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학, “이기적 유전자"의 세탁을 위하여

●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는 다윈의 진화론을 유전자의 진화로, 개념을 바꾸어놓은 획기적인 연구로 평가된다, 그런데 유식학적 관점에서 ‘이기적 유전자’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7식, 말라야식과 관련해서이다. 

●먼저 도킨스의 이론을 간명하게 살펴보자,

그에 따르면 인간은 유전자의 로봇일 뿐이다. 모든 동물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이며, 유전자의 프로그램대로 살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유전자는 살아남기 위해 ‘비정한 이기주의자’ 일 수밖에 없다, 보편적 사랑, 전체의 번영과 같은 것은 진화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생명체를 돕는 이타적 행동도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이기적 행동의 연장이다.

그래서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 끊임없는 이용, 그리고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 유전자 이기주의는 부모와 자식 간, 남녀 간의 미묘한 싸움, 가족계획과 개체 수 조절, 집단과 이타주의 등에서도 검증될 수 있다,

유전의 영역은 인간 문화로까지 확장한다, 그것이 ‘밈(Meme) 이론’이다. ‘밈’은 ‘모방’이란 뜻인데, 유전적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라면 문화적 진화의 단위는 ‘밈’이다. 유전자는 하나의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 복제되지만, 밈은 모방으로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복제된다.

그는 유전자의 기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40억 년 전 스스로 복제본 사본을 만드는 분자가 처음으로 원시 대양에 나타났다. 이 고대 복제자의 운명은 어떠했는가? 그 복제자는 절멸하지 않고 생존기술의 명수가 됐다. 그러나 그 복제자는 오래전에 자유로이 뽐내고 다니는 것을 포기했다. 이제 복제자들은 거대한 군체 속에서 떼 지어서 로봇 안에 안전하게 들어 있다. 그것들은 원격 조종으로 외계를 교묘하게 다룬다.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이다.”

●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후대로 상속할 수 있는 ‘이기적 유전자’, 이것은 유식학으로 말하면 ‘윤회의 씨’라는 개념으로 대체할 수 있다, 윤회의 씨는 7식, 말라야야식이다, 그러니까 유전자는 7식, 오염된 7식의 결정물이다, ‘이기적’이라는 것이 오염되었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 그러면 도킨스가 이기적(selfish)라고 정의한 것과 관련해서, 이기적이란 것을 다시 더 뜯어보면 유식학에서 말하는 7식의 4종번뇌로 정리할 수 있다,

유식학에서 7식의 오염, 이를 ‘번뇌’라고 이야기하는데 7식의 4종 번뇌를 보자, 인간의 번뇌, 108번뇌 등으로 이야기하지만 근본 번뇌는 아뢰야식의 4종 번뇌로 집약된다, 이른바 탐, 진, 치 등도 그에서 파생하는 것들이다,

4종 번뇌는 다음과 같다, 아치(我痴). 아견(我見), 아만(我慢), 아애(我愛)다,

a) 아치는 근본무명, 어리석음이다, 주객의 분리로 들어가는, 세계로부터의 일탈이 시작되는, 주객의 평등성이 무너지는 원초적 무명, 자의식의 시초이다,

b) 아견(我見) : 아상(我相)이 자리 잡고 我를 실체, 영속적 실체로 인식한다. 아견에서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갖는다. 我가 인연의 소생이 아니라 인연을 자기중심적으로 왜곡한다. 이른바 중력장에서 빛이 굴절하듯이 아견으로 인해서, 인연과 관계의 장들이 왜곡된다.

c) 아만(我慢) : 자기를 남들보다 우위에 놓는 것이다, 평등성을 부정하는 아치(我痴), 자기중심적인 아견(我見)이 생기면, 그다음에 남들보다 자신을 우위에 놓은 아만(我慢)은 필연적이다,

d) 아애(我愛) : 아애는 자기자신에 대한 맹목적 애착이다, 자기 방어본능과 자기보존 본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我를 실체화하는 아견(我見)은 我를 방어하고 보존하려는 아애(我愛)를 동반하지 않을 수 없는..., 그리고 아애(我愛)라는 것은 결코 남을 사랑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론은 현실의 이기적인 인간, 인간이 왜 이기적인가를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개인주의’ ‘자유주의’ 사조라는 것, 이기적 유전자의 이기적 자기 표현에 다름 아니다. 또 한때 사회주의, 공산주의라는 사조도 있었지만 그 또한 또 다른 이기주의의 표현이었고 이기적 유전자의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여기서 사회성이란 문제로 한 발 더 나가보자. 도킨스의 말대로 ‘이기적 유전자’는 사회성이 없다. 때지어 사는 군집성만 있을 뿐, 태생적으로, 인간사회는 이기적 유전자의 각축장이다. 그런데 도킨스는 유전자는 가히 영속적인 것으로, 백만년 정는 될 것이라고 상정한다. 

그렇다면 사회적 자아, 사회적 자아에 의해서 구성되는 인간사회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기적 유전자, 유전자의 복제 상속이 이루어지는 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기적이지 않는 사회성을 지닌 유전자의 출현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 그러면 이기적인 유전자, 유전자의 세탁은 불가능한 것인가? 이기적 유전자의 종자개량은 불가능한 것인가? 바로 이 문제가 인간발달의 문제, 인간개발의 문제다. 

이전의 수많은 인간교육론들이 있고 방법론들이 있다, 그리고 수많은 지식정보들이 축적되었지만 그것들의 6식, 인간의 의식에 호소하고 의식을 개량해서 인간을 바꾸려 한 것이었다. 그러나 6식이 7식을 바꾸지 못한다, 7식이 6식을 바꿀 수는 있어도. 그러니까 기존의 교육이란 것은 7식의 장벽, 이기적 유전자의 장벽을 넘어설 수 없었다,

유식학에 의하면, 유전자의 세탁, 이기적 유전자의 개량 그 열쇄를 쥐고 있는 것이 8식이다. 7식의 장벽을 넘어 8식에 통할 때, 7식의 4종번뇌를 청소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인간종자의 이기주의가 타파될 수 있다. 我의 허상과 가상이 깨어질 때, 비로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세계관의 허상이 깨어지기 그 허상이 깨어지는 지점이 8식이기 때문이다. 

유식학의 문제의식도 바로 이것이다, 세계와 통교할 수 있는 우주적 존재, 사회적 자아로 거듭나는 것, 세계 만유의 평등성에 기초한 사회성의 실현, 그것이 유식학의 문제의식이다.

그리고 대승기신론의 기신(起信), 믿음을 일으킨다는 것은 그런 사회적 자아와 사회성의 실현에 대한 믿음, 낙관을 전제한다. ‘이기적 유전자’는 허상에 기초한 것이고 사회적 자아는 진실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거짓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 ‘이기적 유전자’, 유전자의 세계는 7식까지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생명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갈 때, 태초에 유전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듯이, 유전자가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은 유전자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8식에 의지하고 있다. 8식은 투명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유전자가, 각종의 유전자가 기록될 수 있는 바탕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 가령 하얀색 유전자이든 검은색 유전자이든, 그것을 기록할 수 있는 바탕이 있다. 우리는, 하얀색과 검은색만 보고 있지만 그것이 기록될 수 있는 하얀 도화지랄까 그런 바탕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 그 바탕이 8식 아뢰야식, 종자식(種子識)이다. 7식은 종자가 아니라 유전자(遺傳子)일 뿐이다, 편의상 종자로 말하지만, 하얀 유전자와 검은 유전자, 처음에는 하얀색도 검은색도 없었다. 

그리고 뿌린대로 거두는 인과의 관철력을 내장하고 있는게 8식이다. 7식에는 인과의 관철력이 없다, 복제기능만 있을 뿐. 그래서 8식 없는 7식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7식은 홀로 자립할 수 없다,

이제 7식을 넘어 8식으로 통해야 한다, 이게 인간발달과 인류문명사 진보... 진보의 관건이다. 6식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기적 유전자의 장벽을 넘지 못한다. 마치 우주천문학이 과학을 말했지만 기껏 4%의 물질계에서 장벽을 넘지못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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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이기적 유전자는 오염된 7식의 결정물이란 것, 유전자가 곧 바로 7식과 등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했으면 한다. 7식에도 다시 오염된 7식과 그렇지 않은 7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