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가 서로 넘나들며 함께 가꾸는 대승 사회가 되지 않고 저마다의 건강한 삶이 스스로에게 있어서도 확보되지 않는 가장 큰 병은 무언가? 지배와 착취, 거짓과 기만의 뿌리는 무언가? 소유(所有)라는 것이다. 소유의 뿌리는 네 가지로 이야기된다, 아취(我取), 욕취(欲取), 견취(見取), 계금취(戒禁取)의 넷이다.

(1) 아취(我取)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절대자가 나에게 우상이 될까봐 걱정한다. 그러나 어떤 절대자를 우상으로 숭배하건 아니건, 그 이전에 자기 자신을 세상 어느 것 보다도 가장 우상시하는 병이 있다. 따지고 보면 그 모든 우상은 ‘나’라는 우상이 세워진 다음의 것이다. ‘나’라는 인간에 있어서 가장 큰 우상은 자기 자신이다. 이게 가장 큰 병통이다. 이게 아취(我取)다. 나를 소유하고자 하는 병이다.

(2)욕취(欲取)

아취(我取)에 근거해서 갖가지 욕취(欲取)가 생긴다. 애욕(愛慾)이 생기고 취(取)하고자 하는 것이다. 욕(欲)에도 두 가지가 있다. 인과에 맞고 진실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원력(願力)이라고 한다. 그러나 애욕이라는 것은 인과에 맞지 않고 결과에 탐착하는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아니라 뿌리지 않고 거두려 하고 뿌린 이상으로 거두려 하는 것이다. 여기에 거짓과 기만이 끼어들고 스스로 진실한 노력을 하지 않고 요행과 사행(邪行)으로 욕심을 성취하려한다. 간명하게 불로소득의 요행심이란 것이 욕취다. 소위 중생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현실의 인간들에는 욕취가 있다. 이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소유의 병통이다.

(3)견취(見取)

견취(見取)는 두 분면이 있다. 내가 보는 것과 내가 보이려고 하는 것의 두 분면이다. 전자는 내 마음에 드는 것만 보고자 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그 다음, 내가 보이고자 하는 모습 – 이를테면 잘 난 모습 – 으로 남들에 보이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시세말로 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낮게 임함으로 높게 가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튐으로 해서, 자기를 높여서 남들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스스로 ‘잘난 모습’이란 말상의 집을 짓고 사상누각을 지어서 허공중에 떠돈다. 그런 허망한 견취(見取)라는 욕심이 또 다른 소유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허황된 욕심은 무수한 오락 꺼리만 인생사에 남기면서 진실한 한 톨의 양식도 갈무리 하지 못한다. 이것이 소유라는 못된 병이다.

(4) 계금취(戒禁取)

그 다음에 계금취라는 게 있다, ‘이래야만 한다’ ‘이러면 안 된다’는 아집(我執)과 아만(我慢)에 사로잡혀 자신의 생각과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고 타에 강요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나의 법과 나의 인연법에 국집하는 것이다.

계금취에 매달릴 때 소유가 생긴다. 이게 소유의 현실로 잘 드러나는 것이 조직소유다. 권력론에서 이야기하는 헤게모니의 장악이다. 세상을 소유하려는, 권세와 권능을 장악하는 헤게모니라는 것, 그 뿌리가 계금취이다.

이상에서 간단히 살폈지만, 이러한 四取가 인간에게 있어서 무명의 씨앗이 된다. 말인즉 세상의 모든 것은 허망한 것이고 무상한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한다, 항상하지 않기 때문에 허망하고 무상하다고 한다, 우리도 한순간씩은 그걸 안다, 그러나 그걸 실천하지를 못한다, 구체적으로 자기 삶의 양식으로 소화해서 쓰지를 못한다. 그래서 소유하고 집착하고 탐착하게 된다. 이것이 병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