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마가 사(私)와 욕(慾)을 불건강의 근본원인으로 말하는데, (*앞의 글 참조)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건강은 관계적인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인간관계이든, 사회적 관계이든, 자연과의 관계이든 사심과 욕심 때문에 관계가 단절되고 관계가 왜곡되고 관계가 병들기 때문에 인간이 병이 든다는 이야기이다. 사심과 욕심 때문에 서로 상응(相應)할 수 없고 상호 상호연관,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비가 무너지고 사회정의가 무너지고 인륜이 무너지고 자연과의 교감이 단절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관계라는 개념조차도 오염이 되어버렸다, 관계라는 것조차도 내가 있고 관계가 있다는 식으로, 사심과 욕심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관계가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하는 지경이 되었다, 사실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관계가 있고 내가 있다는 건데, 지금은 사심과 욕심을 실현하는 기법으로서, 관계의 기법에 욕심을 낸다. 소비자를 약탈하는 장사꾼들도 다들 ‘소셜 컴머스(social commerce)’를 말하는 정도니까.

‘관계가 있고 내가 있다는 것’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가령 의사가 있다고 치자. 환자의 쩐을 노리고 환자의 쩐을 보고 환자와 관계하는데는 의사가 없다. 의술을 상술로 하는 장사꾼이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고 환자라는 사람, 환자의 생명과 관계하는데서, 인술로 관계하는 데서 의사가 있다. 거기에 의사의 인생이 있고 의사라고 할 수 있는 ‘나’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의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의사라고 한다. 상술로 의료행위를 하든, 부동산투기를 하든, 심지어 악덕의료를 해도 의사라고 한다.

그러니까 의술을 사회적 가치, 공공의 가치로 실현하는 관계 속에서만 의사가 있고 의사의 인생이 있고 ‘나’라는 인간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쩐에 대한 사리사욕으로 환자와 관계(?)한다면, 거기에는 의사가 없다, ‘나’라는 인간도 없다, 그냥 사(私)와, 욕(慾) 밖에 없다, 사욕(私慾)의 좀비가 된 ‘나(我)’가 있을 뿐이다, 사리사욕의 좀비, 그것을 인간이고 하지 않으니까 거기에는 진짜 나라는 인간은 없다.

그러니까 관계라는 말도 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리사욕의 노예가 되어 있는 좀비들의 관계, 그것을 관계라고 하지 않는다. 거기에 인간관계니 사회적 관계니 하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소통이니 협력이니 하는 말도 성립되지 않는다. 관계가 워낙 오염이 되고 이제는 관계라는 말조차 사기와 꼼수의 도구로 써먹다 보니까 관계라는 개념조차도 오염이 되어버렸을 뿐이다,