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가 왜 범종설(Panspermia)에 주목할까?

최근 과학계가 고대 범종설(Panspermia)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왜 그럴까? 범종설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일단 과학계의 동향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 이 논의가 다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1) 과학계가 진화론을 따르자니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에 있다, 생물종은 진화한다. 그러면 그 진화의 모태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그 대답을 알 수 없는 게 진화론이다.

최근에 NASA가 하는 이야기는, 진화 가설로 설명하기에는 지구의 나이는 너무 어리다는 거다. 인간과 같은 고등생명체의 진화를 설명하기에 너무 어리다. 지구의 나이 46억년으로 플라스마상태에서 인간에까지 진화할 수가 없다는 거다.

심지어 빅뱅이후 우주나이 137억년을 갖고 보더라도 자기 복제가 가능한 유기생명체가 나올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반면에 진화론으로 설명 못한다고 창조론을 따라 가버리면 과학을 포기해야한다, 과학이 있을 이유가 없다, 신의 뜻을 간파하기 위해서 전부 다 신학을 해야 하는 거니까. 이렇게 진화론과 창조론이 이 장벽에 부딪치면서 범종설이 재등장한다,

(2) 과학계가 범종설에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소위 외계탐사 프로젝트들의 이면에는 Panspermia 프로젝트가 있다, 외계로 지구 생물종, 인간종자를 외계로 이식시키는데 적합한 조건을 갖춘 행성을 찾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구생태계가 한계상황에 당면할 때를 대비한 ‘혹성탈출’의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니까 Panspermia 프로젝트는, 지구의 생물 종자도 외계로부터 유입된 것이라면 다시 지구 생명체를 외계로 파생할 수 있다는 가설에 입각한다. 그래서 이들이 범종설에 주목한다.

(3) 범종설의 기원은 아낙사고라스에 찾는다, 아낙사고라스는 “우주에는 아주 작은 씨앗이 무수히 흩어져 있으며 그 씨앗들이 조합해서 생명을 비롯한 만물을 낳는다.” 는 것이다, 어떻든 서양철학은 씨앗이란 것을 전제하고 그것을 기원으로 삼는다.

다른 한편 우주론자들은 무(無)의 가설을 성립시키고 있다. 수학적으로는. nothing이라고 정의되는-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부터 우주가 나왔다고 수학적으로 증명을 한다. 수학적으로는 증명이 되는데 논리를 증명할 관찰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 난감하다.

특히 생물학자들의 입장에서, 제일 난감하고 답답한 게 무(無)에서 생물이 출현한다는 것, 모든 物은 스스로 존재한다는 것, 이른바 불가에서 말하는 성자이(性自爾) - 성품 스스로가 그러하다는 것, 이건 참 황당하다는 거다,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창조론만큼이나 수용할 수 없다 것이다, 무(無)의 가설이 수학적으로 증명이 되지만 객관적 데이터가 없다는 거, 그런 걸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감해 한다,

창조론과 진화론이 장벽에 부딪치고 그렇다고 무(無)의 가설을 따라가자니 생명의 단서를 잡을 수 있는 둔덕이 없다. 그래서 겨우 꺼집어 낸 것이 범종설, 서양 고대철학에서 근거를 찾는다,

(4) 그런데 서구과학계가 범종설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서양고대철학에서 그 기원을 찾을 뿐, 절대 동양철학을 말하지 않는다. 학문의 주도권을 서양이 쥐고 가겠다는 거다.

그들이 결코 불교철학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가령 불교의 <원각경>에서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의 거짓 화합에 의해서 만물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걸 피상적으로 받아들이면, 아낙사고라스가 이야기와 흡사하게 들린다. 아낙사고라스가 말하는 씨앗이나 원각경에서 말하는 사대(四大)나 흡사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물론 불교에서는 사대(四大)의 거짓화합, 사대 이전의 공(空)을 말하지만 그 논의를 제하고 보면, 사대의 화합에 의해서 만유(萬有)가 생긴다는 이야기만 발췌하면 범종설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과학계는 공(空)이나 무(無)의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범종설에 근사한 부분만 발췌한다.

(5) 범종설에 따를 때, 해명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비판이 있다. 미생물, 원시미생물이 우주공간에 노출이 되었을 때 그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 자외선 방사선 등의 무수한 우주선들이 있는 데 그 모양이 파괴되지 않고 생명체가 죽지 않고 보전될 수 있는가?라는 비판이 있다.

그다음에 그 미생물이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우주공간이 물로 채워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미생물이 멀리 떨어져있는 우주공간을 헤엄쳐서 이동할 수 있는가? 그게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그다음에 어떤 미생물이 다른 행성계에 있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그게 어떻게 스스로 방출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인공위성에 실어 보내는 것도 아닌데, 행공공간으로 방출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이런 반론들이 있다. 지구에 떨어진 운석들이나 이런 걸 분석해 볼 때, 우주공간에서 5년간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실험 데이터가 있다, 바꾸어 말하면, 5년 이내의 거리 내에는 이동할수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마치 시냇물 징검다리 건너듯이 5년, 5년, 5년, 이렇게 이동할 수 있다는 거다, 혜성이라든지 소행성을 징검다리 삼아서 얼마든지 갈수있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을 한다.

그다음에 또 하나는 1984년도에 남극대륙에서 운석의 조각이 발견됐는데 그 운석조각을 갖고 가해진 열이나 압력이나 이런 걸 측정을 해보니까 소행성이나 이런 파편에 묻어서 들어올 때 충분히 보호될 수 있다는 설이 또 있다.

(6) 어쨌든 범종설과 관련해서 여러 설들이 있는데, 1973년 업그레이드판으로 등장한게 크릭과 오르겔의 정향범종설이다. 범종설에다 인공지능개념을 집어넣어 단순한 생명의 씨앗이 아니라 지능이 있는 생명의 씨앗이란 개념으로 바꾸고 또 그것의 지능적 방출 - 예컨대 지구생명체가 외계문명으로부터 전파되어 온 것이라는 가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정향범종설의 등장이후, 지능이란 문제가 등장한다. 이른바 ‘정보 보호 가설’ 처럼 지능이 우주 공간에서 옮겨질 수 있느냐의 문제가 등장한다.

사실 지능이란 문제도 그렇다. 지능이란 걸 문명의 발달을 전제하고 있지만, 정말 태초의 지능이란 문제, 문명의 무명(無明)에서 태초의 지능을 복원하는 문제가 과학의 시야에 들어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