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믿음이란 걸, 우리는 종교적 신앙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데, 신앙을 떠나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령 역사의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은 사는게 다르다, 정말 그걸 믿는 사람이라면 正道를 고집할 것이고 믿음이 없는 사람은 권모술수, 편법으로 살 것이다,

그리고 일제시대 민족독립을 믿었던 사람들과 믿지 않았던 사람들은 사는게 다르다, 민족독립을 믿었던 사람들은 독립투쟁을 했을 거고 믿지 않았던 사람들은, 적당히 친일하면서 일제하에서 편히 사는 길을 택했을 것이다,

또 인과를 믿는 사람들, 뿌린대로 거둔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은 요행수를 바라지 않고 살 것이다, 또 그만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세로 신중하게 살 것이다, 그러나 인과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요행수를 바라고 뿌린 이상으로 거두려하면서 갖가지 꼼수와 거짓을 일삼을 것이다,

또 생명의 존귀함을 믿는 의사와 믿지 않는 의사는 진료행위가 다를 것이다, 믿음이 있는 사람은 생명을 마주하는 자세로 진료할 것이고 믿음이 없는 사람은 상술의 행위로 환자를 마주할 것이다,

학생의 가능성을 믿는 교사와 믿지 않는 교사도 다를 것이다, 가능성을 믿는 교사는 학생을 쉽사리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믿지 않는 교사는 학생을 쉽게 버릴 것이다,

인간의 욕망의 존재라고 믿느냐, 이성적 존재라고 믿는냐에 따라서 학문이 달리진다, 욕망의 존재라고 믿으면 욕망의 경제학을 할 것이고 이성적 존재라고 믿으면 욕망 넘어의 인간경제학을 할 것이다

그러니까 믿음이란 것, 신념이란 것이 사실은 삶의 추동력이다, 또 삶의 준거랄까 기준이 된다, 우리는 정말 무얼 믿고 있을까? 이점을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믿음이란 문제에서 우리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믿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2.

우선 종교적 신앙에서의 믿음이란 문제를 좀 짚어보자, 우리가 통상 믿음이라면 종교적 신앙으로 등치하니까,

종교적 신앙, 그 주류가 기복적 신앙인데, 현생의 복을 빌거나 내생에 좋은 곳에 나기를 비는 것인데, 이걸 놓고 한번 생각해보자,

일단 절대자에 대한 믿음을 전제한다, 복을 주고 천당과 극락을 보내줄 절대자를 전제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 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a) 여기서 믿음이란 것은 복을 받는 도구다, 믿음이란 행위가 복을 받는 수단이니까. 또 뒤집어 말하면 복이 없다면 믿지 않을 거니까, 복을 주니까 믿는 거니까 대가성이 성립하는 믿음이다, 복을 놓고 거래하는 믿음이란 이야기다, 이게 진짜 믿음으로 성립할 수 있는 것일까? 도구적 신앙, 대가성의 신앙, 이게 믿음일까?

b) 이 경우, 믿음이란 것은 가정의 믿음이다, 절대자의 존재에 대한 존재론적 증명은 할 수 없지만, 그래서 그건 묻지 않기로 하는 가정의 믿음이다, 다만 있을 것 같고,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또 있었으면 좋을 것 같고 라는 가정의 믿음이다,

더 냉정하게 따지면, 기복적 신앙의 차원에서는 복을 받고자 하는 이기적 소망의 연장선상에서 자기필요에 따라 소망하는 바에 따라 절대자를 상정한다.

c) 그리고 이런 믿음은 불신을 바탕으로 한다, 절대자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불신을 바탕으로 한다, 내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서 복되게 살 수는 없고 절대자에 빌어서 복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니까, 내 스스로의 인과에 의해서 - 뿌린대로 거두어서 천당에 가고 극락을 갈 수는 없고 절대자를 믿는 것만이 천당에 가고 극락을 갈 수 있는 길이라고 믿으니까, 그러니까 절대자에 대한 믿음은 나라는 인간에 대한 불신에 바탕한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나라는 인간의 절대자에 대한 믿음, 그것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d) 가령 절대자를 진리의 결정체라고 한다면, 기복적 신앙은 철저하게 자기 필요에 따른 이기적 행위인데, 이기적 욕망의 신앙이란게 진리에 끈이 닿을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