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연(因緣)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눈다, 먼저 인연이 있고 이것이 공간적으로 확장할 때 증상연(增上緣)이라 한다, 가령 지연(地緣), 학연(學緣) 같은 것이 그에 해당한다, 그리고 시간적으로 그 반경이 확장되는 것을 차제연(次第緣)이라 한다, 부모가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다시 자식을 낳는 것과 같은 혈연이 그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것들이 두루 얽혀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인연을 반연(攀緣)이라 한다,
(2)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인연(因緣)은 인연(人緣)인데, 애욕과 탐착으로 빚어진 인간의 굴레가 인연(人緣)이다. 혈연이란 것은, 내 자식, 내부모라는 애욕의 쇠사슬이고 이것이 인간의 굴레가 된다, 인연의 평등성을 놓치는 인간의 굴레다,
(3) 그리고 지연이나 학연이니 하는 것들, 또 사연이니 하는 것들은, 인연자체를 귀중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인연을 도구화한다,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려는 도구로 가져간다, 선거판에서도 곧잘 그런 짓을 하고 자기 사람을 심을 때도 그런 짓을 하고 출세와 승진에서도 그렇게 인연을 엮어가는 짓을 다반사로 한다, 그렇게 인연을 엮어가는 것을 잘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실은 인연을 오염시키고 인간의 진실성과 존귀성을 잃어간다,
(4) 만남이고 대화라는 것도 그렇다, 만남과 대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무언가를 건지고 챙기고자 해서, 어떤 노림수를 갖고 만남과 대화를 한다면, 그렇게 만남과 대화를 도구화하고 있다면, 도구화하고 있는 그 어떤 것도 정의롭지 않다, 간명하게 탐욕의 실현 수단으로 가져가는 것은 정의롭지 않은 것이다, 이런데서 우리는 인연의 진실상을 잃어버린다, 인연의 진실상, 바른 모습을 잃어버린다는 것, 결국 인간성과 인간의 존귀성을 잃어버린다. 이것이 인간의 굴레다, 오염된 인연, 그것이 인간의 굴레가 된다,
(5) 인간성에 허물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또 허물을 바로 잡기 위해서 해야 될 것이 무엇인가? 인연에 대해서 바르게 살펴야 한다. 인연에 대한 자각이다. 우리가 자아의 발견, 자아에 대한 각성을 말하지만, 인연에 대한 자각이 없이 각성을 말할 수 없다, 인연 속에서 성품을 발견하고 연기에서 성품을 발현할 수 있을 때, 각성은 실천적 의미를 갖는다,
인연의 도구화, 인연의 오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