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마지막에 이런 구절들이 나온다,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이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 <눈먼 자들의 도시>, 그 스토리를 여기서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독자들이 소설로 볼 수도 있고 간단하게 영화(2008년,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로 볼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러나 참 유스꽝스럽게도 이 영화는 ‘범죄, 미스테리’로 분류가 되어 있다, 물론 범죄는 맞다, 그러나 특정한 범죄자의 범죄가 아니라 인간에 의한 인간의 범죄다, 하지만 미스테리는 아니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이니까. 그러나 그게 ‘눈먼 자’에게는 인간의 범죄가 미스테리로 보인다,

● 사라마구가 말하는 ‘실명(失明) -blindness'은 세상이 캄캄하게 변화는 실명(失明)이 아니다, 온통 우유빛으로 빠져드는 하얀 실명(失明)이다, 말하자면 ’눈뜬 봉사‘다, 그리고 이 실명(失明)은 빠르게 전염이 된다,

‘하얀 실명’, 보고도 보지 못하는 병, 보이는데도 보지 않으려는 병, 보고도 눈 감는 병, 우리 일상의 병이다, 부정(不正)을 보면서도 관행이라서 부정(不正)으로 보이지 않고 부정(不正)인줄 알지만 내게 불리하니까 눈감으려고 하고....

이런 실명은 ‘관행’ ‘관습’으로 전염이 된다, ‘패권주의’ ‘승자독식의 게임’ 그리고 ‘승자와 강자를 향한 줄서기’ 이 모든 것들에 우리는 빠르게 전염이 된다, 인간에 의한 지배, 그 야만적이고 잔인한 약탈에 눈이 멀어간다.

● 우리는 한얀 실명(失明)에서 눈을 뜨려 하지 않는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탈출하려 하지 않는다. 99%에서 탈출해서 1%에 편입하고자 하지, 1대99의 게임에서 탈출하려 하지 않는다, 어느 한구석에서 골목대장이라도 하고 싶고 하다못해 그런 자에 줄서기를 해서라도

그냥 살고자 하지 눈을 뜨려하지 않는다,

● <눈먼 자들의 도시>는 독자들이 소설이든 영화든 직접 한번 보는게 좋을 것 같다. 인간의 야만과 잔학성에 대해서, 우리가 질릴 정도로 그렇게 집요하게 끈질기게 쓴 글을 보기 어려우니까, 끝내 눈을 감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살고자 한 자의 글을 보기 어려우니까,

● 사라마고의 소설 중에, <미지의 섬>이라는 소설도 있다, 그는 말한다, 이미 알려져 있다면 ‘미지의 섬’이 아니다, 알려지지 않았기에 ‘미지의 섬’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쩌면 ‘눈먼자들의 도시’로부터의 탈출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미지의 섬’을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미지의 섬’을 향해서 떠나는 자는 단 두 명이다, ‘청원의 문’을 연 자, 그래서 마침내 미지의 섬을 향해서 떠날 수 있는 배를 얻은 자와 ‘결정의 문’을 열고 나온 청소부 하인, 두 사람이다,

‘청원의 문’과 ‘결정의 문’도 참 상징적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를 벗어나 미지의 섬으로 가고자 하는 바램, 소원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말 떠나고자 하는 소원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문을 연 자는 단 한명이다, 그게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저마다 사람사는 세상을 말하고 평화를 말하고 공존을 말하지만,,,,‘눈먼자들의 도시’에서 떠나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아닌가? 다들 카지노의 도박꾼들처럼, 1대99의 게임에 몰중하기 바빠서가 아닐까?

그리고 ‘결정의 문’, 미지의 섬으로 가고자 하지만 그런 소망, 소원은 있지만 실제 그렇게 ‘떠남’을 결단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다시는 ‘눈먼 자들의 도시’로 되돌림 하지 않을 결단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청원의 문’과 ‘결정의 문’ 다시 음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동양식으로 말하면 그게 출가의 의미와 상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지의 섬’이란 거, 무슨 무릉도원이 있는 신비의 섬이 아니다, 청원을 문을 열고 결정의 문을 열고 ‘눈먼자들의 도시’를 떠났을 때, 그게 미지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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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족) 위의 글은 사라마고의 원작에 충실한 글이 아니다, 글쓴이의 생각에 따라서 원저작이 윤색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따라 소설을 쓰듯이 그 소설을 읽는 우리도 우리 자신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따라가는 것,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