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기술, 관계의 조작, 관계의 오염

인간관계, 사업관계,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된다, 관계의 기술이 성공의 비결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관계의 기술이란 것이 한편으로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은 섬뜩한 말이기도 하다,

예컨대 관계의 기술이란 것, 상대를 내편으로 만드는 기술, 요컨대 인간관계를 나의 성공의 발판으로 만드는가 라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서 그 사람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또 상대방을 잘 챙기면서, 또 양보하면서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어가는 기법들을 말하고 있다,

간명하게 말하면 관계의 기술이란 것, 내가 성공하는데 필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본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을 세련되게 관철시키는 처세의 기법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관계를 말하지만, 이것은 이미 오염된 관계다, 관계를 말할 수 없는 관계다.

다시 관계라는 것의 의미로 돌아가 보자,

a) 내생각대로 내고집대로 내욕심대로 관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상대를 부정하는 포섭이거나 타자를 지배하자는 것이다, 관계를 부정하는 것이다, 기법이 세련된다고 해도 교묘한 수단이 동원된다고 그것이 달라질 바 없다, 예컨대 무단통치를 하거나 문화정치를 하거나 식민지통치를 하겠다는 것에는 다를 바 없다,

b) 나의 욕심과 상대의 욕심을 타협한다고 해서 관계적인 것도 아니다, 가령 정치꾼들이 형님, 아우하면서 같이 해먹자고 하는 것, 그것도 관계적인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사회적 공익을 도둑질한다면, 형님- 아우에는 좋을지 몰라도 사회적 관계를 해치는 것이다, 이또한 관계적이 아니다,

c)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서, 이를테면 의사가 환자를 잘 치료해야 많은 환자들이 올 것이고 수입이 많아질 것이라는 방식으로 관계하면, 그것은 환자와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돈과 관계하는 것이다,

돈을 떠나서, 환자의 생명과 관계할 수 있을 때, 관계가 성립하고 의술이 의술다울 수 있다, 의사라는 사람도, 그리고 의술이란 기술도 그런 관계속에서 연소될 때, 의사가 의사다울 수 있고 의술이 상술이 아니라 의술의 본래적 가치를 지닌다, 그 때 관계를 말할 수 있고 관계적 합리성을 말할 수 있다, 우리가 관계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은 이런 의미의 것이지 어떻게 하면 많은 돈을 벌어들일까의 기법개발차원에서 관계의 기술을 말한다면 그것은 차라리 관계를 조작하고 관계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e) 그러니까 관계라는 것은, 나와 너를 넘어서 있는 개념이다, 위에서 말한 예를 놓고 본다면, 의술이 어떤 맥락에 위치하는가만이 문제다, 의술이 생명의 치료라는 맥락에 들어갈 때만이 합리성을 갖는다, 그때 의사가 의사다울 수 있고 환자도 산다, 그래서 천직(天職)이란 말을 한다, 天이란 것, 달리 하늘이 있어서 하늘이 아니라 그게 법도라는 의미일 것이다, 합법칙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의술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리고 의술이 돈과 관계한다면, 이미 관계가 오염된 것이고 그러면 그것은 의술이 아니라 상술이고 의사가 아니라 장사꾼이다,

d) 이런 의미에서 관계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들의 삶의 원칙을 다시 정비하는 것이다, 정말 관계적이란 말이 성립할 수 있으려면, 인간관계, 사회적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 일체의 관계들을 손상시키지 않는 관계에 합당한 합리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자기중심적인 것으로부터 그러한 관계중심으로, 관계적 합리성으로 중심이 이동해야 한다, 그럴 때 관계를 말할 수 잇다,

그러나, 우리들의 관계라는 개념은, 참 자의적인데, 나를 중심에 놓고 있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관계적일 수 없는 관계, 오염된 관계를 자꾸 상정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관계, 사람이 이미 실종되고 없는데, 관계를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챙긴답시고 선물을 하고 밥을 산다, 그 사람을 챙기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입을 챙기고 그 사람의 눈을 챙기고 그 사람의 욕심에 아부한다, 그러면서 관계가 좋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