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도둑인가?

사람을 속이는 것,

그것을 도둑이라 한다.

마음이 조금이라고 사람을 속이고

한가지 일이라도 사람을 속이고

한마디 말이라도 사람을 속이면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죄상이 널리 드러나 알려지지 않더라도

그것은 도둑이다.

말로는 그럴듯하더라도

행동이 그것을 속인다면

행동이 말의 도둑인 것이다.

마음은 그럴듯하더라도

입이 그것을 속인다면

입이 마음의 도둑인 것이다.

겨우 한가지 진실한 마음을 일으켰는가 하다가

이내 바꾸어 엉터리같은 마음을 일으켰다면

그것은 마음이 마음의 도둑인 것이다.

이같이

도둑은 마음을 속이고

스스로를 가리는(瞞心昧己) 큰 경이다,

세상을 속이고

명성을 훔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큰 잘못이다.

그러나

마음을 속이고

자신을 가리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크나큰 잘못이다,

* 幽爽 『그림자 없는 나무』(도서출판 방하/2004년)의 <방하 한마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