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구결(九結)을 다시 보자,

(1) 애결(愛結) (2) 에결(恚結)

(3) 만결(慢結) (4) 무명결(無明結) (5) 견결(見結)

(6) 취결(取結) (9) 인결(吝結)

(7) 의결(疑結) (8) 질결(嫉結)

(1)의 애(愛)는 자기에 맞는 것에 대한 애착이고 (2)의 에(恚)는 자기에 맞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이다, 자기 기분이든 자기 취향이든 스타일이든 그에 맞는 것에 대해서는 애착을 갖고 그렇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성질을 내는 것이다,

앞의 글에서도 말했지만 애(愛)는 애욕이지 정확한 의미의 사랑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것은 나와 너가 등가적 지평에 있는 것이지만 애욕은 자기 욕망의 대상으로서, 자기의 그림자일 뿐이다, 너를 사랑한 게 아니라 내 스타일을 사랑하고 내 취향을 사랑(?)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애(愛)와 에(恚)는 ‘자기’라는 주관을 전제한 것이다, 그 주관에 애(愛)와 에(恚)가 가중되면 주관은 더욱 강고해지고 횡포해진다, 진실이고 정의고 도덕이고 상식이고 이런 것은 소 귀에 경읽기다,

그 다음 (3) 만결(慢結) (4) 무명결(無明結) (5) 견결(見結)을 보자, 이것들은 무식, 무지를 부끄러워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만하는 것이다, 자기 비판력, 반성력이 없고 제 생각, 제 주장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고 그것을 관철하려는 것이다,

시쳇말로 보수라하건 진보라하건 다 이 부류에 속한다, 그네들이 입으로는 사회를 말하고 역사를 말하지만 실은 사회도 역사도 안중에 없다, 단지 자기에 맞으면 애(愛)하는 것이고 맞지 않으면 에(恚)하는 것뿐이다,

그 다음 (6) 취결(取結) (9) 인결(吝結)을 보자, 취(取)는 끌어 모으는 것이고 인(吝)은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재물이든 지식이든 원래 제 것은 없었다, 그러면 돌려주고 가는 게 순리다, 세상으로부터 모은 제물은 세상에 돌려주어야 하고 세상에서 배운 지식이나 기술도 세상에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돌려줄 줄 모른다, 비유컨대 물은 흘러야 한다, 그러나 취(取)할 줄만 알고 돌려줄 줄 모르는 것은 흐르지 않는 물, 고인 물과 같은 것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재물과 지식만 썩는 것이 아니라 ‘나’도 썩는다,

끝으로 (7) 의결(疑結) (8) 질결(嫉結)을 보자, 의심하고 시기질투하는 것, 이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의심은 자기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빗나가고 잘 못 살고 있는 것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진리를 의심하고 정의를 의심하는 것이다, 꼭 그렇게 살아야 하나? 그렇게 살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지 않느냐? 나 하나 바로 산다고 세상이 뭐 달라지는가? 이런 식이다, 그래서 정도(正道)와 순리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시기와 질투는, 저보다 앞서가고 저보다 낳은 자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이다, 저는 똑 바로 못 사니까 그렇게 살 용기가 없으니까 똑 바로 사는 사람들을 짓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삐뚤게 사는 놈에게는 바르게 사는 것이 눈에 가시가 된다, 사기꾼에게는 정직한 놈이 가장 꼴보기 싫은 것과 같은 이치다,

구결(九結)이란 것, 그냥 보면 추상적이고 젊잖은 말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인생의 치매현상, 인간사...인간의 사회 역사의 치매현상을 단적으로 말한 것이다, 무엇과 무엇을 가릴 줄 모르는 인간의 치매를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