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년 하반기 대기업의 인재선발 과정에서 주목할 변화가 있다. 취업의 필수조건이었던 스펙을 보지 않는다. 기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학벌, 학교, 학점, 영어성적, 각종 자격증등을 무시하고 서류전형도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2) 내년부터는 295개 공공기관에서도 신입사원 채용 때 서류전형을 없애는 방안이 추진된다. 학벌이나 학점, 영어성적,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을 원천 배제하는 대신 스토리 텔링과 오디션 등 기법을 활용해 해당 기관이 필요한 취업 지망생의 업무 능력을 각자 점검하는 방식으로 공공기관 채용 방식이 개편된다.

(3) 왜 스펙을 무시할까? 스펙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스펙이 좋다고 그 인간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스펙이 좋다고 실무능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스펙이 좋다고 인간관계나 사회적 관계가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간명하게 말하면 스펙이 좋은 점수벌레들(?)을 믿을 수 없다는 거다. 또한 스펙은 더 이상 인재선발의 변별력이 없기 때문이다.

스펙을 무시하는 취업전형이나 공채방식은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결국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스펙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외적 조건이지 그 사람을 말해주지 않 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외적 조건을 보지 않고 그 사람을 보자는 거다. 이를테면 그 사람의 실무능력, 창의성이나 열정, 헌신성 그리고 사회성이나 도덕성을 보자다는 것이다.

(4) 스펙을 무시하는 공채, 그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서류전형을 무시하고 ‘에세이 전형’으로 바꾸기도 하고 스토리텔링이나 오디션 기법을 도입하기도 하고 실무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한다.

(5) 그러면 선발기준이 무엇일까? 인재를 선발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첫째 : 일에 대한 뜻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취업생은 일을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자리를 찾아서 온다. 일에는 뜻이 없고 자리에만 뜻이 있다. 그러니까 일에 뜻이 없고 자리를 찾아온 자들은 자리만 차지하고 밥만 축낼 뿐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에 뜻이 있는 인재만 선별하고자 한다.

일에 뜻이 있는 자와 그냥 취업 자리를 찾아온 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일에 뜻이 있는 자들은 그 일에 대한 고민이 있고 일에 대한 전망이 있고 일을 어떻게 펼쳐갈 것인지에 대한 그 나름의 구상이 있다. 그러나 자리를 찾아온 자들은 구차할 수밖에 없다. 일을 하러온 것이 아니라 밥그릇을 찾아왔기 때문에 일에 대한 고민도 일에 대한 구상도 없다. 그래서 일에 대한 뜻이 있느냐, 이걸 가려내는 것이 일차적 과재다. 에세이전형을 하든, 스토리텔링을 하든 이걸 가려내자는 것이다.

둘째 : 생산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 일에 대한 창의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창의성이 없는 조직은 정체하고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모든 업체들이 창의성에 사활을 건다. 아이디어 하나로 먹고 먹히는 세계시장에서 창의성이 곧바로 생존력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재를 선발하는 쪽에서는 창의성을 선발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창의성이 없다면, 그런 싹수가 보이지 않는다면 일찌감치 걸러내는 것이 좋다. 후일 구조조정에서 어렵사리 잘라낼 인물이라면 입사단계에서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사실 생산성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일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나 기대할 수 있다. 일에 대한 뜻이 없고 일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면, 그 일에 대한 고민이 있을 리 없고 일에 대한 고민이 없는 자에서 생산성이란 건 나올 수 없다.

셋째 : 사회성이다. 생산성이 있다 해도, 조직사회 내애서 인간관계, 협력관계를 원만히 가져갈 수 있는 가? 즉 인화(人和)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인가를 본다. 인화를 위태롭게 한다면, 그것은 조직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걸러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본다. 사회적 관계망이란 게 그 조직의 생존뿌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사회성이란 걸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넷째 : 도덕성이다. 기업은 돈을 밝히지만 기업체의 사원은 돈을 밝히면 위태롭기 때문이다, 돈에 밝은 것은 좋은데, 돈이 어떻게 돌고 도는지를 잘 아는 거야 좋지만, 돈을 밝히는 자는 조직을 위태롭게 할 자이기 때문이다. 웃돈을 주면 다른 조직으로 옮기고 기업비밀을 빼다 넘길 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기업체의 사원은 돈을 밝히면 안된다. 돈에 대한 욕심을 절제할 수 있는, 돈에 열심히 아니라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헌신성, 도덕성을 중요하게 본다, 도덕성에서 의심 받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6) 스팩을 무시하는 공채, 취업전형의 새로운 경향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았다. 이것이 이제 바뀔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인데, 그러면 취업생들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까? 이게 오히려 간단치 않고 만만하지가 않다. 스팩이야 이렇게 저렇게 짜맞추면 되었지만, 토익점수를 올리고 자격증이야 만들면 되지만, ‘창의성’ ‘생산성’ ‘헌신성’ ‘사회성’등은 그렇게 짜맞추고 시험준비하듯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단한 요령으로 속여넘길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든 ‘스팩’에서 ‘사람’으로 선발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그러면 이런 시절에는 정말 무슨 공부를 해야할까? 이점에 대해서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