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의 이행’, 익히 듣는 이야기다,
그 차이는 단순히 기술적 차이만은 아니다,
가령 영화를 보면 연속적 영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속적으로 보이는 것은
실은 무수히 단절된 화면의 착시현상일 뿐이다,

인체를 보아도 그렇다. 
인체가 하나의 유기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물론 그런 인식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것은 대단히 막연한 전체적 경향성만을 이야기할 뿐이다,
인체에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세포가 있지만
똑 같은 세포는 없다,
각각의 세포는 각각의 고유한 기능을 한다.
그리고 세포들간에는 고유한 신호체계, 신호전달체계를 갖고 있다,
외계에 대한 송수신의 신호체계,세포들간의 신호체계를 통해서
인체가 유기체를 이룬다,
그러니까 인체는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디지털적인 신호체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철학에서도 그렇다,
존재와 세계의 ‘보편적 상호연관’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존재와 존재간의,존재와 세계간의 보편적 연관, 연관체계,
그 신호체계, 신호전달체계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말하자면 아날로그 시대의 철학이 지닌 한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질서체계’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고자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존재와 존재, 존재와 세계간의 신호체계에 바탕한,
보편적 연관구성을 해명하는데 있어서질서체계가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아날로그 시대의 철학에서 디지털 시대의 철학으로의 전환일 것이다,

또한 ‘질서체계’의 문제는경세론에서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우리가 인간적 생존을 희망하고
사람다움이 담지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희망하고,
자치, 경세가 실현될 수 있는 세상만들기를 희망하고,

그리고 새로움의 세상만들기를 향한 새로운 인간형, 인간발달을 희망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들의 단순한 희망과 의지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존재와 세계의 ‘질서체계’를 벗어나서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질서체계를 바탕으로 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