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능성이라는 것은 막연한 것이 아니다. 막연한 것이라면 가능성이 아니다, 내가 지금 현재 놓여있는 처지와 환경과 외부적 조건,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한 총체적 검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거쳐 온 시간과 앞으로 마주하게 될 시간, 그러한 시간의 추이에 따른 사태의 전개에 대한 냉철한 사려를 바탕으로 가능성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가능성의 문제를 가볍게 생각한다. 자꾸만 현상에 끌랴다니고 현상에 탐닉해서 충분하게 가능성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증권시세가 오를 것이고 그러니까 내가 증권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가능성의 문제를 가져간다, 자신의 삶을 타개하는 가능성, 현상을 타개하는 가능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상에 매몰되면서 자기 가능성도 매몰시킨다, 

그리고 도 다른 문제가 있다, 가능성을 발견했다 해도 나를 그 가능성 속에 녹여 넣지 않는다면, 가능성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의 번갯불과도 같이, 물거품과도 같이 덧없이 사라지고 또 하나의 상처만 남길 뿐이다. 가능성이 있는데, 분명히 그 때는 가능성이 있었는데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지 않을 때는 시간이 흐른 다음에 때가 당도하니까 상처로 남는다. (그때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몹쓸 병에 걸리리 않았을 터인데라는 식이다) 

가능성이란 것, 아주 천박하고 감각적인 말초적인 가능성에서부터 삶의 궤도를 수정하는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또한 가능성을 포착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솥뚜껑으로 자라를 잡는 식으로 대충 뚜드려 잡는 자세도 있고 로또의 확률마저도 가능성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와 달리 과녁에 화살을 명중시키듯이 치밀한 성찰과 치열한 노력으로 가능성을 포착하는 자세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가능성을 나의 가능성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어떤 자세를 갖고 있을까?

우리에게 무수한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쉽게 떠나지 않은 병통이 있다. 가능성을 향에서 나를 던지지 않는다, 가능성은 가능성 대로 있고 나는 나대로 평행선을 달린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가능성을 향해서 나를 녹여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가능성을 본 다음에는 가능성으로 뛰어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나를 녹여 넣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발 뒤로 물러 선채로 언제든 도망갈 수 있는 자세로 가능성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가능성을 불가능으로 멀어져 간다,

가능성이란 것을 단계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된다, 처음 일단의 가능성을 본다면, 이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가설적 단계의 가능성이다, 그리고 가설적 가능성을 검증하면서 나의 가능성으로 ..‘이거다’는 확신이 들면 가설단계에서 추상적 가능성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다음은 추상적인 가능성을 구체적인 가능성으로, 현실화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나를 던져 넣어야 한다.  

2.

모든 것은 시시각각으로 흘러 변한다, 그렇게 모든 상황과 모든 조건은 변화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부침하고 있다. 부침한다는 것, 단순히 부침하는 것이 아니고 한 번 부침할 때마다 깨어지면서, 깨어지면서 점점 작아져 버린다, 끝내 흔적 없이 사라지고 그렇게 끝장이 난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잘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가능성이라는 것은, 삶의 좌표의 궤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바둑으로 치게 되면 수읽기를 충분히 한 다음에 착수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다. 완착을 해서도 안되고 패착을 해서도 안되고 또 꼼수를 두어서도 되지 않는다, 정말 정수를 제대로 착수하는 것이다. 그래서 새롭게 판을 짜는 것이다. 이전의 그림을 덜어내고 새롭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일목요연한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면 달리 더 말할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 순간에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나 비어있는 마음으로 가능성을 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가능성을 향해서 나를 녹여내는 그러한 치열함이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치열함이 없다면 인생이라는 그림은 결코 그려지지 않는다, 달리 삶이란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가능성이란 것, 이전의 나와의 결별이다. 이전의 나의 현상, 조건과의 결별이다. 그래서 가능성은 버림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절망적이다, 지금 것을 다 내어 버리고 이 순간에 일초직입하는, 직달정관(直達正關)하는,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것이니까.

가능성이 보일수록 인생은 더욱 절망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얕은 생각으로 달려왔단 가능성들, 욕심을 부린 가능성들을 다 버려야 하니까, 또 가능성을 향해서 떠나기를 거부하는 미련을 다 버려야 하니까.... 가능성이 보일수록 그것만큼은 절망적이다, 나를 버려야 하는 절망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가능성을 발견한다는 것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떠남을 분명히 하는 것이고 떠난다는 전제 위에 떠나는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왜 떠나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이제 우리가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자꾸 우연이다, 어쩔 수 없는 필연이었다, 운명이었다, 팔자소관이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실은 변명일 뿐이다, 그 모두가 나의 선택이고 나의 결단이다. 운명이란 것이 그렇다. 나의 관성적 궤도에 안주하니까 운명이 된 것이지 그 궤도를 차고나올 결단과 실천이 있다면, 운명의 중력장을 탈출한다, 운명이란 것, 따지고 보면 자기 관성적 제약일 뿐이다, 물론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자기 궤도, 자기 관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 관성에 소극적이고 수동적 경향성, 이게 운명이다. 

우리가 로켓 하나를 쏘아도 달나라를 가고 싶으면 지구의 중력장을 벗어나야 된다. 중력장을 벗어날 결단과 노력을 할 수 있느냐,,, 그것이 운명의 노예가 되는가 아니면 운명의 주인이 되는가를 결정할 뿐이다, 거기에 요행은 없다. 세상살이의 모든 것에 공짜는 없다. 이것이 신의 섭리이고 이것이 철학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