다.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있어야 하듯이 사회성을 받쳐주는 생산성이 있어야 한다. 사회성이 없는 생산성도 없지만 생산성이 없는 사회성도 없기 때문에, 새로운 역사시대를 열어가는 자기 생산성이란 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소위 시장생산성이나 기업적 생산성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생산성이란 문제, 이 문제가 등장한다. 어쩌면 새로운 생산성을 갖는 아이디어의 1%, 새로운 사회를 담아낼 1%가 다음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끝으로 이점은 하나 정리해두자. 우리가 아직도 근대인문을 이야기하고 르네상스를 이야기하는데, 자아폭발의 시대와 함께 근대 인문도 몰락했다는 것, 이제 새로운 인문혁명이 필요하다는 것, 그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근대인문에서 발견한 자아가 폭발하는 시대이니까, 개인주의적 자아에서 사회적 자아로 진화하는 시대이니까, 그에 상응하는 인문의 혁명이 필요한 시기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인문혁명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