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데카르는 신(神)의 증명에서 삼각형의 존재를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삼각형이 있다면 마땅히 세 각의 합계는 두 직각과 같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에 삼각형이 있다고 내게 확신시키는 것을 이 논증 속에서 발견할 수 없다.
그런데 완전한 실체(=신)에 대한 관념으로 돌아가서 완전한 실체의 관념 속에는 현존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은 마치3각형의 관념에는 그 세각의 합계가 두 직각과 같다는 것이 포함되고, 구(球)의 관념 속에는 그 각 부분이 중심에서 같은 거리에 있다는 것이 포함되며, 혹은 더 명증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완전한 실체인 신은 있으며 지금 존재한다는 것이 적어도 기하학의 어느 논증 못지 않게 확실하다는 것을 나는 발견한 것이다“(방법서설 4부)

(2) 데카르트가 말하는 요지는 이것이다, 인간이 불완전하지만 완전자(=神)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완전자(=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완전자가 없이 완전자에 대한 관념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완전자를 알 수는 없지만, 불완전하게 한 모습 밖에 알지 못하지만 어떻든 완전자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완전자기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두 직각이라는 것은 진리이지만, ‘세상에 삼각형이 있다고 확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두 직각이라는 관념은, 삼각형의 존재에서 오는 것이지, 삼각형의 존재 없이 생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삼각형이 있기 때문에 삼각형의 관념이 있다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신에 대한 관념은 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이 없이 신에 대한 관념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비판] 여기서 이 점을 하나 보자, 삼각형에 대해서 보자. 삼각형은 세 개의 선분으로 이루어지고 각각의 선분은 점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삼각형이란 것은 세 개의 직선이라는 전제(가정)를 기초로 해서 성립하고 직선은 점이란 것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면 삼각형은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정한 가정과 전제에서만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삼각형은 존재하는 것인가? 삼각형이 있을 수는 있지만 스스로 있을 수는 없는 것인데, 이걸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삼각형의 실체는 없는 것인데, 점과 직선의 가정과 전제위에서만 성립 가능한 것인데, 이것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면 완전자(=신)에 대한 불완전한 관념 - 신의 실체를 모르는 관념-으로 신의 실체를 증명할 수는 없다. 마치 점이란 것을 모르고 삼각형의 존재를 믿는 것과 같다.

달리 말하자면 기하학의 세계에서는 점이 신(神)이나 다름 없는데, 점이 유일한 실체인데, 점을 제쳐두고 삼각형을 실체로 파악하는 것은, 데카르트의 신에 대한 관념이라는 것도 그런 수준의 것이라는 의미이다.

데카르트는 신(神)에 대한 관념은 神으로부터 올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신에 대한 관넘은 신으로부터 온 게 아니라 인간이 만들고 변통하고 또 그에 길들여진 것이다. 그러니까 데카르트의 신에 대한 관념은 데카르트 나름의 가상(假相)일 뿐이다. 데카르트의 말 그대로 불완전한 신에 대한 관념은 어디까지나 가상일 뿐이다, 가상은 가상일 뿐 실상이 아니다, 실상에서 가상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가상은 만들어지고 조작된 것이다. 그러니까 가상의 신의 개념을 놓고 신을 증명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데카르트가 좀 더 정직했더라면 자신의 신에 대한 관념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이를테면 자신의 성장과정을 놓고 자신의 어떤 교육을 받았고, 당대 사회의 종교 문화적 경향성에 어떻게 영향을 받으면서 신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자리잡게 된 것인지를 먼저 정리했어야 할 것이다, 그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을 때. 사실 거기에서 회의(=생각)은 끝난 것이었다, 회의하고 있다는 것,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고 그러면 회의하고 있었던 대상(=신)도 있는 것이 아니냐로 그렇게 결론을 가져갔다. 그래서 신에 대한 회의로부터 신에 대한 증명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었다,

* 이러한 방향전환과 관련하여 데카르트의 심리상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대 사회에서 신에 대한 회의는 신성모독의 불경죄에 다름 아니다, 데카르트가 신에 대한 회의를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것이었다. (갈릴레이에 대한 종교재판의 충격도 있었다) 데카르트가 심리적 불안상태를 보이는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 도달했을 때, ‘나는 존재한다’고 했을 때, 곧 바로 ‘신은 존재한다’로 달려가는데, 그것은 그간의 신에 대한 회의를 속죄(?)하고 신학의 세계에 승복하는 차원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데카르트 자신의 심리적 안정성을 회복하는 어떤 면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노력이었을 수도 있다. 데카르트의 신의 증명이란 것은 사실 이런 차원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설명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