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왕자는 이 세상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지만 유독 한 개의 별이 그에게 유난히 빛나는 것은 거기에는 그가 사랑하는 장미가 있고 장미를 보호해 줄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란 걸 깨닫는다. <어린 왕자>중에서 -

●위의 <경세포럼>의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사회’라는 것에 대해서. 위의 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들의 ‘사회’라는 것은 ‘주관적 욕망과 의식의 투영체’라고 하고 있다, 그건 사회가 아니라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사회는 없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하지만 우리가 문밖을 나가면 사회인 것 같지만 사회는 없다. 간명하게 말하면 나와 사회를 이어줄 수 있는 끈, 책임과 의무의 끈이 없기 때문에, 책임과 의무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할 사회가 있었던가? 그런 개념의 사회가 있어본 적이 있었던가?

● 사회라고 하면, 나하고는 거리감이 먼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고 그냥 점잖은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면 사회라는 개념을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로 좁혀버리면 가정이 된다.

남녀가 만나서 끌리고 연애를 하고 이런 거는 쉽다,. 아무도 가르친 바가 없어도 대가 끊이질 않고 인간종은 번식해왔다. 성교육을 안 해도 번식을 해왔다. 종의 번식이라는 자연성 문제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가정을 꾸린다는 거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오늘날에도 별로 그렇게 행복한 가정이 별로 없다, 행복하고는 싶은데 행복이 장난처럼 쉬운 게 아니다. 말처럼 쉽지 않은게 행복이다, 둘이 좋아서 만날 때, 그 때가 제일 좋은 시기다, 결혼하는 날을 잡는 순간부터 좋은 시절은 끝이다, 고생 시작이다.

왜냐하면 남녀가 결혼을 하면, 계약관계에 들어간다. 피차의 가치설정을 하고 목표설정을 약정관계에 들어가는 거니까, 결혼이란게 계약이다. 상호 계약관계에 들어가면 자연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 때부터는 사회문제로 차원이 바뀐다, 계약은 사회와 관련하는 거니까. 자연성에는 계약이고 뭐고가 없다, 자연성에는 그야말로 감정에 충실하면 된다, 그러나 계약관계에 들어가면, 가정이란 개념에 들어가면 상호 의무만 남는다.

가정이란 거는 의무만 남는다. 젊은 사람들은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을지 모르지만, 가정을 꾸린다는 거는 죽을 때까지 권리는 없다. 상호의무만 있다. 자고 나면 의무만 생기는 게 결혼생활이다, 이렇게 보는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게 아니다, 결혼을 통해서 얻어지는 불로소득을 생각하고 편의를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주장과 요구, 자기실현, 자기 권리만 생각한다. 이게 착각이다, 사회를 주관적 욕망의 투영으로 보듯이 가정조차도 자기욕망의 투영으로 보는 것, 이게 착각이다, 사회성 차원의 가정이란 개념이 없다는 이야기다, 책임과 의무의 끈이 떨어질 때, 뭔든 남아날 수 있는게 있고 지켜질 수 있는게 있을까? 어린 왕자의 ‘장미’이야기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유난히 그 별이 빛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책임과 의무의 끈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평생 의무밖에 없는 게 결혼생활이다. 의무로부터 자유롭고 싶으면 혼자 살아야 한다, 언제든지 요구하고 바라고 자기 권리를 생각하고, 이런 걸 꿈꾸면 결혼을 하면 안된다, 가정이란 걸 설계하면 안된다, 그러면 불행해진다,

권리라는 개념으로 가면, 그때부터 권리의 충돌로 간다, 권리가 충돌되면서 서로 성격차이니 무어니 잡다한 이유를 끌어대고 현실적 장애들 - 경제적 요인들과 갈등요인들이 엉기면서 결국 깨어진다, 그냥 깨자니 억울하니까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고 위자료 청구하고 이렇게 된다, 마지막에는 계산만 남는다, 계산으로 끝난다, 권리주장으로 가면 계산으로 끝난다, 거기에 ‘가정’이란 공간은 지속될 수 없다, 그래서 가정이란 거, 상호책임과 의무만 남는다, 그게 행복의 지름길이다,

● 다시, 자식이란 걸 보자, 남녀의 이성적인 쾌락, 기쁨은 잠깐이니다. 2세에 대한 호기심, 환희심도 잠깐이다, 출산의 고통부터 시작해서 혼쭐이 난다, 아이를 낳는 그 순간부터 혼을 빼가지고 키울 때에 등골 빠진다, 입시지욕, 취업지옥을 통과해야 하고 시집장가 보내는 것도 등골 빠진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저게 잘 살아야 된다는 걱정에서 자유로운 날이 없다, 그게 자식을 기른다는 거다, 이게 부모 자식지간의 관계형성이다, 진짜 몸과 마음을 다받쳐야 자식 하나 겨우 건사합니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어를 해야, 이 가정이 지속가능한 안전과 평화와 행복의 상태가 가능할 것이냐? 이 문제에 몸과 마음을 다 해야 가정을 건사할 수 있다. 조건 설정은 계속 변한다. 세상도 변하고 당사자 간의 애정도 변한다, 당사자들은 생물학적으로 늙으니까 또 애가 생기니까 새로운 요인이 투입될수록 관계 설정이 바뀌어야 한다, 둘만 있을 때와 아이가 생길 때는 관계설정이 달라진다, 애가 생기면 관계설정이 달라지고 새로운 의무관계가 형성된다,

이런 간단한 예를 보더라도 사회라는 건 ‘지심귀명(至心歸命)’이다. 이 목숨 다 바쳐, 이 마음 다 바쳐, 삼세시방에 그렇게 마주할 때, 겨우 마주 하는 게 사회라는 거다. 하다못해 가정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