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행위에 따른 처벌 수준, 양형(量刑)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하는 것이 가장 정의롭고 적정한 것인가? 이게 간단치 않은 문제다,

양형 문제에 대해서 크게 두 측면이 고려된다. 하나는 범죄자의 인권,범죄자의 재사회에 초점이 맞추어진 박애주의적 축면이고 다른 하나는 일벌백계라고 할까, 범죄 예방차원의 형사정책적 축면이다. 범죄에 비해 형량이 무거우면 범죄자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고, 그 반면에 형량이 가벼우면 범죄율이 높아질 수 있다. 그래서 죄와 벌의 비례, 그 적정성문제가 정확히 고려되어야 한다.

비례성이라고 할 때, 죄가 무거우면 죄에 해당하는 정확한 형량이 부과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죄에 비해 형량이 가벼우면 범죄를 억제하기 어렵고 그 반면에 죄에 비해가 형량이 무거우면 범죄자의 인권이 침해당한다. 그리고 비례성 문제를 따질 때, 간과해서 안되는 것은, 형벌이 죄에 대한 응보차원의 비례성만이 아니라 형벌로 인한 사회적 이익의 크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이익이란, 형벌로 인해서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이익이다.

때문에 박애주의 형법에 마냥 찬성할 일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비례의 적정성을 무시하는 박애주의 형법은 범죄자에는 형량을 가볍게 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제삼의 범죄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인권에는 위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가벼운 형량으로 범죄율을 높이거나 한다면 그것은 분명한 위해가 가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사형제폐지론, 이것도 박애주의 형법인데, 또 이것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게 과연 적법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좀 구체적으로 보자, 법집행이 엄격한 이슬람국가들이 범죄율이 낮다. 동남아권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2008년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에 따르면, 싱가포르(0.7%)와 말레이시아(0.73%)이다, 미국(4.16%)은 물론이고 한국(1.66%), 일본(2.3%) 등보다도 훨씬 낮다.

그리고 한국의 고대사회에서도 팔조금법이 적용되던 시절에는 도둑질을 하지 않아서 대문을 닫고 자는 법이 없었다. 여자들은 모두 정조를 지키고 신용이 있어 음란하지 않고 편벽된 짓을 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게 무얼 의미하는가? 형벌의 엄정한 집행으로 인한 범죄예방이 확실했다는 것, 달리 말하면 사회적 이익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니까 범죄자의 인권을 앞세운, 박애주의 형법이 능사는 아니다.

●그리고 박애주의 형법이 대세처럼 되어가고 인권(人權)을 강조하는데 그점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따져볼 게 있다. 인권(人權)이란 것, 인(人)+권(權)이다, 사람에 따르는 권리다, 사람다운 행동, 사람다울 때 그 권리가 성립한다. 뒤집어 말하면, 그러니까 생물학적 사람의 외형을 갖고 있다고 해도 사람답지 못하다면, 사람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면 인권이란 개념은 성립하지 않는다,

사람답지 못한 짓, 사람으로 저지를 수 없는 짓. 즉 죄를 범했기 때문에 그 인권을 제약하는 형벌을 받는 것이다. 그게 비례의 원칙이다. 사람으로서 해서 안될 짓 - 죄를 범했기 때문에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제약하고 박탈하는 것이다. 그게 형벌이다. 그러니까 범죄자의 인권을 강조할 경우, 그 사람에 합당하지 않은 인권,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인권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범죄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인권도 중요하고 범죄대상이 될 수 있는 제 삼자의 인권도 중요하다, 생명의 존중, 범죄자의 생명도 중하고 피해자의 생명도 중하고 범죄대상이 될 수 잇는 사람의 생명도 중한 것이다. 이계 비례의 원칙이다, 최근 사형제폐지론의 경우, 범죄자의 인권에 지나치게 경도된 것이 아닐까 한다.

* 물론 정치범이나 양심수, 사상범들에 대한 사형은 양형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그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 사형폐지론과 관련해서 논란이 되는 것은, 잔인무도한 흉악범과 같은 경우이다,

● 2004년 12월 9일 재적 국회의원 175명의 발의로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제안 이유로는 “국가가 범죄예방과 진압의 수단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사회의 구성원인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훼손할 뿐 아니라 나아가 인간 존재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한번 따져보자, 사형제도가 (범죄자의)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하는데, 범죄자 자신이 반인륜적 범죄를 통해서 인간으로서의 존업과 가치를 스스로 훼손한 것에 대해서는 왜 눈을 감는 것일까? 비례의 원칙은 무시되어도 좋다는 것일까? 인간의 존엄은 인격에 기초하고 있으며, 타인의 생명을 존중할 때 자신의 생명도 존중받는것이 아닌가?

●이런 의문도 든다. 범죄자의 인권을 강조하는데, 정말 인간이 그만큼 발달한 결과로서, 이를테면 도덕성이 발달하고 인성이 개선되고 또 범죄율이 낮아지면서 인권을 강조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인간은 더욱 탐욕스럽고 더 극악한 이기주의로 타락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범죄도 더욱 교활하고 잔인해지는 경향성을 보인다.

그러니까 현실의 인간은 휴머니티와 더욱 멀어지는데 인권은 더욱 강조되는, 말하자면 사람으로서의 도리와 사람이 누려야할 권리개념이 멀어지는 이 역설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사람에 대한 기준, 인간의 커트라인이 낮아져서일까? 그래서 죄의식이 둔해지는 세태라서 그런 것일까?

▶참고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보자,

헌제는 '사형제 위헌법률심판제청' 과 관련해서 1996년 11월에도 합헌판결을 내렸고 2010년2월에도 합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1996년에는 7:2로 합헌, 2010년에는 5(합헌): 4(위헌)이었다는 점에서, 박애주의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1996년의 판결요지는, “...생명권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나,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한다 할 것이므로, 사형이 비례의 원칙에 따라서 최소한 동등한 가치가 있는 다른 생명 또는 그에 못지 아니한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성이 충족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 그것이 비록 생명을 빼앗는 형벌이라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2010년의 판결요지는, “생명권의 최상위 기본권성만을 내세워 실정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형제를 가볍게 위헌이라고 하여 부정하는 것은 헌법의 해석을 넘는 헌법의 개정이나 변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사형제 자체가 생명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며 사형의 오남용이 문제"였고 "형벌체계상 사형대상 범죄를 축소시키거나 문제되는 법률 조항을 폐지하고 존치된 사형조항에 대해서는 국민적 여론과 시대상황의 변천을 반영해 문제의 소지를 제거해야 한다"고 합헌 결정에 대한 보충의견을 냈다.

위에서 보다시피, 헌재는 1996년에는 비례의 원칙을 확고하게 주장하지만 불과 4년뒤인 2010에는 ‘여론과 시대상황의 변천’에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 법이란게 여론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이야긴가? 법이란게 그런 것인가? 법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