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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허다한 선비와 양반들이 사서삼경을 읽었다, 그러나 같은 책을 읽었다고 같은게 아니다. 과거 급제용으로 읽은 사람도 있고 유식을 자랑하기 위해서 읽은 사람도 있고 노는 입에 염불하듯이 읽은 사람도 있고 또 드물게는 대학지도를 행하기 위해서 읽은 사람도 있다. 그야말로 가지가지다.

그러니까 같은 책을 읽지만 그 뜻(意)은 천지로 차이가 난다, 바로 그점이다, 독서를 해도 어떻게 했느냐, 어떤 뜻으로 읽었느냐에서 결판이 난다. 몇 시간을 읽고 몇 번을 읽었느냐, 얼마나 잘 외우냐의 문제가 아니다,

좀 더 따져 보자. 사서삼경을 저술한 사람들은 덕을 밝히고 신민(新民)을 하자는데 뜻이 있었다, 그러면 바로 그 뜻에 합당한 뜻을 가지고 읽을 때만, 책을 저술한 사람의 뜻과 책을 읽는 사람의 뜻이 만날 수 있다. 그 때만 그 책은 빛을 발한다. 가르침은 전해진다.

그렇지 않다면 가르침은 전해질 수 없다, 대학지도를 행하라는 책을, 과거급제용으로 읽었다면 그 가르침이 전해질 수 없다.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의 뜻과 배우는 자의 뜻이 일치하지 않는 것, 그에 의식의 잉여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의(意)의 잉여다. 배우자의 욕심이 개입된 뜻, 그게 의식의 잉여다. 그 잉여가 개입되어 있는 한, 옳은 독서가 될 수 없고 옳은 공부가 될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지행합일이라는 말을 듣는다. 지행합일이 안되기 때문에, 알고도 행하지 않기 때문에 달리 말하면 지적잉여 때문에 그렇게 지행합일을 말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정말 알기는 재대로 알았을까? 재대로 알고도 행하지 않은 것일까? 그러나 정말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행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가령 책에서 보고 알았다고 그게 아는 것일까? 이미 그 아는 바에 잉여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아는 것이 순정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의의 잉여, 때문에 올바로 알 수 없고(자기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올바로 알 수 없기 때문에 행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사실 오늘날의 학문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교육이든 의학이든 법학이든 그 본래의 뜻과 만날 수 없는 뜻을 가지고 공부하니까, 학문이 타락한다. 의식의 잉여 때문에 학문이 타락한다. 사람도 타락하고., 사람을 고치려는 뜻이 아니라 장사 속을 가지고 의학을 하고, 정의에 뜻을 두어야할 법학이 권력에 뜻을 두고 공부하니 타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보면, 타락의 근원이 잉여에 있다, 의식의 잉여에서 타락한다,

2.

불교 경전이 참 어렵다. 평생을 머리 깍고 살아도 한구절도 깨치기 어렵다. 불가에서는 그런다,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알음알이로 문자속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깨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도 다른 말이 아닐 거다. 불법을 가르친 석가의 뜻과 그것을 배우려는 자의 뜻이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배우려는 자는 다른 뜻을 품고 있기 때문에, 뜻이 만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석가가 알아먹기 어렵게 말했을까? 석가로서는 어떤 누구도 이보다 더 이상 분명하게 말할 수 없을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뜻과 뜻이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그 분명한 이야기는 난해한 암호처럼 들린다.

석가는 자비가 실현되는 세상에 뜻을 두고, 그러나 배우는 자는 도터지는 대박에 뜻을 두거나 극락왕생 기복에 뜻을 두니까,,,,그래서 뜻이 서로 만날 수 없고, 그래서 경전이 암호처럼 된다, 뜻과 뜻이 만날 수 없는 잉여, 배우는 자의 욕심 - 자기 잉여 때문에 서로 주파수가 안맞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명이란 것, 어리석음이란 것, 그게 결국 잉여라는 이야기다, 자기잉여다,

가르치는 자의 뜻을 벗어나서, 자기 욕심을 집어넣고 경전을 마주하기 때문에, 경전과 소통할 수 없는 것이다, 그 가르침이 전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불교에서 그렇게 마음을 이야기한다, 잉여가 없는 마음, 잉여가 없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뭔가 자기욕심을 집어넣는다, 자기 뜻을 집어넣는다, 곱게 배우는게 아니고.

우리가 경전의 가르침, 고전의 가르침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 의식의 잉여, 자기잉여 때문이다, 가르침을 전하는 자와 배우는 자와 소통할 수 없게 하는 것, 자기잉여다.

수행을 그렇게 말하지만, 수행은 결국 자기 잉여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게 무명을 떨치는 것이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이란 말이 다른 말일까? 결국 자기잉여, 의식의 잉여, 뜻의 잉여를 깨트리는 것이라 해도 같은 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