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이 같은 단어를 발음해도 소리는 다르다. 이를테면 ‘사랑한다’는 같은 단어를 발음해도 전혀 다른 소리가 난다,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도 있고 그냥 사랑하지 않지만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 때문에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을 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서 소리는 엄청 달라진다. 마음을 울리는 소리가 되기도 하고 낯간지러운 소리가 되기도 하고 건성으로 내는 소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같은 ‘사랑한다’는 단어지만 그 소리의 파장은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리가 어디에서 달라지는 것일까? 간명하게 말하면 진정성이다, 같은 성대를 갖고 같은 오장육부인데, 진정성성에 따라서 소리는 달라진다, 정말 사랑하느냐라는 순도에 따라서 소리는 달라진다, 사랑하는 순도와 사랑한다는 말이 일치될 때, 제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렇지 않는 소리는 전부 거짓이라는 이야기이다, 말과 소리가 일치하지 않는 것, 그게 거짓말이다, 

소통이란 것도 그런 것이다, 말이 제 소리를 낼 때만이 소통이 되는 것이지 말과 소리가 다르다면, 진정성이 없는 소리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소통을 오염시킨다, 

그러나 우리는 말만 앞세운다.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하면 그만이고 소통할 생각도 없으면 ‘소통’을 말한다. 자기 필요에 따라, 계산에 따라 말만 꾸민다, 그러니까 우리는 남을 속이는 거짓말만 잘 하는게 아니라 자신을 속이는데도 이력이 나 있다, 이미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 있다.

그러니 속는다, 말에 속는다, 정치꾼들의 공약(空約)에 속고 장사꾼들의 과대광고에 속고 주변 사람들의 말에 속는다. 그렇게 속는 것이 다른 이유가 아니다, 이미 진실한 말과 거짓말을 분별할 수 있는 분별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거짓말도 가려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의 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겠는가?

우리가 그렇게 ‘나’를 주장하고 ‘나’만 알고 자폐적일 정도로 자기 중심적이다, 그런데 정말 ‘자기 소리’를 내고 살고 있을까? “내‘ 소리를 내고 있을까? ’진실한 자기 소리를 내고 있을까? 

<논어>에 나오는 구절, 회자되는 구절이 있다,

“새가 죽을 때를 당하여 그 울음소리가 애처롭고, 사람이 죽을 때를 당하여 그 말이 착하다.

(鳥之將死 其鳴也哀 人之將死 其言也善)

죽음을 당해서야 겨우 착한 소리를 한 번 낸다는 것, 평생토록 거짓말을 하고 산다는 이야기이다, 거짓의 좀비(zombie)로 산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