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시(32) 성품을 알지 못하면 성의를 말할 수 없다

(7-32)

不致知性 難爲誠意(불치지성 난위성의)

性을 아는데 이르지 못하면 ‘성의’를 말하기 어렵고

不明萬物 難爲正心(불명만물 난위정심)

만물에 밝지 못하면 ‘정심’을 말하기 어렵고

不立天下 難爲修身(불립천하 난위수신)

천하에 바로 서지 못하면 수신을 말하기 어렵고

不通經國 難爲一力(불통경국 난위일력)

경국(經國)에 통달하지 못하면 ‘일력(온전한 실천)’을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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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트 >

(7-31)에서는 지성(知性), 지물(知物), 지천하(知天下), 지국(知國)을 말했지만 (32)에서는 그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지성(知性), 명물(明物), 입천하(立天下), 통경국(通經國)으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전자에서는 안의(安意)- 안심(安心) -안신(安身) - 안력(安力)을 말했지만 후자에서는, 성의 -정심 - 수신 - 일력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전자는 성의 - 정심 - 수신 - 일력에 이르는 과도적 단계이고, 후자는 그것의 궁극으로서 대학의 8조목 - 격물치지 이후의 성의 - 정심 - 수신 - 일력(제가)을 말하고 있다.

a)不致知性 難爲誠意

性을 아는데 이르지 못하면 ‘성의’를 말하기 어렵고

여기서 말하는 바는, 性을 알아야 성(誠)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성실하다, 정성스럽다고 하지만 성(誠)을 자의적인 의미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誠)은 마음의 순도 100%의 지점이고 이는 결코 상대화될 수 있는 지점이 아니기 때문에 성(誠)은 性에바탕한 것이기 때문에 性을 모르고서는 誠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용>25장에서‘불성(不誠)이면 무물(無物)’이라고 말한다. 이는 物의 本性이 誠이라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격물치지(格物致知)에서 치지(致知)라는 것도 결국 물의 性을 안다는 것이고 ‘불성무물(不誠無物)’임을 안다는 것이다. 때문에 性을 모르고서는 성의를 말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b)不明萬物 難爲正心

만물에 밝지 못하면 ‘정심’을 말하기 어렵고

여기서 ‘명만물(明萬物)’은 만물에 밝다는 의미다. 만물에 밝다는 것은 물의 생산과 물의 소용, 물의 유통 등에 대해서 밝다는 것, 그래서 세재(世財)에 합리적 소통에 밝다는 것으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이해관계 때문이고 이해관계는 물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만물’에 밝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물에 밝을 때, 정심을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정심(正心)은 말인즉 바른 마음이지만, 그것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조화시킬 수 있을 때 정심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 사회적 문제를 합리적으로 조화롭게 풀어갈 수 있을 때, 정심을 말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대처능력, 조정능력, 소통능력이 없다면 정심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c)不立天下 難爲修身

천하에 바로 서지 못하면 수신을 말하기 어렵고

천하에 바로 선다(立)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 ‘선다(立)’은 各立의 의미다. 개체마다 주인성을 갖고 주체성을 갖고 자기 모습을 찾아 갖추고 제 역할을 정확히 하는 것이다. 또 그것은 고립적으로 서는 것이 아니라 천하의 대동적 질서 속에서 서는 것이다. 그것의 의미가 천하에 바로 선다(立天下)‘다.

그래서 천하의 대동함을 알고 천하의 대동적 질서 속에서 자신을 바로 세우고자 할 때, 수신(修身)의 의미를 알고 진정한 수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하의 대동을 모르고 저 하나의 몸을 닦는 것으로 수신으로 안다면 그것은 결코 올바른 수신일 수 없다는 것이다.

d) 不通經國 難爲一力

경국(經國)에 통달하지 못하면 ‘一力(온전한 실천)’을 말하기 어렵다.

일력(一力)은 진실한 실천, 실질적 일에 무실역행(務實力行)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 전제조건으로서 ‘경국(經國)에 통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의미는 그렇다. 경국(經國)’에 통달할 수 없다면, 사회국가적 요구, 객관적 요구를 정확히 알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이를 해결할 방도, 경세의 방도를 알 수 없다. 말 그대로 합법칙적 실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여기서 일력(一力)은 생활터전, 삶의 터전을 일구고 가꾸는 것을 향한 노력인데, 국가경영을 모른다면 그 노력과 실천이 올바른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지역사회에서 산업을 일으킨다 해도 국가에서 부족한 것이 어떤 산업인지 또 넘치는 것이 무언지를 모르고서 무작정 노력과 비용을 쏟아 붓는다 해도 결실을 거두기는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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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성의 - 정심 - 수신 - 일력의 전이 단계를 보면, 형이상에서 형이하로 구체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음 중에서 가장 순도가 높은 순수한 마음이 성의, 그리고 그것이 현실적 정의로서 구체화될 때 정심, 그리고 정심에 따라 몸이 바로 서는 것이 修身, 또 수신을 통해서 실천으로 나아갈 때 一力을 말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 그리고 이상에서 볼 때, 첫 관문은 치지성(致知性)이다. 性을 아는데서 성의가 자리하고 그 이후 정심 - 수신 - 일력으로 전개된다. 그러면 性을 안다는 의미를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데, 결국 性을 안다는 것은 본연지성(本然之性)을 안다는 의미다. 기질지성, 즉 개체성을 뛰어넘은 본성을 안다는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기질지성에 얽매이는 사심(私心)을 떨치고 소아(小我)를 떨치고 세상에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인간의 사회화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본성에 이르지 못하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 사회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본성을 모르면 기질지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나’를 고집하게 되기 때문에 성의, 정심, 수신, 일력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교적 표현으로는 아상(我相)을 떨치고 무아(無我)의 분면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지성(知性)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불교에서는 지성(知性)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견성(見性)이라는 말을 쓴다. 이 차이가 무엇일까? 이점은 숙제로 남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