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集中)과 집중(執中)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고 있다.

우리가 보통 집중이라고 할 때는

집중(集中)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어느 한 곳에 마음을 쏟아 붇는 것,

그래서 딴 생각을 하지 않는 정도로 받아들인다.

집중(集中)이란 것은,

눈을 벌겋게 해서 대박을 노리는

노름꾼들도 그런 집중은 잘 한다.

부동산 투기꾼들도 증권에 홀린 사람들도 그런 집중은 잘 한다.

학생들이 게임에 빠지거나 야동에 빠질 때도

그런 집중은 잘 한다,

그러니까 집중(集中)이란 것은

마음이 한 곳으로 쏠리는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노름꾼들은 돈을 잃을까 두려워 하고

투기꾼들은 대박의 탐욕에서 마음이 부풀고

야동에 빠진 학생들은 마음이 흥분되고

남에게 들킬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것들은 마음의 욕심과 욕정에 사로 잡혀있고

평정상태에서 벗어나 있다,

달리 말하면 중(中)을 잃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마음이 욕정이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평정상태를 유지하면서 주객이 만날 수 있을 때,

(평정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면 주객이 만날 수가 없다)이를테면, X축과 Y축이 교차하는 지점에 마음이 머물 때,

이를 집중(執中)이라 한다,

통상 독서삼매라고 하는 것도

집중(執中)이지 집중(集中)이 아니다,

마냥 자기 욕심으로 책을 노려보듯이 보거나

그러니까 자기 주관적 의도가 앞서는 것은 執中이 아니다,

또 책과 씨름하는 것도 집중(執中)이 아니다,

왜냐하면 책과 만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集中에서는 결코 지혜가 밝아지지 않는다.

공부라는 것이 그렇다,

자신이 공부의 세계,

객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지

공부를 자신의 주관적 욕심에 맞춘다면

이미 공부라고 할 수 없다.

공부의 세계로 내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지

내 욕심으로 공부의 세계를 뚜드려 넣을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알키메데스가 부력의 법칙을 발견하면서

 ‘유레카’를 외쳤던 순간,

그것은 집중(執中)의 순간이었지 집중(集中)의 순간은 아니다.

부력의 법칙, 법칙 자체에 골몰했던 순간은 집중의 순간이다.

거기에서 법칙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넘어서 객관의 법칙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뉴톤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시 집중(執中)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해보자.

집중(集中)은 마음이 차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집중(執中)은 마음이 빈 상태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전자는 자기세계에 매몰되는 주관적 집중이다. 그에서 끝난다.

그러나 집중(執中)이라는 것은

나를 넘어서 객관의 세계와 만날 수 있는

그 지점에서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한 사람에 대해서,

또는 어떤 일에 대해서 순정을 갖고 있다면

순결함을 지키고 있다면 집중(執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執中할 수가 없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이것도 욕심내고 저것도 욕심내고

그래서는 집중할 수가 없다.

결국 대상에 대해서 얼마나 공경하느냐 존경하느냐 사랑하는가

그것이 집중도(執中度)의 표현일 것이다.

‘올인’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모든 것을 다 건다는 의미인데,

그러나 모든 것을 다 거는 것은 아니다.

일확천금을 향한 욕심과 권력을 잡으려는 욕심을 걸지 않는다.

욕심을 위해서 올인하는 것이지

욕심까지 올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집착에의 올인은 집중(集中)이고

집착을 다 던지는 올인,

그것을 집중(執中)이라고 해도 좋을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