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짓말에 속는 것일까?

거짓말이 판을 친다. ‘진짜 일꾼’임을 강변하는 선거판만도 아니고 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거짓말만도 아니다. 거짓이 진실을 구축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거짓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거짓은 점점 더 뻔뻔스러워지고 간교해지고 있다. 왜 거짓이 버젓이 통용되고 득세할 수 있는 것일까? 속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속는 사람이 없다면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거짓말이 득세하는 것은, 속이는 자도 문제지만 속는 자에도 그만한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왜 거짓말에 속는 것일까?  

(1) 거짓말은, 진실이 아닌 바에야 아무리 정교한 거짓이라도 어디에선가 그 징후를 드러내게 되어 있다고 말한다. 말은 속일 수 있지만 몸은 속일 수 없다고 한다. 예컨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눈을 보면, 동공이 흔들리거나 시선이 흐려지고 상대방을 정면으로 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또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초조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이야기 도중에 땀을 흘리거나 목소리가 떨리거나 다른 물건들을 만지작거리는 등의 불안한 심리를 표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화할 때, 상대방의 몸 상태를 먼저 보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인 경우, 우리는 상대방을 잘 살피지 않는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적절한 기회를 포착해서 내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의도가 너무 앞서기 때문에 상대방의 태도나 동작을 잘 살피지 않고 내 생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거짓말의 징후를 놓치게 된다.

(2)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만 거짓말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왜냐하면 거짓을 말하는 사람들은, 들통이 나고 망신당할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령 ‘내가 사기꾼일줄 아나?’ ‘그렇게 나를 못 믿어’라는 식으로 스스로 화를 내고 열을 받는다. 이렇게 자기 말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거짓말일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 예컨대 일방통행으로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 하는 경우, 극구 자기 주장만 옳다고 하는 경우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는 대화과정에서 거짓이 들통이 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대화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범인들이 범죄를 부정할 때, 질문에 답변을 피하면서 ‘정말 나는 안했다니까요’ ‘아니라니까요’ ‘진짜라니까요’ 라고 짜증스레 같은 주장을 되풀이 하거나 성질을 내면서 우격다짐으로 자기주장을 되풀이하는 것도 그런 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찌증을 내거나 성질을 내는 것은, 거짓을 은폐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거짓이 들통날 위험부담에서 오는 자기 스트레스이기도 한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대화가 단절되는 것이 두렵고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대화가 두렵다,

(3) 물론 거짓말도 프로급이 되는 자들은 목소리가 떨리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정교한 논리를 갖추고 유창하게 말한다. 태도도 아주 세련될 수 있고 대화에 적극적인 모양새로 가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반드시 허점은 있다. 

아무리 정교하게 꾸며도 거짓은 거짓이다. 꾸면 낸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마련이다. 이 말은 맞는 거 같은데 다음 말은 또 뭔가 이빨이 안 맞는다. 그래서 앞에 한 말과 뒤에 한 말이 맞지 않는다면, 그래서 스스로 말을 바꾸고 있다면 분명 그것은 거짓이다. 사치를 두고 말이 달라지고 있다면 분명 거짓이다. 말이 달라지고 말을 바꾸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이미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멈칫멈칫하고 우물쭈물할 때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 그것은 스스로의 논리가 군색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 궁색한 지경에 있기 때문에 거짓이 탄로나지 않도록 앞뒤를 맞출 시간을 벌기 위해서 우물쭈물하고 멈칫거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사안과 관계없는 이야기, 주제와 상관이 없는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뜬금 없이 끌어댈 때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다른 방향으로 상대의 관심을 돌려서 거짓이 탄로나는 것을 막고 진실을 숨기기 위한 의도이기 때문이다. 소위 ‘물타기’라는 것이 그런 류에 속한다.  

(4) 왜 거짓말에 속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내가 진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짓말이 통하는 주된 이유는, 나 자신도 진실을 알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진실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내가 진실하지 못한데서 거짓이 비집고 들어오고 속는다. 진살하지 못하니까 건성으로 듣고, 쉽게 부화뇌동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안심하고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내가 거짓되니까 거짓말이 통하고 거짓에 속는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진실에 무관심하고 거짓에 무감각하다. 거짓에 익숙하고 거짓에 길들여져 있다,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 의 기준도 실종되어 버렸다. 내게 이로우면 옳고 내게 불리하면 틀린 것이다. 내게 맞으면 맞는 것이고 내게 맞지 않으면 틀린 것이다. 그렇게 시비와 정의의 판단 기준이 무너졌다. 그래서 권력만 잡으면 그만이고, 돈만 되면 그만이고, 인기만 높으면 그만이고,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고 라는 식으로 되어버렸다. 그렇게 우리 자신이 거짓에 익숙하고 길들여져 있다. 그러니 거짓이 판을 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민주(民主)는 없다, 주인이 도둑을 키우는데야 주인이 어떻게 주인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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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이 글을 쓸 때, [joins 뉴스] 상대방의 거짓말을 알아채는 10가지 방법(2009-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