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도덕규칙 세 번째 규칙을 보자 :

●항상 운명보다 오히려 자기 스스로를 이기도록 노력하고
세계의 질서를 바꾸려 하기보다 오히려 자기의 욕망을 바꾸도록 노력할 것,
우리가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사상밖에 없으며
우리의 바깥에 있는 것에 대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 하여도 여전히 이룩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우리로서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믿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스스로 얻을 수 없는 것을 앞으로도 바라지 않게 하고
따라서 내가 만족을 얻는 데에는 위의 것만으로 충분했다.

다시 정리를 해보자,

1) 운명(fortunes)에 순응하라는 것, 주어진 사회역사적 조건에 거역하지 말라는 것이다. 주그것이 옳든 그르든 그것을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역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 옳으냐 그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가능하다는 것, 그것이 기준이다, 불가능하니까 순응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처세관으로서는 성립할 수 있지만 이게 도덕규칙일 수 있는 것일까? 이런 면에서 보면, 데카르트는 도덕규칙을 말하는게 아니라 사실은 조직사회의 처세윤리를 말한다,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는 처세의 룰을 말한다,

2) ‘우리가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사상밖에 없으며..’ 이 구절을 다시 보자,

객관세계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사상이나 생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에 대해서는 내가 완전히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there is nothing which is entirely within our power except our thoughts)

여기서 데카르트는 세계와 나를 분리한다, 세계는 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다, 그리고 다시 육체와 정신을 분리한다, 정신 - 사고, 사상은 내가 완전히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계와 나의 끈이 떨어지고 다시 나에서도 육체와 정신의 끈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야말로 자기중심적 사고가 데카르트 철학의 기준점이다, 여기에 보편적 상호연관이란 개념은 없다, 서구철학의 개인주의라는 것도, 결국 이런 류의 것일 터이다, 개인주의, 유아론(唯我論)적 사고의 기준점은 나의 지배력(within our power)이라는 것, 위태로운 기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세계와 끈이 떨어진 사상, 육체와도 끈이 떨어진 사상, 내가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사상이란 무엇이고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 그 다음 대목을 보자,

우리의 의지는 본래 어떤 방법으로 가능하다고
오성이 가리키는 것만을 바라는 것이므로
만일 우리가 바깥에 있는 선을 모두 똑 같이 스스로 지배할 수 없는 것(distant from our power)이라고 간주한다면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닌 선(good things)을 우리가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자기 잘못으로 잃어버리지 않은 이상, 마치 우리가 중국이나 멕시코 왕국을 소유하지 않았다고 해서 원통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원통해할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우리가 현재 다이아몬드처럼 썩지 않는 물질로 된 신체를 갖고 싶다거나 새처럼 날 수 있는 날개를 갖고 싶어 하는 것도 ‘결핍의 덕(a virtue of necessity)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지금 병들어 있으면서 건강하고 싶어 하거나 자유롭고 싶어 하지 않게 되는 것도 확실하다.

(1) 여기서도 가능성, 지배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도덕이란 것은 관계적 정합성의 문제인데 그런 개념은 없다, 지배 가능하지 않는 것은 바라지 말라, 지배가능하지 않은 욕심은 버려라는 것이다, 마치 중국이나 멕시코를 소유하려고 하는 헛된 욕심과 같은 것이니까 그런 가능하지 않은 욕심은 버려라는 것이다,
(2)여기에 함정이 있다, 그러면 가능하면, 지배가능한 욕심은 실현해도 좋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게 문제다, 도덕적이라는 것은 실현가능한 욕심이면 실현하고 실현 불가능한 욕심은 버리라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욕심을 버리라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지 않는가? 실현 가능하다고 해도, 관계적 정합성을 파괴하기 때문에, 나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이 정의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이익을 해치는 것은 정의가 아니기 때문애,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결국 나의 인간성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데카르트에서는 그런 개념이 없다, 욕심을 버리라고 하지만, 관계정합성의 개넘이 없다, 지배가능하냐, 불가능하냐 그것이 기준이 되어 있다, 참으로 위태로운 기준이다, 이걸 데카르는 도덕규칙으로 말하고 있으니까,

(* 유가에서도 불가에서 인간의 욕심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것들은 인간의 지배가능성과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들이다, 동양의 道, 도덕은 세계를 전제한 개념이기 때문에)

(3) 데카르트의 도덕규칙이 이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다, 애당초 세계와 나의 끈이 떨어진 채로, 세계라는 개념이 실종된 ‘나’를 기준으로 도덕규칙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세계 없는 도덕이란게 무엇일까? ‘나’를 기준한 도덕이란게 도덕일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점에서 데카르는 별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