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타주의(利他主義, altruism)는 19세기 실증주의자 오귀스트 콩트가 만들었다. 이타주의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의 목적이 남의 행복에 있다는 것으로 남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상정된다. 그래서 이타주의는 많은 문화권에서 전통적인 미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또한 종교적으로도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정한 이타주의가 존재하는가?'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이를테면 한시적으로 물질적 희생을 하면서 남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 같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우회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거나 물질적으로 희생을 하면서 정신적 만족의 보상과 대가를 추구한다면 결국은 이기주의가 아니냐는 것이다, 속된 표현으로 ‘통큰 이기주의’가 아니냐는 것이다. 명분과 전략이 따로 노는 패권주의 역사에서, 평화를 말하면서 무기를 개발하고 무기를 팔아먹는 것처럼, 이타주의를 앞세우면서 결국은 이기주의를 관철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기적인 인간으로는 사회가 성립, 지탱할 수 없으니까 이타주의라는 것을 등장시켜서 사회성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한 것이었지만 이 시도는 성공할 수 없었다,

(2) 이타주의라는 것에 대해서 좀 심층적으로 다시 뜯어보자. 앞서 말한 것처럼, 계산적 이타주의, 목적성의 이타주의는 물론 이기주의의 연장선상이다, 말인즉 이타주의지만 에고(ego)가 그 중심에 있다. 또 보상의 형태를 달리하지만 정신적 보상을 기대하는 것 역시도 그와 다를 바 없다.

그러면 목적성, 대가성을 떠나서 ‘남을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는 도덕적 윤리적 신념에 따른 이타주의는 어떨까? 사실 그것도 ego라는 끈을 쥐고 있다, 나와 남의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이라는 것이 엄연하기 때문에 ‘남을 위해서 희생한다’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도덕 윤리관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경우조도 에고(ego)를 벗어날 수 없다. 에고를 넘어서 ‘사회’라는 개념으로 진입할 수 없다. 그러니까 결국 이기주의 대 이타주의의 구분법은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이타주의에서 ‘사회’라는 개념을 도출하는데 실패한다.

(3) 그러면서 ‘사회유기체설’에서는 이기와 이타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자기를 위하든’ ‘남을 위하든’ 어차피 그거야 개인 차원이라는 거고 사회적 이익, 복지가 도덕적 행위의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주장한다,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이냐, 그것이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스펜스와 같은 공리주의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사회유기체설은, 개인과 조직의 상호의존 관계, 보완관계를 강조하고 개인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유기체로 상정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사회성이 없는 에고의 집합에서 사회라는 개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개별자에서는 ‘사회성’이 없었는데, 개별자들을 연결하면서 ‘사회’라는 개념을 끌어내고 그러면서 사회성이 없는 개별자들은 사회적 가치를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사회계약론은 유기체설과 다르지만, 개인의 집합을 사회로 상정하는 데서는 마찬가지다, 개인 간의 합의와 약속의 산물이 사회라는 것이니까)

사회유기체설이든, 사회계약설이든 그것들이 도출하고 있는 ‘사회’라는 개념은 가공(virtual)적인 것일 뿐이다. 사회성이 없는 개별자로부터 사회라는 개념을 도출하고 있다는 것은 범주적 착오이기 때문에.

한번 따져보자, 개인의 집합이 사회라면, 집단성이 사회성이라면, 집단성과 사회성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이기적 자아, 탐욕적 자아를 모아 놓으면 사회가 되는 것일까? 그리고 개인간의 상호의존 관계라는 것을 아무리 강조한들 거기에서 사회성이 나오는 것일까? 분업과 협업의 시스템이라는 것에서 사회성이 작동하는 것일까? 예컨대 ‘세월호’ 사태에서 보듯이, 부패 무능한 시스템, 그것이 social system으로 작동하는가?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에서 팔로우와 친구가 몇 만명이 되고 몇 천만이 되어도 사회성은 없다. 지금의 소셜네트워크는 사회적 가치로 소통하는게 아니라 그야말로 사적인(private) 가치로 연결되는 프리 소셜의 단계이지 소셜과는 거리라 먼 이야기이다,

때문에 개인의 집단성에서, 또는 개인의 연결관계에서 사회성을 추론하고 사회라는 개념을 구성하려는 기존의 이론들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근대 문명의 막장, 기존의 사회라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은데, 사회개념이 지속가능하겠는가? 사회성이 없는 에고(ego)에게 도덕적 윤리적 책무를 부가한다고 없던 사회성이 생겨나겠는가?

(4) 사회, 사회성에 대한 논의는 이후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문제인데, 이 문제는 추상적 논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가까운 현실적 문제라는 점에 우리가 눈을 뜰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사회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생사가 갈릴 수도 있다. 

1대99의 사회, 승자독식의 사회, 자아폭발의 시대. 이기적 자아들의 배타성은 더욱 횡포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그나마 합법성을 가장하고 연출하는 꼼수를 부리면서 배타적 독점욕을 관철시키지만 더 극악해지면, 좀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그런 수속을 밟지 않고 척살하는 그런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무엇이 ‘안녕’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권력이든 재력이든, 개인의 힘이든 조직의 힘이든, 그것으로 자기의 영역을 보호하고 수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절이 험해지면 그것으로 수비하지 못한다. 시절이 어떻게 갈지는 알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더 이상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절제할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는 사회성이라는 인문적인 요소가 생사를 가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회성이란 걸 추상적 개념으로 밀쳐두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