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재벌기업 3세의 횡포한 갑질이 사회적 사건이 되고 있다. 이 사건이 있기 직전만 해도 선망의 대상이 되던 인사가 이 사건으로 인해서 하루아침에 비난과 증오의 공적처럼 되었다.

이 사건의 행간에서 갑(甲)이 무너지는 공식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갑(甲)은 스스로 무너진다는 것이다, 견제를 받지 않은 독선과 횡포, 그리고 탐욕에 의해서 스스로 무너진다는 것이다. 독선과 횡포와 탐욕이 자기 조직을 스스로 파괴한다는 것이다.

치근 재벌 3세들에서 이런 증상들이 표출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아야할까? 1세대들은 어떻든 자력으로 기업조직을 세우고 이끌었다. 그러나 그 후세들은 자력으로 최고 경영자의 지위에 오른 것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경영자로서 성장한 것도 아니다, 혈족이라는 그 이유 하나로 오너의 위치를 단번에 승계했다.

때문에 그들에게서 수만 명의 거대조직을 이끌 덕성이나 지도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행히 그들의 능력과 덕성이 조직을 감당할 수 있다면, 조직의 건강성은 지속될 수 있지만 그들의 능력과 덕성이 조직을 감당할 수 없다면, 그 조직은 병들고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3세들은 자신들의 오만과 독선, 횡포를 견제할 수 없는 수직적 위계질서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것을 강력한 리더쉽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그런 후진성 때문에 선진화의 경영혁신을 수용할 수가 없다,

세계사적으로 경제의 생태계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위기는 일상적이다. 그래서 ‘변화’와 ‘혁신’을 할 수 없는 조직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만과 독선과 횡포와 전횡에 자만하는 갑(甲)들은 조직원들에게는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스스로는 변화를 거부하는 후진성을 떨치지 못한다. 그들의 후진적 생리, 권위적 생리는 선진화와는 애당초 궁합이 맞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갑질을 경영능력과 동일시하는 그들에게는 위기의 파고를 넘어갈 수 있는 미래적 진화의 싹이 보이지 않는다,

(2) 재벌기업들의 안전성 내지 안정성이란 측면에서도 볼 때도 갑질은 스스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 8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것을 냉정하게 보면, 그것은 가진 자의 ‘선행’이라기 보다는 ‘자기 보험’이다. 적대와 증오와 질시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보험의 의미가 있다, 횡포한 부(富)와 덕성이 있는 부를 놓고 볼 때 어느 것이 안전성이 있고 지속가능할까?

(*조선 봉건 시대의 부자들도 홍수가 들고 가뭄이 실할 때는 소작료를 탕감해주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갑(甲)은 그런 지혜가 없다, 그래서 더욱 각박하고 각박할수록 을(乙)의 적대와 증오가 증폭되고 그럴수록 갑도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자기 집 담장을 높이고 첨단 경비시설을 설치한다고 안전할 수 있을까? 정말 甲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자들은 을(乙)이란 것을 잊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 사태를 보아도 그렇다.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그렇게 위세가 등등한 甲, 선망의 대상이 되던 甲이 한 순간에 우리 사회의 공적으로 지탄받고, 모두가 등을 돌리는 것이 무엇을 말해주는가?

(3) 다시 이야기 초점을 을(乙)로 옮겨보자. 을(乙)에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 있을까? 그들에는 미래적 진화의 가능성, 진보의 가능성을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을(乙)에도 희망이 없다,

간명하게 이야기하자. 아이들에게 살인적 공부를 시키는, 가계가 휘청거리는 사교육을 시키는 목적이 뭔가? 자식만큼은 ‘큰 소리치고’ 살라고, ‘떵떵거리면서’ 살라고, 편히 살라고 그게 목적 아닌가? ‘큰 소리치고’ ‘떵떵거리면서’ ‘편히 사는’게 무언가? 갑(甲)이 되라는 것 아닌가? 슈퍼 갑(甲)은 못되어도 하다 못해 거기에 줄을 서서라도 편히 살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일류대에 목을 매는 것 아닌가? 갑질을 욕하지만, 그러나 갑질을 당하는 을에서 벗어나서 갑의 대열에 들어가고자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우리들의 광적인 교육열의 원인이 아닌가? 그러니까 을(乙)에도 희망이 없다. 가령 힘의 무게추가 을(乙)로 이동한다고 해도 희망이 없다, 또 다른 갑질이 재생산될 뿐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이를테면 농민반란이나 사회주의 혁명과 같은 것들도 그렇다)

(4) 그러면 진화의 1프로는 어떤 층일까? (굳이 甲이란 표현을 하자면 갑질을 하지 않는 甲인데, 갑질이 없으면 을도 없다는 거니까). 진화의 1프로, 이게 인류사적 전환기를 이끌어갈 리더인데, 이들은 어떻게 출현가능할 것인가? 이점은 다음의 논의로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