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론에 대한 평가

1.구사론과 유식론의 차별

역사적으로도 구사론 이후에 유식론이 정비되었지만 공부를 하더라도 구사론 체계를 먼저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는 것이 통설이다, 일단 양자의 차이에 대해서 간단히 보자,

구사론에서는, 서양철학의 실재론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의식 밖의 외경(外境), 바깥 세계의 실재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의 의식이라든지 정신 세계는 이러한 외경에 연하여서 생기(生起)한다 그래서 마치 외계의 어떤 물질에 의해서 의식이 파생하는 것과 같은 그러한 법상생기(法相生起)의 차제를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구사론 체계의 기술은, 만유론 - 특히 색법부터 먼저 기술하고 있다, 색(色).심(心).불상응법, 등의 순으로 기술한다,

그 반면 유식론에서는 외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존재하는 것은 내심, 식(識)일 뿐이다 그렇게 해서 심왕(心王)8法 부터 心所로 그다음 色으, 불상응으로 무위로 설명해나가는 구성차제를 취하고 있다. 그부분이 크게 차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양자가 서양의 관념론과 실재론처럼 그런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고 내용은 마찬가지다.

단지 어떠한 차이점을 보이는가 하면, 구사론에서는 마치 외계의 어떤 그 객관적인 실재가 내부에 투영될 때 곧바로 바로 굴절 없이 투영된다는 설을 가져간다 것에 반해서 유식론 체계에서는 외계의 것이 내부로 투영되어질 때 - 우리가 외계의 사물을 인식할 때 뭔가 굴절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바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러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2.유식론 전반에 대한 평가

(a) 유식론에서 염두에 두어야 될 부분인데, 유식론에서 모든 것은 식(識)의 전변에 의해서 구성되어지고 이루어져 간다 이렇게 파악할 때, 다분히 원인과 결과에 촛점이 맞추어진 - 원인과 결과를 대비시켜가는 비균형적인 관점에만 입각해서 사물과 현상을 파악하고 분석함으로 해서, 유기적이고 동태적이고 세세한 흐름을 잡아내는데 있어서는 구체적인 추론이 굉장히 불성실하게 하는 면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식의 전변에 의해서 모든 사물이 유전해간다 이렇게 얘기했을 때 자칫 이 부분의 중간과정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추론하지 못할 경우, 서구 관념론에서 처럼 다분히 주의설적인 측면, 마음먹기에 따라서 이렇게 보여지고 저렇게 보여지고 사물의 실재성이 동요되어지는 현상을 빗게 된다는 것이다. 이부분에 대한 보완은 불교의 사상체계나 철학체계상으로서는 지금 현재 상당히 미흡한 면을 보이고 있다,

이부분의 보완은 동양의 역(易) 사상에 의한 보완이 병행될 필요성이 있다. 말하자면 똑같은 실재성, 식(識)이라고 이야기하는 궁극의 실체로부터 파생되는 외경과 내심이 상호간에 상호작용을 했을 때, 어떠한 현상으로 전변되어 가는가. 단순하게 식(識)의 전변도 아니고 외경의 투영도 아니고 이렇게 사람의 정신과 또 외경의 물질이라는 이부분이 서로 상호간의 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연관지어가는가에 있어서 합리적으로 추론하여 가는데에 있어서는 보완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야 한다는 것이다.

유식론 체계는 다분히 유심철학적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데 점에서 사상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점 깊이 염두에 두어야할 문제다,

(b) 그다음에 이 식(識)의 전변상이라는 측면에 매몰되어 공부를 하다보면, 여기에 불가피한 병통이 따르고 그에서 끝내 헤어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개별주체의 자기중심적 사고체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난맥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식론 공부는 철저하게 하되 그것이 통교되게 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 유식론의 흠결을 보완할 수 있는 공부를 동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c) 그 다음 인식영역에 있어서, 아다나식 아뢰아식 등의 식(識)을 다 제기하고 여러가지 단혹(斷惑)이라든지 종자에 대해서도 설을 제기하면서도 범부들의 통상의 인식으로서는 불가지(不可知) 영역이다 이래서 종교적 여운을 남기고 있다는데 대해서도 다시 한번 검토를 하고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공부 자체가 어느 정도의 장벽에서 더 진전하지 못할것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